서울의 한복판, 인스타그램의 OOTD를 치면 나오는 패피들의 옷을 입고 버스에서는 책을 읽으며 영어공부를 한다. 1시간 동안 이리저리 시간을 아껴가며 쓴 뒤 어느새 한 손에 디카페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반대편에는 마우스를 붙잡고 한입 깊숙하게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들이켜고 입안에 담은 채 밤새 쌓인 메신저와 메일을 바라보며 회사에서의 하루를 시작한다.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자정이 되기 전까지, 가끔은 자정이 넘어서도 일을 하고 택시를 타고 집을 향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전형적인 커리어 우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언젠가는 너무 밝게 빛나 그녀를 볼 수 없을 만큼 빛을 발하지 않을까? 확실한 건 지금보단 훨씬 더 빛나는 사람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주말이 되면 회사에 가기 위한 어른의 탈을 벗어던진다.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알람이 울리지 않는 편안한 아침을 맞이하다 보면 그녀의 몸은 침대 위에서 가만히 자기보단, 혼자만의 사투를 벌인다. 누군가와 싸우는 건지, 재미있게 놀았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몸은 어느새 45도 정도 기울어 침대에 대각선을 그었을 때의 선과 일치한 모습을 하고 있다. 마치 누군가 그녀의 발을 잡아당겨 깨우고 있는데 그를 거부하는 것처럼 머리는 침대와 벽 쪽으로, 발은 침대의 바깥쪽으로 정렬된 그녀의 몸은 두 팔까지 만세를 부르고 있어 누군가에겐 편안한 아침을 즐기는 소녀의 모습으로, 누군가에겐 일어나기 싫은데 억지로 일어나야 하는 불쌍한 소녀로 볼 것이다.
막 일어난 그녀의 회사에서의 사무적인 말투는 잠꼬대와 함께 저 멀리 보내버리는데, 말투뿐만 아니라 소녀가 어른이 되면서 갖추어야 한다고 여겨지는 덕목들 역시 리셋된다. 더 짧아진 말들과 올라간 목소리에 섞인 약간의 비음이 귀여움이라는 단어를 구성한다. 알람이 울리지 않더라도 그녀에겐 배꼽시계가 있다. 그녀의 눈을 뜨게 만드는 또 다른 시계가 그녀를 음식 앞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을 보면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아마 자는 동안 꽤 다양한 여행을 한 것이 분명하다.
자연스레 일어나 부모님이 차려준 아침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며 이야기의 꽃을 피운다. 그동안에 하지 못했던 말들을 조잘조잘 풀어내면서 말이 많아서 고마운 딸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한 뒤 약속을 위해 준비를 시작한다. 분명히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빨리 가는 시간에 야속해하면서 기다리고 있을 누군가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늦을 수밖에 없던 이유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사실 그에겐 그렇게 큰 이유가 필요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별로 이유가 중요하지 않은 귀여운 조잘거림을 듣다가 어느새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가 끝난 채 올려다보는 한 소녀가 묻는다. '이제 뭐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