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무더위

by 거의모든것의리뷰

드디어 항복했다. 엊그제부터 에어컨을 틀기 시작했는데, 왜 이렇게 늦었나 싶을 정도로 시원하다. 한국의 여름이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 같은데, 올해도 어김없이 "아직 6월인데 벌써 이렇게 덥나?" 하면서도 전기요금 걱정에 선풍기만 돌리다가 결국 백기투항하고 말았다.

그런데 에어컨을 틀려고 하면 매번 벌어지는 일이 있다. 리모콘이 없다.


리모콘은 어디로 가는 걸까?

이건 정말 신기한 현상인데, 분명히 어제까지 소파 옆에 있었던 리모콘이 오늘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다. 마치 집 안에 리모콘만 골라먹는 블랙홀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가장 당황스러운 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될 때다. 라면 끓이려고 냄비를 꺼내는데 리모콘이 나온다든지,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다가 함께 나온다든지... 도대체 어떤 경로로 그런 곳에 도착한 건지 미스터리다.


리모콘을 찾아 헤매다 보면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예전에는 에어컨이 없어도 살 수 있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필수품이 된 걸까? 90년대만 해도 여름이면 온 가족이 거실 바닥에 돗자리 깔고 선풍기 바람으로 버텼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그게 당연했고, 밤에 창문 열어두고 자면 새벽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서 이불을 찾기도 했다. 지금은 에어컨 없으면 진짜 못 살겠다. 특히 밤에 자려면 무조건 에어컨이 있어야 하고, 리모콘으로 온도 조절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에어컨과 함께 사는 여름의 풍경들을 더 다양하게 만들었다. 아직 부모님과 살다보니 부모님의 전기요금 공포는 끊이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에어컨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지 유튜브에서 찾아보라고 하고 최대한 에어컨을 틀지 않으려고 한다. 아직 전기요금을 내지 않은 나에게는 먼 이야기지만 가끔은 전기효율 1등급인데 많이 나올라나? 하는 의문이 든다. 다음달에 고지서를 한번 몰래 봐야겠다.


에어컨의 문제는 한번 틀기 시작하면 그 다음은 에어컨과 항상 함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시작된 그의 시원함을 이길 수 있는 것은 그 무엇도 없다. 에어컨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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