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

맛있음

by 거의모든것의리뷰

기억도 나지 않은 언젠가의 나이, 내 과자의 시작은 초코파이였다. 폭신한 마시멜로 사이로 스며든 단맛과 겉을 감싼 초콜릿의 달콤함은 아이였던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맛이었다. 그때는 몰랐다. 이 작은 과자 하나가 내 인생을 관통하며 수십 년을 함께할 것이라는 사실을.

어른이 되면서 과자는 자연스럽게 멀어져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른들은 과자를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자는 당시 부모님들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삶은 우리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대학생이 되었을 때는 공원 벤치에서 맥주 한 캔과 함께 과자를 찾았다. 군대에 가서는 초코파이 하나에 종교를 바꾼 동기들이 있었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업무에 치여 지친 오후, 서랍에서 꺼낸 과자 한 봉지는 떨어진 당을 머리 끝까지 채워주었다.

과자를 먹으며 문득 깨달았다. 어렸을 때는 모든 것이 변할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만화도, 즐겨 보던 프로그램도, 친한 친구들도 언젠가는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과자만큼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초코파이는 여전히 같은 맛이었고, 새로운 과자들은 계속 나타났지만 옛것들도 사라지지 않았다.


과자가 끝이 아니었다. 라면이 그렇다. 어렸을 때 먹던 라면이 아직도 편의점 진열대에 나란히 서 있다. 포장지 디자인은 조금씩 바뀌었지만 그 짭조름한 맛은 여전하다. 밤늦게 출출할 때, 술을 먹은 다음날, 비록 그 라면을 먹는 상황과 양은 달라졌지만 라면이 나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은 확실하다.

동네 문방구도 마찬가지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이 세상을 지배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학교 앞 문방구는 그 자리에 있다. 아이들은 여전히 그곳에서 새 학기 준비물을 사고, 친구들과 함께 군것질을 한다. 다이소가 지배하고 있는 곳도 물론 많지만 아직 학교 앞 문방구의 존재가 남아있는 곳을 지나갈 때면 모두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되새긴다.


아무리 빠르게 변한다고 해도,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 것처럼 언젠가 인공지능이 일상을 점령해도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있을 무엇들. 옛날보다 가격이 오르고 양도 줄어들었지만 '라떼는' 이라는 단어가 과자를 볼때마다 툴툴거리면서 튀어나오면서도 냉동실에 얼려둔 초코파이를 하나 뜯어 입에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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