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변동

고정된 가치, 가격

by 거의모든것의리뷰

주식 시장을 잘 보고 있자면 기업의 실적은 그대로인데, 주식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기도 하고, 폭락을 거듭하기도 한다. 주식의 가치를 나타내는 많은 방법들, PER, PBR 등은 적절한 주식의 가치가 어디인가를 알려주지만 무용지물이 되어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아다닌다.


팔란티어라는 기업이 있다. AI 혁신의 이름으로 1년 전에 비해 6배나 오른 이 기업은 마치 미래에서 온 듯이 AI를 사용하는 방법을 먼저 알려주는 듯이 기업들에게 AI를 사용한 의사결정 방법을 알려주는 등 확실히 한 단계 앞서있는 기술력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음은 분명했다. 아무리 가격이 높다 한들 더 높은 밸류를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았고 그 현상은 지속될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PER 500이 넘는 기업은 PER을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 스스로와 시합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제 팔란티어의 숏 리포트가 나오면서 가격이 9% 하락했다. 오늘도 시장외 가격에서 2%가 추가 하락하고 있다. 아마, 팔란티어라는 기업에 투자를 하고 있는 모두가 그 가격 자체가 고평가되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 미래를 보고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현재와 미래를 잇는 기업 중 하나가 될 팔란티어에 대한 믿음과, 이익 실현의 줄다리기 속에서 숏 리포트는 하나의 트리거가 되었을 뿐이었다.


팔란티어에서 끝나지 않는다. 마치 몇 년 전 그리고 지금도, 테슬라를 보면서 전 세계 모든 자동차 회사의 가치가 테슬라 한 개 기업보다 낮게 평가되면서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았었다. 여전히 PER 181의 높은 PER을 유지하고 있지만 너무나도 현재 가격에서 오랫동안 유지를 하고 있어 이제는 이 가격이 높은지 낮은지조차 헷갈릴 정도가 되었다.


주식시장에서의 기업에 대한 가치, 즉 주가는 매일매일 변하는 경매장이나 다름없다. 적절한 가치로 평가받는 기업들은 사실 별로 없다. 저마다의 이유를 갖고 등락을 반복하면서 적절한 가치로 수렴하고 있다고 믿고 있을 뿐이다. 주식시장만큼 시시때때로 가격이 변하는 곳도 없지만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 모든 것의 가치는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시장에서 장을 보는 가격, 금반지의 가격, 즐겨입을 수 있는 옷의 가격, 은행의 이자 등 모든 것의 가치는 수요와 공급, 정책에 영향을 받아 움직이게 된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 것은 가격뿐만 아니라 가치 자체의 상대성이다.


20만원. 강남에는 커피 한잔의 가격이 20만원인 곳이 있다. 어떤 대학생에게는 일주일 식비가 될 수도 있다. 아르바이트로 하루 벌어야 하는 돈일 수도 있다. 하루에도 쓸 수 있는 돈이고, 한달동안 쓸 수도 있는 돈이다.

이런 상대성은 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시간의 가치도 마찬가지다. 퇴근 시간이 임박한 직장인에게 1시간은 엄청나게 길게 느껴진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과 데이트할 때 1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같은 1시간인데 전혀 다른 가치를 갖는다.


공간의 가치도 그렇다. 서울 강남의 10평짜리 원룸이 지방 소도시의 30평 아파트보다 비싸다. 객관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 10평이 주는 '편리함'과 '기회'라는 가치 때문에 사람들은 기꺼이 그 돈을 지불한다. 이런 현상은 개인의 삶에서도 끊임없이 벌어진다. 20대에게는 시간이 많고 돈이 부족하다. 그래서 시간을 들여 할인 매장을 찾아다니고, 쿠폰을 모으고, 더 싼 곳을 찾아 헤맨다. 반면 40대에게는 돈이 있지만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비싸더라도 빠르고 편리한 것을 선택한다.


이렇게 보면 세상의 모든 가격표는 마치 연필로 쓰여진 것 같다. 언제든 지우고 다시 쓸 수 있고,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절대적인 가치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고, 상황적이며, 개인적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끊임없이 변하는 가치의 세상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려면?


정답은 남의 가치 기준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비싸 보이는 것도 나에게 정말 필요하고 가치 있다면 과감히 선택하는 것이다. 반대로 모든 사람이 좋다고 해도 나에게 맞지 않으면 거절할 용기를 갖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가격이 아니라 가치다. 그리고 그 가치는 오직 자신만이 정할 수 있다.


남이 정해주는 가격에 속지 말고, 자신만의 가치 기준을 세우는 것. 그것이 바로 이 변덕스러운 세상을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결국 우리가 진짜 사야 할 것은 물건이 아니라 만족이고, 진짜 팔아야 할 것은 소유가 아니라 후회다. 가격은 시장이 정하지만, 가치는 마음이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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