ㄹ-리더

좋은 리더

by 거의모든것의리뷰

리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부터 중요해지는 단어이다. 사실 처음 직장에 들어갔을 때는 마주하는 리더는 그저 결재를 받는 상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리더에 대한 어떠한 주관적인 기준이랄게 없는 상태에서 리더가 어떤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지 명확하게 구분이 가지 않을 뿐더러 비교군도 없이 무엇인가를 말하기 더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집밥만 먹고 자란 아이가 집밥이 엄마의 음식 솜씨가 어떤지 모르는 것처럼 아무것도 모른채, 무언가 불만이 있다면 표현할 수는 없지만 막연한 불만을 가진채 두번째와 세번째 리더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때 알아차리게 된다. 내가 선호하는 리더는 어떤 리더인지, 나를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를 말이다.


훌륭한 리더.


리더를 만나기 전, 훌륭한 리더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이순신이나 세종대왕, 광개토 대왕 등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위인들을 떠올리곤 했다. 우리나라가 가장 광활한 영토를 가졌던 순간, 가장 위험했을 때 극적으로 승전보를 전하며 희망을 준 순간,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을 만들고 장영실을 기용한 성군. 하지만 그들의 업적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조금만 더 깊게 생각을 해보면 그들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잘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리더십의 관점에서는 지금 이시대의 대기업을 만든 기업가들의 리더십이 더 많이 오르내렸다. "이봐 해봤어?" 라는 문장으로 유명한 현대의 정주영 회장, "와이프빼고 다 바꿔라"는 삼성의 이건희 회장 등 그들의 리더십을 한문장으로 표현한 말들은 어떻게 하나의 초거대기업을 만들 수 있었는지를 나타낸다.


사실 그들을 나타내는 문장들은 당대 기업회장의 카리스마이다. 해보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도전을 통해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주위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끌고 나가는 힘을 보여준다. 그를 통해 엄청난 업적을 만들어냈고 우리나라에 산다면 한번쯤은 들을 수 밖에 없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이 나의 리더라면?


하지만 질문을 바꿔보자. 만약 그들이 나의 직속 상사였다면?

실무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옳다는 것을 끝까지 믿고 실행하는 추진력은, 그 아래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부담과 압박으로 다가온다. '될까?' 하는 생각이 가득하고, 매일매일이 어려운 숙제를 받는 느낌일 수도 있다. 최선을 다하겠지만 어느 순간 현타가 올지도 모른다. 정주영과 이건희 회장 같은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결과가 남았지만, 그 뒤에는 수많은 '실패한 카리스마'가 있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의 확신만 믿고 밀어붙였다가 회사와 직원들을 나락으로 빠뜨린 리더들 말이다.


우리가 훌륭한 리더로 기억하는 사람들은 모두 성공한 사람들이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고, 경영학 교과서는 성공 사례의 모음집이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 착각한다. 강한 추진력과 불굴의 의지만 있으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하지만 생각해보라. 만약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 리더와 현실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리더 중 골라야 한다면, 당신은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나라면 후자를 고를 것이다.


시대가 바뀌었다


정주영 회장의 "해봤어?"가 통했던 건 1970년대였다. 모두가 가난했고, 성공의 모델이 없었으며, 시도하지 않으면 평생 가난할 수밖에 없던 시대. 그때는 강한 추진력이 필요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군가 앞장서서 "일단 해보자"고 외쳐야 했다.

하지만 2025년의 직장은 완전히 다르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일하고 있다. 아니, 과하게 일하고 있다. 번아웃 직전까지 와 있으며, 더 많은 압박이 아니라 더 나은 방향이 필요하다. 1970년대에는 '해낼 수 있는가'가 문제였다면, 지금은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해낼 것인가'가 문제다.


좋은 리더


지금의 좋은 리더는 "해봤어?"라며 억지로 끌고 가지 않는다. 대신 방향을 제시한다. 팀원들과 이야기하고 서로를 이해하면서 말이다. 현대인의 가장 큰 문제는 타인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말한다. 직장에서 이 불안은 더욱 증폭된다. 상사의 평가, 동료와의 비교, 승진에 대한 압박. 이런 상황에서 "일단 해봐"라고 밀어붙이는 리더는 불안을 가중시킬 뿐이다.

반면 좋은 리더는 불안을 줄인다. 설득을 통한 소통으로 더 많은 동기부여를 만들고, 그에 대한 보상이 확실하다면 사람들은 스스로 움직인다. 억지로 끌려가는 게 아니라 함께 걸어가는 것이다.


선택의 순간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여러 리더를 만난다.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 조용하지만 든든한 리더, 무능한 리더, 나쁜 리더까지.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내가 선호하는 리더의 유형을, 나를 성장시키는 리더가 어떤 사람인지를.


더 중요한 건, 언젠가 나도 누군가의 리더가 된다는 사실이다. 후배가 생기고, 팀장이 되고,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이끌어야 하는 위치에 선다. 그때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역사책에 나오는 화려한 카리스마를 따라 할 것인가, 아니면 내가 바라던 리더의 모습을 실현할 것인가.

나는 후자를 선택하고 싶다. 누군가의 인생에 한 줄로 기억되는 명언을 남기는 것보다, 그 사람의 하루하루에 작은 힘이 되어주는 리더가 되고 싶다. "그 사람이 내 리더였어"라는 자랑이 아니라, "그때 그 리더 좋았는데"라는 편안한 기억으로 남고 싶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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