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 - 주말 출근

by 거의모든것의리뷰

9황금 같은 주말이지만, 나의 출근은 끝나지 않았다.


주말 출근은 불금 같지 않은 불금을 만들어준다. 금요일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날이다. 건강에는 나쁘지 않아서 그래도 나을 수 있구나 싶지만, 기분은 글쎼...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도 마음 편히 즐기기 어려웠다. 언제쯤 집에 가야 할지, 얼마나 마실 수 있는지 계속 신경이 쓰이는 탓이다. 웃음 뒤에 걱정이 감춰져 있었던 것이다. 분위기가 한창 달아오를 무렵, 안녕을 고한다. 남은 이들의 생사여부는 내일 아침 카톡방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누군가의 한껏 취한 사진이 올라오며 추억은 마무리될 테다. 아무런 기억을 남기지 않은 채 말이다. 잠을 청하기 직전에, 토요일에도 알람을 맞춰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한 달마다 돌아오는 나의 차례였을 뿐이다.


평화로운 아침, 아직 해가 뜨지 않은 무렵 길을 나선다. 평일의 새벽에는 간혹 사람이 보이는 정도라도 토요일의 아침은 고요하고 한산하다. 어제 버스를 기다리며 어정쩡하게 서 있었던 나와 달리, 오늘은 여유가 있다. 한 숨을 깊이 내뱉는데, 어제 마신 알코올 향이 살짝 올라온다. 무심코 밝게 빛나는 것을 달인줄 알았는데, 가로등 불빛이었다. 약간은 허탈하며 버스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회사에 도착하면 평일의 북적함이 보이지 않는다. 평소라면 환하게 빛나는 사무실이 아직 퇴근의 어둠을 안고 있다. 전원 버튼을 누르고 돌아가는 본체의 소음이 사무실의 입성을 실감나게 한다. 아직은 아무도 오지 않았지만, 어느새 군데군데 저마다의 이유를 들고 내키는 시간에 출근할 것이다. 주말 출근의 장점은 바로 이 자유로움과 여유로움이다. 평일의 쫓기는 듯한 우선순위에서 벗어나, 스스로 할 일의 순서를 정하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 급하지 않게. 아무도 말을 거는 사람이 없으니,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틀 수 있다. 요즘 꽂혀 있는 'beautiful things'가 흘러나온다. 잔잔하지만 잔잔하지 않은 시작과, 폭발하는 듯한 클라이맥스의 전율은 알고리즘의 훌륭한 추천이었다.


이왕 온 김에 평일에 못 했던 일들도 하면 좋을텐데 싶지만 다가오는 일들은 그럴 시간이 없다며 다그친다. 이상하다. 분명히 남겨진 일이 별로 없었는데, 일을 처리하다 보면 어느새 점심시간이 찾아온다. 이메일 하나를 답장하면서 관련 자료를 확인하고, 그 자료에서 다시 새로운 질문이 생기고, 그 질문을 풀면 또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흘러갔다. 뭐지, 뭐 했지. 주말이면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동료와 함께 먹는 밥도 좋지만, 혼자 먹는 밥도 가끔은 나쁘지 않다. 카페테리아의 줄이 짧은 덕분에 평소보다 빨리 받은 밥판을 들고 빈 테이블에 앉는다. 유튜브를 켜고, 금요일에 킵해두었던 영상을 튼다. 딱 밥 먹을 시간만큼의 길이의 영상, 완벽한 반찬이다. 멍하니 혼자만의 템포로 흘러간 점심시간은, 오히려 가장 주말답은 시간이었다.


오후에는 평일에 미처 하지 못한 일들을 한다. 이제야 좀 여유가 있다. 아직 해가 환하게 떠있는 지금 딱 하나만 더 보고 퇴근해야지. 'beautiful things'를 다시 튼다. 이것만 보면 나의 주말은 진짜로 시작된다.


수요일 연재
이전 19화ㅇ - 연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