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티, MZ의 반격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부럽지?

by 거의모든것의리뷰

"영포티다 영포티ㅋㅋㅋㅋ"


들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조롱이 한껏 담긴 목소리가 은밀하게 울려 퍼진다. 영포티를 색출하려는 두리번, 본인임을 직감하고 살짝 붉어진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스냅백, 아이폰, 스투시 티셔츠 등 트렌드를 따라가는 어른들에 대한 조롱이 시작되었다. 아무리 20대부터 그 브랜드들을 소비했더라도 그것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트렌드를 따라가려는 한 남자의 몸부림으로 보일 뿐이다.


이것은 단순한 조롱이 아니다. 개인의 취향에 대한 존중 부족도 아니다. 본인과 같은 브랜드를 소비하는 어른들이 불편한 것도 아니다. "요즘 MZ들이란...ㅉㅉ"에 대한 반격이다.


어른들은 MZ 세대를 맘에 들어하지 않았다. 버릇없다, 개념 없다, 힘든 걸 모른다. 직장에서, 명절 식탁에서, 심지어 지하철 경로석 옆에서도 훈계는 멈추지 않았다. MZ는 그 훈계를 조용히 삼키면서도 언젠가는 갚아주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그 기회가 왔다. 아이폰을 두드리며 스냅백을 쓴 마흔 살이 눈앞에 나타났다. 딱히 해를 끼친 것도 아니다. 누군가의 자리를 빼앗은 것도 아니다. 그냥, 젊어 보이고 싶었을 뿐이다. 어쩌면 그 마음이 너무 인간적이어서, 오히려 더 좋은 표적이 됐는지도 모른다. 약점은 언제나 가장 솔직한 곳에 있으니까. 영포티라는 단어 안에는 묘한 계급장이 숨어 있다. 너는 이미 그쪽 세계 사람이 아니야. 나이는 속일 수 없어. 그 선을 넘으려 하면 웃음거리가 될 거야. 선을 긋는 쪽은 언제나 강자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젊음이 강자다.


이상하지 않은가. 평생 젊음은 약자였다. 경험 없다, 철없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젊음이 권력이 되었다. 유행을 정의하고, 문화를 만들고, 심지어 누가 그 문화에 속할 수 있는지까지 결정한다. 사실 젊음에 대한 동경은 하루이틀이 아니다. 진시황조차 불로불사의 영약을 찾기 위해 수많은 이들을 보내고 수은을 먹었다는 소문이 있다. 다만 요즘은 젊음에 다가서는 것이 자본에 의해 구체화되었다. 피부과를 다니고, 비타민을 먹는다. 심지어 유럽에서는 혈액을 정수기처럼 필터링해서 깨끗하게 만드는 방법 등 "불로"를 위해 한 발자국씩 다가가고 있다.


하지만 그 욕망을 돈으로 사기에는 너무 비싼 게 사실이다. 그래서 스냅백 하나로, 스투시 티셔츠 하나로, 조금 더 저렴하게 젊음의 언저리에 닿으려 한다.


결국 영포티 논쟁의 본질은 세대 갈등이 아니다. 나이 듦에 대한 사회적 공포다. 젊음이 곧 능력이고, 트렌드를 모르면 뒤처지는 시대. 어른들이 스냅백을 쓰는 건 그 공포에서 도망치려는 몸짓일 수 있다. 그리고 그 몸짓을 비웃는 젊은이들도, 사실은 같은 공포를 예감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세월이 빼앗아가는 짧은 기득권을 놓기 싫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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