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돼지 국밥 - 안목

국밥의 본질

by 거의모든것의리뷰

부산하면 돼지국밥.


수많은 부산의 돼지국밥집 중에서 미쉐린 가이드를 받은 곳이 있다. "안목"

부산역에 도착하자마자 향한 그곳에서 한시간 가량을 기다려야했지만 그 동안 근처에서 빵도 사고 스벅도 가면서 시간을 보낼 가치가 있길 바랄 뿐이었다. 생각보다는 더 빨리 자리가 났고, 희망을 품고 가는 길에는 안목 외에도 "본점", "신창국밥" 등의 다른 국밥집을 찾아볼 수 있었다. 다만 한가지 신기했던 점은 미쉐린 가이드를 받았다는 안목보다 그 옆의 "본점"의 줄이 더 긴 것처럼 보였다. 캐치테이블이 되는지 안되는지는 둘째였다.


안목에 들어서서 볼 수 있었던 식당의 모습은 정갈한 한정식집에 온 것 같았다. 많지 않은 테이블, 나무 톤의 단정하고 깔끔한 인테리어는 마치 귀한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양반들조차 자주 찾지 않았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국밥은 맛있었다. 간이되어 나온 국물은 인테리어의 느낌과 같이 깔끔했다. 진한 육수와 잡내가 나지 않으면서도 뚝배기조차 다른 국밥집과는 조금 다른 모양이었다. 국밥 안의 고기는 너무 얇아서 뒤에 파가 보일 정도였는데 부드러운 수육, 그 끝에 살짝 남아있는 비계는 식감을 더했다.


다만 소주 생각은 안났다.


돼지 국밥을 먹을 때면 항상 술과 함께였다. 술을 먹은 그 다음날, 해장을 위해 돼지 국밥을 먹거나 술을 먹기 위해 국밥집으로 향했었다. 소주는 국밥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였다. 그런걸 보면 국밥집이라는 상상과 안국은 미스매치였다. 국밥은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다. 자고로 국밥 맛집이라면 시장의 한 구석에서 출발하거나 긴 세월을 품은 간판과 인테리어, 할머니가 등장해야할 것 같은 모습과는 괴리감이 있었다.


들어설 때부터 들었던 뭔지모를 위화감이었다. 안국의 국밥은 국밥의 본질과는 달랐다.


국밥은 원래 그런 음식이 아니었다. 넘어진 사람이 일어서기 위해, 밤새 마신 술을 달래기 위해, 지갑이 얇은 날에도 허기를 채우기 위해 존재하던 음식. 국밥집의 긴 세월이 담긴 낡은 간판과 툭 내려놓는 뚝배기, 친구들과 한 잔씩 주고받던 그 추억과 정겨움이 국밥이라는 음식의 일부였다. 안목은 맛있었다. 하지만 국밥이 지켜온 것들, 그 거칠고 서툰 다정함은 정갈한 나무 인테리어 속에서 조용히 사라져 있었다. 안목의 바로 옆, "본점"의 더 긴 줄은 미쉐린이 발견하지 못했던 본질을 갖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미쉐린이 국밥을 발견했다. 그런데 나는 그 순간 국밥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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