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금의 형평성
삼성전자가 파업을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사유는 성과금 상한 폐지를 위함이었고 그 비교대상은 sk 하이닉스였다.
삼성전자의 파업에 관한 뉴스의 댓글창을 보면 대부분의 반응이 부정적이다. "잘려봐야 정신을 차린다." "로봇으로 대체해야 한다." "회사의 주인은 주주인데 직원한테 돈을 왜 주냐" 등등의 반응들이다.
우리나라에서 파업이라는 단어는 상당히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게, 어릴 때 본 뉴스의 파업은 화염병을 던지고 위험한 곳에 올라가 시위를 하는 등의 폭력성이 가미되어 있었다. 빨간 띠를 두르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부정적으로 방송한 언론의 문제도 있겠지만 지하철이나 버스등의 교통수단 관련 파업이 발생할 때면 겪는 불편함은 평범한 직장인들에겐 짜증만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사건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직장 중 하나로 불리는 삼성전자의 직원들도 그를 알고 있을 텐데 어떻게 파업의 단계까지 나아갔을까를 보면 결국은 형평성의 문제였다.
AI 슈퍼사이클을 타고 날아오른 반도체의 수요는 끝을 모르고 달려가고 있다. 그것이 운의 작용과 함께, 지금까지 다운사이클을 견디며 투자와 기술 연구를 지속했던 삼성과 하이닉스의 집념의 결과일 것이다. 특히 하이닉스는 HBM과 함께 비상을 시작했고, 삼성보다 더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삼성은 HBM이라는 기차를 제대로 타지 못했고, 뒤늦게 따라잡기 위해 노력했고, HBM4에서는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 하이닉스는 연봉의 150%의 성과금을 받을 수 있었고 반면 삼성전자는 연봉의 47%를 받으며 성과금이 3배가 차이 나게 되었다.
이 격차는 성과금을 주는 기준에서 비롯된다.
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직원들에게 다시 나눠주는 것으로 합의를 했지만 삼성전자는 성과금의 기준이 모호하고 연봉의 50%라는 상한 때문에 하이닉스만큼 성과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는 삼성전자 직원들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켰고 파업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사실, 연봉의 50%라는 성과금은 절대적인 금액에서는 적지 않다.
아무런 배경이 없이 "연봉의 50%나 되는 성과금을 받는데도 파업을 한다고?" 생각하면, "잘려봐야 정신을 차린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절대적인 것에 행복을 느끼는 것을 어려워한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형평성이라는 단어는 아주 상대적이다. 형평성은 타인과의 비교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내 연봉 1억+ 원수의 연봉을 10억 vs 연봉 5천만 원이라는 선택지에서 연봉 1억을 선택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처럼, 아무리 우리 아이가 90점을 받아도 옆집 철수가 100점을 받으면 김이 식어버리는 것처럼 상대적인 것, 나의 눈높이에 있는 것과 자연스레 비교를 하게 된다. 때문에 삼성전자의 직원들이 영업이익의 20%를 보너스로 주장하지만 협상을 통해 최소한 하이닉스와 동일한 10%를 받는 것을 기대할 것이다.
왜냐하면 삼성전자의 직원들이 하이닉스의 직원보다 덜 열심히 일을 한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항상 비교하기 일쑤였던 두 형제가 같은 일을 하고도 다른 성과금을 받는다면, 하고 싶을까?라는 관점에서 파업을 보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