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곳
평소에 들어가지 않았던 골목길을 들어간다. 가까이 있지만 심리적으로는 조금 먼 이 길은 평소 다니던 길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구조이지만 새로운 풍경을 맞이한다. 어? 소리가 나오는 바비큐집 하나를 발견한다. 우리 집 근처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못했던 메뉴였다. 이 동네에 산지 어느덧 20년이 넘어가는 이 시점에 오늘의 목적지를 향해가는 낯선 발걸음을 따라 카페도 줄지어져 있다. 꽤 괜찮아 보이는 브런치 카페도 있었고 유럽의 어느 카페를 간판부터 내부까지 그대로 옮겨온 듯한 카페도 있었다. 다음에 한번 이 언저리를 탐험해 보는 것도 꽤 괜찮은 하루의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슬쩍 드는 것을 보면 마음에 들었나 보다.
카카오맵에서는 15분으로 나왔었는데, 새로운 골목길을 두리번거리며 구경하다 보니 생각보다 빠르게 온 것 같은 착각의 맞은편에는 오늘의 목적지가 있다.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나의 위치를 특정해 알려준 카페는 다수의 블루리본이 맛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대형카페만 찾아다니며 노트북을 충전할 자리만 찾았었는데, 오늘의 카페에 다 들 수 있었던 것은 오늘의 주제가 노트북이 아니라 책이었기 때문이다. 살짝은 어두운 분위기가 오히려 책을 보는 데는 조금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해야 하나.
초승달 모양의 검은색 탁자는 특이하게 초승달의 안쪽과 바깥쪽 모두에서 사람들이 앉을 수 있었다. 비록 초승달의 안쪽의 의자는 등받이가 없어 내가 절대로 갈 것 같지는 않았지만 만약 가족과 친구 같은 다수의 사람들이 담소를 나누러 왔다면 누군가는 앉아본다며 시도해 봤을 것 같은 자리였다. 하지만 나는 혼자였기에 초승달의 가장 얇은 가장자리에 짐을 놓고 메뉴를 보러 간다. 무려 4가지의 시그니처 메뉴 중 모카와 크림, 초콜릿이 조화로운 메뉴가 가장 첫 줄에 있으니, 뭐 제일 맛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선택한다.
특별한 것은 아닐 수도 있지만 나는, 커피를 가져다주고 반납하지 않아도 되는 카페를 좋아한다. 라테를 섞어서 주는 카페를 좋아하고 밀크티가 있는 곳을 좋아한다. 그리고 새로운 이 골목의 카페는 우선 커피를 가져다주었다. 괜히 커피가 나올 때까지 흐름이 끊긴다는 이유로 핸드폰을 하며 시간을 녹이는 그 행위가 사라지는 시작이 마음에 들었다. 덕분에 무려 자리에 앉자마자 책을 꺼낼 수 있었다. 그리 두꺼운 책이 아니라 이 자리에서 다 읽는다는 마음으로 첫 장을 펼친다. 10장쯤 페이지를 넘겼나? 이제 막 등장인물의 이름이 익숙해질 무렵 커피가 나온다. 오, 맛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조화로웠다. 커피의 씁쓸함을 크림과 초코로 중화시켜 단쓴단쓴이 입안에서 맴돌았다. 입안은 조금 텁텁해질 테지만 책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당을 충전하기엔 더할 나위 없었다. 다음엔 다른 걸 한번 마셔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