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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의모든것의리뷰 Jul 29. 2024

소나기에서 장마


비가 오는 날이었다. 



'두두두두두두' 


 마지막 수업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순간, 비바람이 창문을 거칠게 두드렸다. 세차게 내리는 비는 그 누구도 밖에 나가지 말라고 윽박지르고 있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얇은 비닐우산은, 비닐이 뚫리는 게 아닐까 걱정까지 할 정도였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갑작스러운 비는 아니었지만 오늘 하루쯤은 비가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직감을 믿는 몇몇 동기들은 허탈은 표정을 지은 채, 수업 내내 창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 가장 밝게 빛나야 할 아이도 어두운 표정을 지은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교수님이 강의실 바깥으로 나가면서 수업의 종료를 알렸고, 1층으로 내려간 사람들의 표정엔 여전히 희비가 엇갈리고 있었다. 우산을 챙겨온 이들은 여유롭게, 이럴 줄 알았다 뜻이 '촥'하는 소리가 이어지며 한 명 한 명 빠져나가고 있었다. 친화력이 좋은 이들은 친구들의 우산을 빌려 서로가 양쪽 어깨를 내주고 머리만 가린 채, 비를 맞고 있지만 덜 맞았다는 동료애와 함께 건물을 빠져나갔다. 해가 길어 바깥이 어두워지지 않을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먹구름이 해의 등장을 가로막으면서 낮과 구름의 알력싸움으로 인해 약간은 어두운 날씨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가장 먼저 내려와 건물을 빠져나가는 모든 아이들의 얼굴을 확인했을 때, 아직 그 아이의 얼굴은 나타나지 않았었다. 원래 이렇게 늦게 내려오는 아이가 아니었는데... 혹시 못 본 새 먼저 간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함이 있었지만 괜히 쭈뼛거리며 조금 더 늦게 내려온 척을 하기로 했다. 



곧이어 아이가 내려온다. 다만 내 바람과는 달리 혼자가 아니었다. 친구들 2명과 함께 엘리베이터가 있는 방향에서 오는 걸 보니 엘리베이터의 타이밍이 좀 안 맞았나 보다. 셋이서 즐겁게 나오는 걸 흘긋 확인하고 기다리지 않은 척, 비를 구경하는 척, 그들이 옆을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아쉽긴 하지만 뭐 어쩔 수 없지, 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를 엿들어보니 한 명은 우산이 없어 양옆의 친구들에게 씌워달라고 애교 아닌 애교를 부리며, 다른 둘은 버리고 간다며 장난을 치는 소리가 가까워져오고 있었다. 



그렇게 세 명의 아이들이 건물 입구를 나가기 10걸음쯤 뒤였을까, 가장 빛나는 아이의 목소리가 다른 두 아이들에게 화장실을 갔다가 간다며 두 아이들에게 먼저 가라고 하며 뒤로 돌아가며 인사 소리가 멀어졌다. 창밖을 바라보는 아이의 표정을 잘못 보았던 것 같다. 친구 두 명을 먼저 보내는 걸 보면 가방에 우산을 따로 가져왔나 보다. 그래도 이왕 이렇게 된 거,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그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 마음이 놓일 것 같아 한 손에 우산을 든 채, 괜히 전화가 온 것처럼 핸드폰을 귀에 대고 입구를 서성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아이가 다시 나를 향해 다가왔다. 아무 소리가 없는 핸드폰을 귀에서 떼며 막 나가려는 시늉을 하는 찰나, 그 아이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나 우산 좀 씌워줘, 우산 안 가져왔어"



조금 큰 우산을 들고 오길 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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