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만에 그 아이와 마주치는 날이다.
일부러 평소보다 더 빨리 일어나서 준비를 했는데, 어제 잠을 늦게 자서 그런가... 잠을 더 잤어야 했나.. 오히려 더 피곤하다. 준비하는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지 오늘따라 왜 이렇게 머리가 내 맘대로 안되는 건지 마음은 급한데, 손이 안 따라주는 게 너무 안타깝다.
침대 위의 옷은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다. 새 학기라고, 대학에 들어갔다고 옷을 샀는데 왜 이렇게 옷이 없는지 정말 알 수가 없다. 몇 번을 갈아입었는지 모르겠다. 머릿속으로도 10분은 넘게 시뮬레이션을 돌리면서 고민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러다가 닥터 스트레인지가 되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많은 가짓수를 생각해 봤지만 딱 맘에 드는 게 없다. 하필! 오늘 같은 날에!
결국 최선이고 싶었으나 차선의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맘 편하게 지각을 할까도 생각했지만 짱구를 더 굴려봤자 거기서 거기겠지 뭐... 포기~!
날씨가 진짜 좋다. 향긋한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정류장을 향해 뛰어간다. 이건 엘리베이터에서 버스 도착시간 확인 안 했으면 백 퍼센트 지각하는 배차 간격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이럴 거면 머리를 안 만졌지!!!라고 생각하지만 발은 이미 힘차게 구르고 있다.
끼~익, 저 멀지 않은 곳에 버스가 멈추려고 하는 게 보인다! 일단 뛴다! 휴... 다행히 버스 기사 아저씨가 조금 기다려주셨다. 머리는 망했다. 아 모르겠다~~ 일단은 숨을 좀 가다듬고 지하철에서 다시 정비를 해야겠다.
오늘 하루 종일 머리 때문에 신경 쓰여서 수업이 눈에 안 들어왔다. 교수님이 뭐라 뭐라고 하셨지만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약간은 멍한 채로 그 아이와 같은 수업을 듣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친구들 사이에 껴서 묻어가야지.. 오늘은 나를 보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 마주치고 싶지만 마주치고 싶지 이 어찌할 바 모르는 마음은 무엇일까 물이나 마시러 가야겠다.
이런 저 멀리 그 아이가 보인다. 마주치고 싶지 않았는데.. ㅠ
'잘 들어갔니?'
'어어! 고마워 우산 씌워줘서'
'에이 뭘 그런 걸로~ 고마우면 인스타 아이디 교환할래?'
'어어? 여기'
'dm 할게! 수업 잘 들어!'
어...? 순식간에 인스타 교환을 했다. 한 게 아니라 당한 수준이었는데? 이렇게 전개가 될 줄은 몰랐다. 아주 신나 보였는데 그 때문일까? 인스타를 뺏긴 느낌이라 물을 마시고 다시 강의장으로 가는 내내 얼떨떨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실감이 났다. 인스타를 구경하는데, 딱히 특별한 건 없는 것 같다. 게시물도 하나도 없고 프사만 덜렁 하나 있는데 내 인스타에는 뭐가 많았던 것 같은데... 괜찮겠지? 너무 옛날 사진들은 가려놔야 하나... 재빠르게 이전에 올려두었던 게시물들을 훑어본다. 지금 수업이 중요한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