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집중력의 한계

by 거의모든것의리뷰

오늘도 12시간 동안 회사를 벗어나지 못했다. 24시간 중 12시간이 회사, 2시간이 통근 시간이라면 남은 시간은 10시간 그중에 8시간을 자면 딱 2시간, 과연 2시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느냐에 관한 물음을 던진다. 책을 읽고 싶은데, 읽고 싶다기보다 읽어야 한다는 강박에 가까운 마음속 깊은 곳에서의 스스로에 대한 압박이 느껴진다.

이번 달에 책을 읽었는가? 아니요.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을 아는가? 예. 그렇다면 왜 책을 읽지 않는가?라는 물음에 기꺼이 답을 하기 위해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을 살펴본다. 이 책들은 한 번씩은 다 읽고 마음에 들어서, 더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기꺼이 돈을 내고 구매를 했지만 대부분이 2번째 선택을 받지 못한 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책 한 권을 뽑는다. "악마와 함께 춤을" 영화 평론가의 우수한 리뷰 덕분에 다시 한번 이슈가 된 이 책은 아주 먼 옛날, 아들러 철학을 담았던 미움받을 용기와 감정에 대해 철학한다는 점에서 읽자마자 금방 빠져들었던 책이다.


오늘은 너로 정했다. 첫 장을 넘겨본다.

꽃이 만발한 정원으로의 초대를 받아 입장한 책의 본문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미 안다고 생각해서는 아닌 것 같다. 다만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활자들의 나열은 이집트의 상형문자만큼이나 해독이 어려워 보였다. 어떤 글자인지는 이해가 된다만 그 의미가 다가오지 않는 느낌. 이것은 의미 없는 독서하는 척일 뿐이었다. 결국 스스로의 '척'에 질려버려 책을 덮는다. 덮는다면 다음으로 할 것은 뻔하다. 핸드폰을 집어 들고 유튜브 속으로 떠난다. 어제와 급격한 영상들의 변화가 일어나 있지는 않다. 하지만 간간히 올라오는 새로운 영상들을 홀리듯 눌러본다.


오늘의 뉴스는 산불이다.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경북 지역 전체를 향해 입을 벌리고 삼키려고 하고 있다. 강한 바람과 함께 산불은 여기저기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으며 쉬이 잡히지 않는 중이다. 산불의 원인이 특정된 것은 아니라고 보이지만 결국 '인재'라는 점에서는 별 다른 반론이 없는 듯하다. 성묘를 했든 담배를 폈든, 누군가의 무신경한 불씨가 사건을 키운다. 실제 산불의 대부분은 인재로 꼭 하지 말라는 곳에서 하는 눈앞의 것에 급급한 사람들에 유감을 표한다.


이런저런 영상들이 스쳐 지나가지만 이 영상들 역시 집중을 하고 보았다기보다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었다"라는 표현이 더 적합해 보였다. 불멍을 때리듯 핸드폰에서 나오는 전자기파멍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착각과 백색소음을 동시에 제공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휴식을 부여한다. 물론 적절한 시간에 핸드폰을 끈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불멍은 나무를 더 넣어주지 않는다면 꺼지지만, 최신 핸드폰의 강력한 배터리는 그렇지 않으니 밤에 잠을 자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 활동은 어쩌면 휴식이라기 보단 회사에서 집중력을 모두 소진해 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무언가에 대한 집중을 하기 싫어지는 느낌이 더 강하게 몰려온 것이 사실이다. 야근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집중력이 한계가 있다는 점, 몸의 피로와 함께 오는 정신적인 피로는 잠이 아니면 어지간하면 이겨내기 힘들다는 점이다.


빠른 듯 느리게 간 2시간 이어 다음에는 20시간을 주오, 책 3권은 읽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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