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를 가는 길

방향

by 거의모든것의리뷰


네이버 지도를 켜고 대중교통을 확인한다. 10분 후 버스가 오고, 판교까지는 20분 정도 걸릴 예정이다. 목적지가 선명하고, 경로가 확실하니 마음이 편안하다.


버스에 몸을 맡기고 창밖을 바라보는 순간, 예상치 못한 생각이 떠올랐다. '판교까지 가는 길은 이토록 명확한데, 왜 인생의 길은 그렇지 않을까?' 지도 앱이 그려주는 파란색 선처럼 인생도 그렇게 단순하게 그려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목적지를 향해 그저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면. 하지만 우리의 삶에서 진정한 '목적지'란 무엇인가? 그것을 정확히 알 수 있을까?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꿈과 목표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치 그것들이 우리의 의지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처럼.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가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방향'뿐이다. 지금 이 순간, 어디를 향해 발을 내딛을 것인지만 결정할 수 있을 뿐, 그 여정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콜럼버스의 이야기는 이 진실을 완벽하게 보여준다. 그는 인도를 향해 항해했다. 서쪽으로, 오직 서쪽으로만 나아가면 인도의 부와 향신료를 만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망망대해를 건넜다. 매일 해가 지는 곳을 따라, 죽음의 공포와 선원들의 반란을 겪으며. 그가 마침내 도착한 곳은 인도가 아닌 아메리카였다. 그는 죽는 순간까지도 자신이 인도에 도착했다고 믿었지만, 역사는 그가 발견한 것이 전혀 다른, 아무도 예상치 못한 새로운 세계였음을 기록했다.


우리 삶의 여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어떤 아이는 노벨상을 받는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으로 수학과 과학을 파고든다. 그 열정은 그를 의대로 인도할 수도 있고, 혹은 전혀 다른 분야에서 빛나는 재능을 발견하게 할 수도 있다. 목적지는 바뀌었지만, 그 방향성이 만들어낸 여정은 결코 헛되지 않다. 물론 일상의 작은 목표들은 다르다. 점심으로 돈가스를 먹겠다는 결심은 일식집으로 향하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한다. 지도 앱을 켜고 판교로 가는 것처럼, 현재와 미래 사이의 경로가 비교적 선명한 순간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긴 인생은 정확한 지도 없이 떠나는 여행과 같다. 무지개를 발견하고 그 끝을 찾아 나서는 여행자처럼,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한 걸음씩 내딛는다. 이 여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 길이 최단 경로인지, 돌아가는 길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고속도로가 항상 빠른 길이라는 보장은 없다. 명절 때는 오히려 한적한 국도가 더 빠를 수도 있고, 때로는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차에서 내려 걷는 것이 더 빠를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다. 콜럼버스가 결국 인도라고 믿었던 땅에 도달해 역사를 바꾼 것처럼, 우리도 끊임없이 나아감으로써 어딘가에 도달할 수 있다.


가만히 앉아 목적지만 바라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곳에 도달하는 사람은 오직 발을 움직인 사람뿐이다. 목적지가 어디든, 그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결국 어떤 의미 있는 곳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때로는 우리가 도착한 곳이 처음 꿈꾸던 곳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놀랍고 값진 발견일 수 있다. 마치 콜럼버스가 인도 대신 아메리카를 발견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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