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많은 것들이 우편으로 전달된다. 선거를 위한 최소한의 공약집이다. 각 후보들이 서로의 특색을 내걸고 파란색으로, 빨간색으로 눈에 띄게 표지를 꾸며 넣은 선거 포스터와 공약집. 20살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선거를 할 수 있었을 때는 그것들을 유심히 보았다. 마치 입사를 하기 위한 경력 기술서와 같은 공약집은 모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사람인지 나와있는 공약집을 통해 대략적으로라도 정보를 알 수 있었다.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각 후보들은 대통령이 되기 위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하겠다"
에서 "무엇"을 맡고 있는 공약의 원조는 우리가 초등학교에서 겪었던 일들, "제가 반장이 된다면 친구들을 잘 도와주고로 시작해, 햄버거를 쏘겠습니다"로 끝나는 말과 동일하게 무엇을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피상적으로 말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데다가, 어렵지 않은 공약들로만 이루어져 인기투표에 가깝지만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 사실 대통력뿐 아니라 모든 선출직도 포함된다 - 우리나라 전체의 방향성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기 기간인 5년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향후 5년, 10년 뒤에도 영향을 끼칠 수가 있어 공약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공약의 방향성도 중요하다.
하지만 방향성뿐만 아니라 공약은 적어도 "최소한 이것은 하겠다"의 약속이 되어야 한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나온 결과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초등학생의 반장선거는 공약이행률이 높은데 반해, 대통령의 공약 이행률은 겨우 50% 를 기준으로 넘는 사람과 넘지 못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저조한 공약 이행률은 지금 후보들이 내놓은 대다수의 말들이 그저 '말'로만 끝나게 되는 것이며,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를 낮추는 일이기도 하다. 10가지 말 중에 5가지 말이 거짓말이 되는 사람을, 집단을 어떻게 믿고 미래를 맡길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뽑아야 하기 때문에, 정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민주주의'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투표를 해야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투표율'에 관해서만 신경을 썼다. 투표율을 높이는 것, 투표에 참여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다. 물론 국민들이 참여를 통해 정치를 만들어 가는 것,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전달되는 것도 중요하다.
실제로 투표율이 증가했으니 이제는 그다음 단계인 어떤 사람을 어떻게 뽑느냐에 대한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누군가의 말만 듣고, 색깔만 보고 뽑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큰 방향성에 대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와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 공약 )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공약에 대한 진실성과 이행 여부를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미국이 시행하고 있는 4년 중임제는 적어도 그다음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공약에 대한 이행률을 따질 수 있으므로 후보들의 '말'들에 대한 검증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가장 위험한 거짓말은 약간의 진실 위에 거짓말을 수놓는 것이다. 뱉은 말을 그래도 80%는 지켜야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