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by 거의모든것의리뷰

늦잠의 달콤함과 월요일에 대한 은밀한 불안이 공존하는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움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뒤섞인 하루. 이런 복잡한 감정은 은은하게 깔려있는 현대사회의 생산성 향상에 대한 압박이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할 것 같다는 마음과 오늘만큼은 쉴 수 있다는 마음이 뒤엉켜 매일 천사와 악마로 나뉜다. 커피잔을 들고 창밖을 바라보면서도, 우리는 은밀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옆 테이블의 사람이 노트북을 펼쳐놓고 있으면 괜히 위축되고, 누군가 책을 읽고 있으면 나도 뭔가 지적인 활동을 해야 할 것 같은 강박이 밀려온다. 천사와 악마의 하루 계획을 놓고 다투는 빅매치는 매주 진행되는데도 명확하게 결과가 나지는 않지만 아마 휴식의 악마가 조금 더 많이 이기지 않았을까? 휴식이 악마인지, 천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일요일, 일주일의 끝이자 시작, 나에게는 일주일의 끝인데 달력에서는 일주일의 시작으로 되어있는 날은 성경에서부터 시작되어 지켜져 온,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휴식의 제도화'의 대표적인 날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 세계의 모든 사람에게 쉼을 강제하는 유서 깊은 휴일이다. 사장님들은 일요일이 너무나도 싫을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정착되어 버린 휴식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일요일에만 휴식을 취했던 것에서 2주에 한번 토요일에 '놀토'라는 이름으로 휴식을 취하고 어느새 토요일에 쉬는 것 역시 당연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주 4.5일제, 주 4일제까지 바라본다.


우리나라는 주 40시간이지만 여러 선진국들은 이미 그 시간을 줄여가고 있다. 프랑스의 주 35시간 근무제, 독일의 유연근무제, 북유럽 국가들의 육아휴직 확대. 흥미롭게도 이런 '휴식의 확장'을 선도한 국가들이 경제적으로도 더 성공적인 모습을 보였다. 휴식이 많을수록 창의성이 높아지고, 창의성이 높을수록 혁신이 일어나며, 혁신이 경제 성장을 이끈다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입장과 휴식의 증대를 통한 국내 소비 증진과 우리나라의 정체된 성장을 휴식의 증가를 통해 내수 증가로 이어지길 바라는 정치인들의 마음이 더더욱 휴식을 결과적으로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AI 도입의 증가로 대다수의 단순 업무들이 자동화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직접 단순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확인 및 감독하는 역할을 진행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경쟁력은 단순히 일을 많이 한다기보다 얼마나 창의적으로 쉴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휴식이 생산성과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핵심 전략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여전히 매주 다투고 있는 천사와 악마처럼 휴식에 대한 생산성 향상에 대한 강박을 늘려갈 것이다. 휴식할 시간이 많아질수록 그 시간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압박도 함께 커지는 것이다. 휴식조차 효율적이어야 하고, 여가조차 자기 계발이어야 한다는 강요가 더욱 강해진다. 그리고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갈림길에 설 것은 꽤 명확해 보인다. 어쩌면 일주일에 하루를 쉴 때는 '쉬어야 한다'라는 의미가 명확했다면 이제 분명히 이름은 쉬는 시간인데 그 시간이 정말 쉬는 시간이 아니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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