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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DA Oct 10. 2021

우울감, 왜 나만 자꾸 꼬이는 것 같지

이번에도 세상은 내편이 아닌갑다

  지난 시간을 열심히 달려왔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주위를 둘러보면 나보다 한참이나 높이 올라가 있는 사람들이 보일 때가 있다. 왜 나만 이렇게 제자리걸음인지 우울해지기 시작한다.


  좋은 남편 만나 시집간 단짝이 심지어 좋은 시부모님을 만나 사랑받고 살며 더 예뻐지고 있다. 대학생때부터 연애를 끊임없이 한건 난데, 나는 왜 아직도 결혼을 못한거지. 내가 45살에 결혼한다던 점쟁이 아주머니의 말이 맞아떨어지는 걸까?


  똑같이 10년을 직장생활을 하면서 누구는 부장, 차장이 되어 90년대생과 씨름을 하고 있다는데 나는 아직 만년 과장이다. 나도 나름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너무 90년대생이랑 잘 맞아서 그런가? 내년 1월 정기 인사땐 승진할 수 있을까?


  내가 아무생각 없이 남편과 놀고 있는 사이, 첫째를 낳아 키우던 친구가 이번에 둘째까지 임신을 했단다. 결혼은 내가 더 먼저 했는데, 나도 뭐 마음만 먹으면 임신을 할 수 있지만 아직은 놀고싶어! 라고 생각하지만 혹시 내가 난임은 아닐까?


  왜 내 주식만 안오를까, 왜 나는 집을 아직 못샀을까. 명품백 하나 욕심낸적 없는데 내 재정상태는 왜 늘 바닥인걸까. 내가 요새 너무 많이 먹은걸까?


  왜 자꾸 나만 꼬이는 것 같지.


  남들만큼 높이 올라가 있지 못하다는 생각은 마치 내 인생이 완전히 꼬인듯 우울해진다. 우리는 보통 내가 사는 인생의 계단만큼 다른사람도 같은 계단을 차근차근 걸어 올라갈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취업 2년 뒤에 결혼하고, 결혼 2년 뒤에 아이를 가졌으니 남들도 그럴줄 알았다. 그런데 그 예상을 뒤엎고 친구가 취업과 동시에 결혼 날짜를 잡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리는 이상하게도 우울해진다. 나는 결혼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이상하게 친구는 모든게 술술 잘 풀리고 있는 것 같다. 이건 친구를 향한 질투라기 보다는, 나는 왜 그러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에 가까운 감정으로 보인다. 


  높이 올라가지 않아도 괜찮다. 아니, 높다는 건 없다. 어느 훌륭한 분이 그랬듯 인생은 누가 먼저 꼭대기에 오르느냐가 아니라 계단을 하나씩 오르는 그 모든 순간이기 때문이다. 원고를 마감할 때에 우리는 시간이 빨리 가버리는 것이 두려운 동시에 마감이 가까워지길 바라는 양가감정을 느낀다. 결국엔 마감이 되면 지금 이 스트레스가 어쨌든 마무리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도 빠르게 마감이 되길 바라는 사람이 아니라면, 무조건 높이 오르려고 노력하려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자신을 빠뜨리지 말자. 그러기엔 우리에게 너무도 쉽게 마감날이 올지도 모르니까.


  우울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는 글에 마감이라니. 다 써놓고 섬짓하다. 이건 지금이 맥주를 반잔 한 새벽 한시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만 우울하기 위해 이제는 자야겠다. 남들보다 좀 늦게 자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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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의학에서 이야기하는 우울한 상태란 일시적으로 기분만 저하된 상태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분 저하와 함께 생각의 내용이 우울해지며 생각의 속도도 느려져 아이디어가 떠오르지도 않고 식욕, 성욕, 수면이 감소하지만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수면 과다나 식욕증가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출처]우울감-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국민건강지식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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