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온 편지

벼랑 끝에서

by jin

통화 다시 들어봤어. 정말 회피형 인간의 말로가 이렇구나 생각했어.

그 잠깐의 시간을 회피해서 얼마나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는지..


네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는지, 그리고 그 고통이 얼마나 깊었는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어.

내 행동과 말이 너에게 큰 상처가 되었고, 그로 인해 삶이 너무 힘들어졌다는 걸 이제야 더 깊이 알게 된 거 같아.


내가 너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어. 너의 외로움과 아픔을 외면하고 무심하게 대했던

순간들이 후회돼. 그때마다 네가 혼자서 감당하고 누구에게도 기대지 못한 채 마음속에 쌓아두고 곪아가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처음이야 너를 생각하며 눈물이 나는 거..


내가 내 방식대로만 생각하고 너의 입장에서 공감하지 못한 점, 가족으로서 함께해야 할 순간들에 소홀했던 점 진심으로 사과할게.

네가 느꼈던 외로움과 상실감, 그리고 나와의 관계에서 오는 절망이 얼마나 컸으면 그런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었는지 내 책임이 크다는 걸 인정해.


내가 너의 곁에 있으면서도 외롭고 내 반응이 더 큰 상처가 되었다는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아..

내가 너의 편이 되어주지 못하고 오히려 힘들게 했다는 사실이 너무 미안해..


앞으로 내 생각만 고집하지 않고 너의 마음을 더 잘 듣고 이해하려고 노력해 볼게.

네가 힘들 때 내게 기대고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게 노력해 볼게

아이와 너에게 더욱 따듯한 가족이 되도록 변화할게.


지금까지의 내 부족함을 용서해 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진심으로 미안해.

네가 얼마나 그동안 힘들었는지

얼마나 외로웠는지 아주 아주 늦게 알아차렸지만 부디 내 진심이 조금이라도 전해져 너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렸으면 좋겠다.


네가 얼마나 나에게 소중한 사람인지 앞으로 너의 곁에서 함께 아파하고 함께 웃을 수 있는 남편이 되도록 노력할게 미안하고 사랑해.



너의 진심어린 편지에도 불구하고 우린 다시

벼랑 끝에 서 있어..

우리 15년 부부인연은 어떤 길로 가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