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엄마와 사춘기 초읽기에 들어간 아들
나는 생각이 많고 예민하다.
"생각 좀 그만해"
"너는 생각에 너무 매몰되는 것 같아"
"넌 너무 예민해"
지금이야 결혼하고 아이 낳고 허물없게 지내는 이가 가족뿐이라 가족에게만 듣는 얘기지만
결혼 전엔 친구. 직장상사. 그 밖에 지인들 할 것 없이 나와 좀 알고 친분이 있다 치면 쉽게 듣는 얘기였다.
이런 내 기질을 나의 외동아들이 똑 닮았다.
예민한 기질은 나를 닮았는데
취향이 안 맞으니.. 이건 뭐..
아가 때는 그렇게 쿵짝이 잘 맞을 수가 없었는데.
아이가 머리가 크고 사춘기가 스물스물 오니
서로가 이렇게 웬수일 수가 없다.
상처 주고 상처받고 같이 울고 사과했다 또 얼마 안돼 반복..
무던하고 둔한 건 곰도 이길 남편은 '쟤들은 맨날 왜 저럴까..'싶을 것이다.
가운데서 등 터지는 새우꼴인 남편이다.
아들.. 와중에 멋은 얼마나 부리는지..
얼마 전 학교 행사로 가서 보니 전교생 중 장발로 단연 눈에 띈다. 어르고 달래 앞머리라도 다듬으며
보냈는데... 그 마저도 전쟁이니 포기하고
파마로 회유 중이었는데..
오늘 아침 등교 준비 중 멋쩍게 하는 말이
선생님께서 '선생님이 지민이(아들) 엄마면 잠잘 때 몰래 가서 조금씩 잘랐을 거라' 하셨단다.
아이가 영향을 받았는지 파마를 하러 가기로 확답은 받았는데 선생님께 감사하면서도
창피하다..
아이 앞머리가 눈을 덮은 지 한참인데 신경 안 쓰는 엄마라 생각하신 건 아닐까...
하고 싶단 스타일을 두 시간쯤 검색해서 예약한 미용실에 왔는데 이번엔 미용실 원장님이 아이가 세안제를 쓰나요? 이마에 여드름이 많던데.. 안 쓴다더라고요, 짜면 나올 것 같은데..
멋쩍어서 웃다가
"세안제를 쓰라는데도 안 쓰는 날이 더 많더라구요~" 했다.
한 달이면 한두 번 쓸까 말까일 거다.
아마 아이는 미용실 원장님 말을 듣고 세안에 신경 쓸 것이다.
득인데..
민망함은 어쩔 수가 없다..
아이 한 명 키우는 미숙한 엄마지만,
아이 하나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옛말처럼
엄마의 부재때 해주는 주변 어른들의 말이
만만한 엄마의 잔소리보다 효과직빵일 때가 많다는 걸 종종 느낀다.
우리 때 울고 떼쓰면 "이놈~~ 이놈 아저씨 온다" 주위에서 추임새를 넣어 엄마에게 힘이 되어 주듯이.
지금은 이것조차 힘든 개인주의 시대가 되어가는 것 같아 쓸쓸하지만..
나도 귀찮아 가길 미루는
미용실에서 아들펌 기다리며 쓰는 글이다.
자꾸 아프다.
패턴을 잃기 싫어 몸살기에도 감기약을 먹고 심박수가 180이 넘어도
뛰었는데,
미루다 간 병원에서는 자꾸 별 처치를 다 한다.
자꾸 그러니 더 아프고 더 쳐지고
긁어 부스럼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이젠 그럴 나이라 그런 건가.
내가 간 곳들이 그런 건가.
동네가 그런 건가.
아님 너무 오래 감사함을 잃고
자꾸 '문제'를 없애는 데만 초점을 맞춰서 그런가..
그런 거 같다.
어느 천재 가수의 가사처럼
상자에 든 도둑을 찾는 꼴이었다.
꽤 오랫동안 그게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였다.
매일이 감사하던 그때보다 더 가졌고 더 이루었는데
그랬다
자꾸 병원에 가고 약을 사는 날이 늘었다.
빈번하게 놓치고 잊어버리지만 다시 상기한 순간에 감사하며. 다시 줄을 잡고 천천히 걸어가야겠다.
P.S. 오늘 새로이 알게 된 사실!! 아들 머리얘긴 담임 선생님이 아니고 학원 미술 선생님이었다.!!
그러고는 "엄마 담임샘이었으면 당장 잘랐지! 샘은 그런 얘기 안 하셔" 한다.
그래.. 아들 그래도 눈치는 있구나..
간식 먹다 우연히 나온 얘긴데 계속 몰랐을 뻔했다. 이래서 그럼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아들 얘기는 자꾸 캐묻게 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