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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자 생각 Nov 05. 2023

투자순서에 대한 생각

'빚져서 빚을 태우는 것'이 빈곤해지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다. 


지금까지의 투자 과정을 복기했다. 그러다 문득. 첫 투자를 했을 때로 돌아가 투자를 하는 상상을 했다. 나의 생애 첫 투자는 주식투자였는데, 분명 더 좋은 선택지가 있었다.  그렇다. 분명 이상적인 투자 순서는 존재한다. (물론, 아래 내용은 소비 통제가 가능한 종잣돈을 모은 사람에 한한다.)


나 역시 그랬던 것처럼. 대부분의 투자 입문자들의 첫 투자처는 시드머니가 크게 필요 없는 주식과 코인이다. 당연하다. 종잣돈을 모으긴 힘들고, 큰돈이 들어가는 부동산 투자는  나와 평생 관계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투자에는 순서가 있다. 반드시 '내 돈이 적게 들고 남의 돈이 많이 들어가는 투자'를 먼저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레버리지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무작정 빚을 지는 것은 위험하다. 대출이자와 자신의 소득 대비 대출 비율도 고려해야 한다. 한마디로 장기 저리의 안정적인 레버리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전제는 있다. 그리고 그러한 투자는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이 유일하다.



조금 더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보자. 


첫 투자를 부동산으로 시작한 A와 첫 투자를 주식으로 B가 있다. 둘의 나이는 30살, 종잣돈은 5000만 원으로 동일하고 서울의 직장을 다니며, 60만 원의 월세방에서 지낸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둘 다 기분 좋게 투자에도 성공했다. 


1) A는 5000만 원 종잣돈으로 실거주용 아파트를 찾기 시작한다. 마침 인천과 경기도 외곽에 24평형, 20년이 되지 않은 컨디션의 3억 이하 매물들이 즐비하다.


-  A는 인천에 매매가 2억 5천, 지하철로 서울을 1시간 이내에 출퇴근이 가능한, 24평형 매물을 특례 보금자리론(40년간 원리금 균등 상환, 생애 최초 LTV 80%, 금리 4.3%)을 이용해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 A는 월상환액은 약 90만 원에 실거주 가능한 아파트의 소유권을 얻게 되었다. A가 기존에 서울에서 살던 원룸의 월세가 60만 원이었으니, '실질적으로 월에 30만 원의 이자를 추가로 부담'하는 조건으로 아파트의 소유권을 얻었다. 


2) B는 5000만 원의 종잣돈 중 절반인 3000만 원을 우량주에 투자하고 2000만 원은 예금통장에 넣기로 한다. (경험상 첫 투자금 5000만 원 중 1000만 원만 주식투자해도 간이 크다. 그리고 5000만 원을 모두 투자할 경우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리적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나는 부동산 말고, 자기가 가진 돈의 전부를 투자에 활용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3) 2년 뒤, A가 매수한 주택의 가격은 20%(실투금 대비 100% 상승) 올라 3억이 되었고, B가 매수한 우량 주식은 100%가 올라 6000만 원이 되었다. A가 그동안 부담한 이자와 매도, 매수 시 세금 등을 2000만 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A와 B가 가진 순수익은 3000만 원으로 동일하다. 



여기까지 보면, 굳이 레버리지 위험하게 리스크를 감수한 A보다 B의 주식투자가 안전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B가 2년 동안 100% 수익을 올렸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위 사례의 A의 부동산 투자 성과가 그냥 성공이라면 B의 주식 투자 성공은 대박이다. 


투자의 귀재 버핏의 1년 수익률이 20%인 것을 감안했을 때, 처음 투자를 시작한 B가 2년 동안 주식투자를 통해 100%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은 현격히 낮다. 하지만 부동산으로 2년 동안 매가가 20% 상승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자주 있다. 하물며 그 투자로 실거주까지 가능하다면 기능적으로도 완벽하다. 


요즘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직장인들은 점심값이 부담스러워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하지만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 외식물가가 비싸서 도시락을 먹는 것으로는 빈곤이 해결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인플레이션 상승률 만큼 상승하는 자산을 빚져서 사는 것뿐이다. 그래야 빚을 태울 수 있다. 물가가 오를 수록 내가 빌린 대출금의 가치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돌아간다면 '실거주를 위해 빚지는 쉬운 투자'부터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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