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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자 Jul 30. 2018

여자 혼자 여행은 좋다.

여자 혼자 여행하기 좋은 곳




참 오랫동안 혼자 여행을 했다. 한 10년은 된 것 같다.

처음부터 자의적으로 선택했던 여행은 아니고.

회사를 다닐 땐 친구와 여행 스케줄을 맞추기가 힘들었고,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여행을 다닐 땐 친구들이 다 결혼을 한 데다가

나의 여행 일정이 길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난 원하든 원하지 않던 "여자 혼자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 혼자서 여행을 간 곳은 여행 만랩이라는 인도였다.

그것도 긴긴, 혹은 짧았던 3개월.

그땐 지금보다 10년이 어렸고, 여행 경험도 많지 않아서 인도의 거칠고 다른 환경에서

말도 안 되는 사건에 매일 부딪혔다. 살아남기? 위한 눈물겨운 고군분투가 이어지던

그 시간이 지금은 시트콤 같은 추억으로 남겨졌다. 감정 기복이 심한 내 성격으로 남들보다

더 스펙터클한 여행이 되었다.


요즘 여행하며 점점 게을러지는 그리고 현저히 떨어진 체력을 보면 그때 인도를 다녀온 건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인도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가기를 추천한다.

한국과는 너무 다른 삶의 모습에 느끼는 것도 많지만, 고생스럽기도 하니까.







그렇게 혼자 여행을 반복하게 되며

낯선 사람들의 경계를 조이거나 푸는 방법. 처음 본 사람들과 어색하지 않게 어울리는 방법

그리고 같이 여행한 사람들과 이별하는 방법 등 여러 상황들이 나를 훌쩍 성장시켰다.

난 지금도 철이 없지만, 어릴 땐 참 제멋대로였다. 

여행이 가르쳐준 사람과의 관계를 배우지 못했다면 지금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그 후, 미국에서 약 1년, 하와이와 홍콩에서 또 1년, 지금은 말레이시아에서 여러 해...

여행이라고 하기엔 긴긴 외국 생활이 이어졌다. 환경, 문화, 언어가 전혀 다른 나라에서 

겁 없이 지금까지 이렇게 살고 있는 건,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에겐 모험담처럼 남은

긴 인도 여행이 기폭제가 된 것이 아닐까 한다.








혼자 여행을 생각하니 여자 혼자 여행하기 좋은 곳으로 추천하고 싶은 곳이 속속들이 떠오른다.


1. 태국의 아유타야

2. 미얀마의 바간

3. 발리의 우붓

4. 스리랑카의 갈레

5. 체코의 프라하



추천지를 쓰고 보니 좀 다행이다 싶다.

혼자 여행지로 추천하는 곳들이 비교적 가까운 곳들이고,

여행비가 약간은 저렴한 곳들이기도 하다.

근대 이곳들의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면 조금은 쓸쓸한 것이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혼자 있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생각하며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프라하는 성향이 다른 면에서 여자 혼자 여행지로 추천이 되었지만 1~4번은 그렇다.







반대로 여자 혼자 제발 가지 말라고 말리고 싶은 여행 비추천지도 있다.


1. 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

단체, 가족 여행자들 위주의 여행지로 혼자 여행사는 사람이 설 자리가 없다.


2. 호주의 태즈매니아

너무 아름답지만 섬에 사람이 너무 없어서 고독사 할 것만 같았다. 가족이라 그룹으로 가기를 추천한다.


3. 마다가스카르

혼자 여행하기엔 너무 고되고 위험해서 여행의 동반자가 절실히 필요한 곳이다. 


4. 호주의 케언즈

둘이서도 조금은 따분했던 여행지. 혼자 왔으면 정말 큰일이었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갔을 때가 겨울이어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5. 하와이의 카우아이

너무나 멋진 절경이 이어져, 이런 곳을 혼자 보는 게, 이곳에 혼자 있는 게 많이 슬퍼서 눈물이 나던 곳이다.

여행은 나눌 사람이 필요하다는 걸 절절히 느끼던 곳. 친구와 다시 갔을 땐 그 절경을 온전히 아름답고 행복하게 가질 수 있었다.







혼자 여행을 하는 게 좋은지에 대한 질문을 참 많이도 받았더랬다.

나의 대답은 혼자 여행은 좋다. 성향에만 맞는다면 말이다.

혼자라서 할 수 있는 것. 혼자이기 때문에 해야 하는 것. 혼자라도 하고 싶은 것.

여행 중 맞닥뜨리는 여러 상황들이 혼자라서 편한 것들도 많다.

피곤하면 여행을 좀 늦추고, 배고플 때 먹고, 내 마음대로 일정을 변경해도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것들.



또 좋은 것은 여자 혼자이기 때문에 상대가 쉽게 호의를 베푸는 일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걸 의도적으로 이용할 생각은 한 번도 없었지만, 덜렁거리는 나를 챙겨주는 하늘이 보내준

고마운 인연이 여행 중 참 많았다는 것. 항상 감사하다.

혼자 여행하면서 어려운 일을 극복하지 못했더라면 나의 여행은 어쩌면 직작 멈춰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행히 여행 중 닥친 일들이 웬만하면 혼자 혹은 주변 사람의 도움으로 해결이 가능했고, 크게 험한 일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렇게 여행을 할 수 있는 거겠지.









다만, 요즘에 살짝 마음이 흔들흔들 한 건...

이미 여행을 오래 혼자 했고, 근 2년 전부터는 살짝 외로움이 더해져서인 듯하다.

어느 날 너무 좋은 곳을 혼자 볼 때, 여행이 싫어진 순간이 문득문득 찾아왔다.

그러다 알게 된 건. 너무 예쁜 곳, 너무 멋진 곳을 혼자 보고 있을 때

급히, 그리고 깊게 외로움이 온몸을 휘어 감는다는 것이다. 

여행의 절정에 다다랐을 때 집에 빨리 가고 싶은 기분이 찾아온다.

이게 바로 여자 혼자 여행의 주의 사항이다.



너무너무 멋진 곳, 너무너무 가고 싶던 곳. 그런 곳은 혼자 가지 말고 누군가

여행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하기를 추천한다.

여자 혼자 여행할 땐 외모를 가꾸고 드레스업을 해야 하는 곳보다는 

약간은 센티하게 감정의 허세를 부려도 전혀 이질감 없는 풍경이 함께하는 게 

좋은 여행지 일듯하다. 내가 굳이 꾸미지 않아도 이 공간 안에서는 마치 주인공처럼 보이는.

(이건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다. 나는 평소 드레스업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이라. 매일 드레스업을 하고

나가는 사람들은 공감을 못 할 수도 있다.)



결론은 혼자 여행은 혼자라서 좋은 것들이 참 많다는 것.

다만 해봐야 하는 거니까 가기 전부터 걱정일랑 집어치우고

일단 떠나보자.

혼자 있을 때 온전한 나를 볼 수 있고, 사건에 부딪히며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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