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함이 만들어준 것
결심은 월요일에 한다.
이번 달부터 적금 넣어야지. 이번 주부터 지출 줄여야지. 다음 월급부터 투자 시작해야지. 월요일의 나는 단단하다.
금요일이 되면 달라진다. 한 주가 피곤했고, 주말에 뭘 사고 싶고, 이번 달도 빠듯하고. 월요일의 결심은 금요일의 감정 앞에서 조용히 사라진다.
의지로 반복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그런데 나에게는 한 번도 빠뜨리지 않은 게 있었다.
모기지.
부동산을 살 때 80%를 대출로 샀다. 매달 모기지 상환금이 나갔다. 원금과 이자. 한 번도 안 낸 적이 없다. 안 낼 수가 없었다. 안 내면 집을 잃으니까.
결심이 필요 없었다. 의지도 필요 없었다. 그냥 빠져나갔다. 매달, 같은 날, 정해진 금액이.
그 대가는 있었다.
자산은 6채까지 늘었는데, 생활은 팍팍했다. 월세 수입은 모기지, 관리비, 재산세로 거의 다 나갔고, 남는 건 거의 없었다. 우리 집 생활비는 남편 월급 하나에 기대고 있었다. 외식 한 번이 고민이 되는 날도 있었다.
자산이 10억이든 20억이든, 일상은 똑같았다. 분명 부자가 되어가고 있는데, 삶은 왜 이렇게 그대로일까. 그때는 그게 잘못된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 팍팍함이 시스템이었다.
매달 빠져나간 모기지 상환금은 사라진 게 아니었다. 원금이 줄어들고 있었고, 에퀴티는 늘어나고 있었다. 집값은 조용히 올라가고 있었고, 그 위에 레버리지가 얹혀 있었다. 20%만 넣었는데 100%가 올라가는 구조.
내가 매달 힘들었던 이유는, 그 돈이 강제로 자산에 쌓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쓸 수 있는 돈은 없었지만, 쌓이는 자산은 멈추지 않았다.
만약 모기지가 아니라 내 의지에 맡겼다면?
"이번 달은 좀 쉬자." "아이들 학비가 나가니까 다음 달부터." "시장이 안 좋으니까 잠깐 멈추자."
빠뜨렸을 거다. 반드시. 합리적인 이유를 만들어서.
그런데 모기지는 내 사정을 듣지 않았다. 감정과 상관없이 빠져나갔다. 그게 불편했지만, 그래서 작동했다.
시스템이란 그런 거다. 내가 매번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감정과 상관없이 실행되는 것. 내 사정에 맞춰주지 않는 것.
그 불편함이 쌓여서, 자산이 됐다.
결심을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한 번 올라탄 구조가, 감정 대신 결정을 내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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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여러 번 흔들렸다. 그게 정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