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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렉사이다 Sep 07. 2017

세상에나 아부다비(1)

1st ~ 3rd SEP 2017

이번 인도출장에서 계획을 세운 것이 몇가지가 있다.


책을 많이 읽자

다리를 찢어보자 (스트레칭을 매일 해보자)

그리고 여행을 가자


기본적으로 게으르다. 그래서 주말이면 집에 딩굴거리는 것이 최고의 휴식이었는데

이번에는 부지런해지고 싶었다. 한달이 조금 넘는 기간동안 최소 2개의 여행을 계획했는데

그 첫번째가 바로 아부다비였다. 두바이를 계획했으나, 직장동료 JI가 아부다비를 추천했다.

그녀의 안목을 높게 사므로, 별다른 의심없이 아부다비로 결정-


지난번 바라나시를 같이 갔던 동료들과 함께 이번 아부다비도 같이 가기로 했다.

비행기 티켓팅을 하고 가서 액티비티(사막투어)를 결정하는 것은 내가

숙소는 제시가, 맛집과 로컬에서의 교통편은 각각 니나와 에이미가 챙겼다.


두번째 여행이서 그런지 R&R이 명확하다.


금요일 밤에 출발해서 일요일 오후에 오는 2박 3일, 시간으로는 48시간도 채 안되는 시간-

꼭 해야할 것과 해도 좋을 것을 리스트로 추리고, 액티비티까지 예약한 후 여행 준비는 끝.


인도에 도착한지 3일만에 다 정리하고, 바로 그 주 금요일에 떠나는 일정이었다.

세계어디나 금밤퇴근은 최악의 교통상황이지만 부지런히 출발하는 탓에 생각보다 빨리 공항에 도착했다.


라운지에 가고 싶었으나 빠듯한 시간으로 조를 나누어 나와 제시는 와인을 사러, 에이미와 니나는 비행기에서 먹을 음식을 사러 갔다. 에어인디아 음식은 너무 맛이 없었기 때문, "인도"음식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맛이 없다.......


나누어 미션을 수행하고 비행기 게이트로 가는데, 거짓말안하고 15분정도를 꼬박 걸었다. 부지런히 갔는데도 15분이 걸렸다. 가장 끝에 있던 게이트- 하....


와인조가 먼저 도착하고 밥조가 그뒤에 도착했는데 계란찜이 든 서브웨이와 내가 부탁한 감자튀김을 사왔다. 비행기 안에 고소한 튀김냄새가 진동하는게 신경쓰이긴 했지만 너무 맛있잖아-




아랍어처럼 생긴 영어폰트


3시간 30분쯤 걸려 아부다비 인터내셔널 공항 터미널2에 도착했다.


터미널 1번이나 3번은 크기가 커서 출금도 할 수 있고 버스도 탈 수 있었는데 결국 터미널2에 도착-


텅텅 빈 이미그레이션을 향해 뛰어서 가장 먼저 여권을 제출 했지만, 한국인이라 당황한 직원이 연신 코리아를 외치면서 옆에 동료에게 도움을 청했다. 어떻게 처리하는지 몰랐는지, 한동안 해메다가 결국 한국인 4명은 이미그레이션 뒤쪽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우리말고도 러시아인? 체코인으로 보이는 사람도 함께 있었는데 이미그레이션 직원은 전화를 한참 돌린뒤에나 방법을 찾았는지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인도에서 출발해서 도착하는 터미널2 직원들이 한국인의 이미그레이션을 어떻게 처리할지 몰랐던 상황이었던 것 같았다.


덜컥 겁이 날 수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직원분이 (느끼하게) 환영한다고 연신 말을 해주어서 유쾌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었다.


문밖으로 나갔더니 역시나 택시아저씨들의 영업이 들어온다. 120디르함, 한화로 하면 약 3만 7천원 정도

4명이 30분이내로 호텔까지 이동하는 비용이라, 비싼건 아니지만- 호구의 전형과 같은 외관을 가진 우리에게 정가를 불렀을리 없다고 생각, 다시 터미널안으로 들어가서 헬프데스크에서 시내까지 택시비가 얼마 나오냐고 물어보니 60정도- 역시, 


다시 위풍당당하게 나와서 택시기사들이랑 협상 시작, 4-5명이 우르르 모여들어서 무조건 120이라고 외친다. 협상을 잘하는 에이미가 웃기지 말라고, 내 친구가 여기서 가는게 50이라고 하더라고했더니 택시기사가 그 친구에게 전화해보라고 한다. 진짜 대단한 협상가와 뻥카의 만남.


결국 되려 크게 소리치던 아저씨는 떨어져나가고 그 사이에 조용히 있던 아저씨와 80에 딜하고 택시 타고 호텔로 향했다. 여유로운 실내, 기분좋은 냄새, 운전자석에 있던 타블릿에 기사 사진과 택시등록증이 띄어져있었고, 미터기가 올라가고 있었다. 인도에서 경험하지 못한 쾌적하고 안전한 기분- 호텔에 도착할때쯤 미터기를 흘깃 보니, 70이 살짝 넘어가있었다. 


호텔의 아이콘 샹드리에


인도의 숙소도 좋지만, 호텔에 비할까-

천장에 설치된 화려한 조명들을 보니, 괜시리 마음부터 설렌다.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 앞에서 방배정을 했다. 뭐 간단하게 대댄찌? 나와 제시가 한방, 에이미와 니나가 한방을 쓰게 되었다. 인도 숙소에서도 제시와 같은 방을 쓰고 있는데, 운명인가보다고 킥킥대며 방으로 입장했다.


잘 정돈된 호텔방, 방한구석 자리잡고 있는 스탠드와 폭신해보이는 소파- 일단 침대에 드러눕고 보는데 제시가 초콜렛을 발견했다. 공짜일까 확신하지 못하는 그녀에게 웰컴초콜릿인가 했는데, 결국 그녀는 용감하게 패키지를 찢어내고 초콜렛을 입에 넣었다. 얼마 안가서 그것은 미니바 상품이라는걸 알게됬지만...


면세점에서 레드와인2병과 제시를 위한 샴페인1병, 그리고 니나를 위한 미니위스키들을 사왔는데, 레드와인 1병은 바로 도착한 날의 밤를 위한 거였다. 잘 준비를 하고 모인 3명이 와인잔을 부딪쳤다(술을 안마시는 제시를 빼고). 세상에나 우리가 아부다비에 와버리다니...



와인을 마시면서 대충 정한 첫날의 계획

- 헬스장가기, 루프탑 수영장 구경(수영복을 준비하지 못했으므로)

- (수영복을 사기 위해) 근처 유명한 몰에 가기

- 니나가 알아본 유명한 바베큐집 가기

- 밥먹고 다시 돌아와서 새로산 수영복 입고 수영하기

- 시간맞춰서 사막투어 가기



아침에 눈을 뜨니 부지런한 제시는 벌써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눈을 떴다 감았다 욕실에서 제시가 나오길 한참 기다렸다. 기다리다가 욕실근처로 가보니 그녀는 이미 방에서 나갔던것, 아마 잠깐 잠들었던 사이에 제시가 방에서 나가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나보다. 운동할 준비를 하고 문밖으로 나서는데 마침 니나와 에이미도 방을 나서고 있었다. 헬스장에서 열심히 운동하는 제시를 만나고, 일단 루프탑 수영장으로 이동했다. 생각보다 작긴 했지만 놀기에는 충분- 몰로 출발하기로 정한 시간인 10시까지 1시간이 좀 모자른 시간이 남았고 나는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기로 했다. 왠지 호텔 헬스장이라 그런지 운동이 더 신난다. 시설은 한국에서 다니던 헬스장이 압도적으로 좋지만 전면유리창을 통해 아부다비 전경을 바라보며 운동하는 기분이란- 



약속한 시간이 되었고, 우리는 서둘러 택시를 타고 호텔을 나섰다. 

도착한 마리나몰은 컸고, 그 앞에 있던 관람차도 아름다웠다.

몰오픈시간에 맞춰 도착해도 그렇지 실내에 사람이 너무 없었...아니 토요일인데..?




당장에 쓸 저렴이 수영복이 필요한지라, 매장 내 H&M으로 향하는 길에 스타벅스가 보이자 자연스럽게 모두 스타벅스로 가서 주문- 커피에 당근케이크, 과일샐러드까지 야무지게 챙겨먹었다. 먹으면서 버스투어를 한참이나 살피던 에이미가 버스투어를 하고 싶다고 했고, 다시 일정을 조정한 뒤 1시간뒤에 크루즈투어(버스투어에 포함)를 하자고 하고 쇼핑에 나섰다. 간단하게 30분정도만 쇼핑을 하자고-


하지만 30분은, 3시간이 되었다. 크루즈 투어를 포기하는 것은 사실 대단한 결정도 아니었다. 생각보다 볼게 많았던 H&M 매장덕에 정신없이 사방으로 각자의 스타일대로 구경하면서 떠날 시간이 다가와도 쇼핑을 멈출지 몰랐으므로 자연스러운 눈빛교환으로 정리되었다.


쇼핑이 끝나고 식당으로 이동했다. 쇼핑몰 앞에 택시들이 정갈하게 기다리고 있어서 이동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식당에 빠르게 도착했고 바베큐모듬(?)과 해산물모듬(?)을 시켰다. 메뉴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뒤져봐도 맥주는 없었다. 세상에 고기를 먹으면서 어떻게 맥주없이 먹을 수 있지? 아쉬운 마음에 세븐업을 마시는 것으로 했다. 창밖으로 아부다비스러운 건물들이 보였는데, 이게 진짜 실화냐 싶었...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빵들과 (졸맛탱) 후무스가 나왔다. 인당 1그릇씩 인심 후하게 세팅이 되었는데 새그릇처럼 비워냈다. 곧이어 바베큐가 나왔는데...



인생 양갈비..그냥 너무 맛있다. 니나가 블로그에서 찾고 결정해서 방문했는데 혹시나 하는 불신의 마음이 있었으나, 뭐 아부다비 식당에서 한국인대상으로 블로그마케팅을 할리가 없었을테니, 이것은 순수한 추천맛집이었나보다. (그래서 그런지 식당에는 유독 한국인들로 구성된 테이블이 많았다.)


배부름을 조절하며 해산물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거 영 나올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족히 30분은 기다린것 같은데 조급한 눈빛을 보내는 나에게 매니저는 자꾸만 곧 나온다는 사인을 주고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더이상은 못참겠어서 말을 걸었더니 10분이 걸린다고- 


결국 뒤늦게 튀김이 나왔고, 뭐 튀김은 사실 어디나 맛있긴 하지만 이미 식욕의 흐름이 끈긴 탓에 맛만보고 포장해서 호텔로 서둘러 향했다. 식당 밖에 택시가 설것 같지 않아서 데스크에 택시 좀 불러줄 수 있냐고 했더니 그런건 안한단다. 그냥 나가서 잡으면 된다고- 밖은 타버릴듯한 태양이 내리쬐고 있는데, 저리로 나가서 언제 올지 모르는 택시를 기다려야 한다니..


길가에 나가자마자 지나가는 택시를 향해 손을 막 흔들었더니 선다. 헐- 단박에 빈차를 잡다니.

(나중에 알고보니 지금은 비수기라고)


호텔로 돌아가서 빠르게 수영복을 갈아입고 루프탑으로 올라갔다. 우리가 수영을 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0여분- 하지만 포기하지 않겠어- 크루즈투어와 맞바꾼 수영복쇼핑이었으니까.



겨우 몸만 적셨다가 방으로 들어와서 사막투어를 갈 준비를 하고 로비에 내려왔다. 사막투어를 예약하고 메일로 커뮤니케이션했었는데, 호텔로 3시 30분에서 4시까지 픽업온다고 했는데 3시 57분이 되도 메일 한통, 전화한통없으니 또 불안감이 슬슬 올라온다. 회전문이 돌아갈때마다 호텔 정문을 응시하고 있었는데 기가막히게도 정확히 3시 59분에 종이를 손에 쥐고 누군가를 찾듯이 로비로 들어오는 남성분을 발견했다. 뚫어지게 그를 보고 있으니 그가 바로 다가와 이름을 확인했다. 


7인승 밴이었고 맨 뒷자석에는 홍콩에서 온 2명이 앉아있었다. (중국어를 써서 중국인인줄은 알고 있었고 돌아오는길에 얘기를 나누면서 홍콩인(?)으로 아부다비에서 정부일을 하는 사람과 그 사람을 방문한 친구였음) 나눠 타고 이동하는길, 사막까지는 한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차량 내는 시원했지만 곧게 뻗은 길을 달리다보니 슬슬 졸음이왔다. 슬쩍 뒤돌아보니 에이미, 니나, 제시도 열심히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졸고 있었다. 



몸이 흔들려서 잠을 깨니 주유소에 멈췄다. 동일한 로고가 있는 차량들이 주유소에 주차되어있었다. 아무래도 오늘 투어를 같이할 사람들인것처럼 보였다. 주유소 옆 있던 편의점에 가기위해 30초도 안걸리는 거리를 걸었는데 그 잠깐 사이 한증막 체험을 했다. 아이스크림, 음료수를 사들고 다시 차로 돌아와서 달리기 시작하자 좌측으로 사막이 보이기 시작했다. 해변도로는 달려봤어도 사막도로라니..


10여분을 더 달려서 차는 사막 초입(?)에 도착했다. 사막에 본격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가이드가 차에서 잠깐 내려서는 타이어에 뭔가 작업을 했다. 두근두근-


굉장히 멋져보인다


사방이 고운모래색으로 가득한 풍경속으로 들어왔다. 모두가 들뜬 상태가 되었다. 니나가 한껏 기분 좋은 목소리로 "윈도우 배경화면 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아요!"라고 외쳤다. 작은 모래 언덕들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차는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차가 크게 출렁될때마다 즐거운 비명이 새어나왔다. (실은 크로스핏을 한덕에 풀리지 않은 근육통 덕에 아파서 내지른 비명도 섞여있었지만)


윈도우 배경화면속에 들어온 것 같아요!


한참을 달리전 차가 한 모래언덕에서 차를 세웠다. 10대가량의 동일한 차량이 줄을 지어 서있었고, 우리는 마지막쯤에 도착했다. 가이드는 10분정도 시간을 줄테니 기념촬영을 하라고 했다. 사람들은 한창 맞은편 모래 언덕에 열심에 오르고 있거나 이미 언덕에 올라 선 사람들은 사진찍기에 바빴다. 우리 일행도 부지런히 언덕에 올라 돌아가면서 사진을 찍었다. 사방에 걸리는 것 없이 펼쳐진 사막에 눈을 바로 뜨지 못할정도로 초 강렬한 햇빛아래 바쁘게 돌아가며 사진을 찍었다. 정확한 컨셉을 준비해온 에이미는 사막 바람과 스카프와 고분분투하며 기록을 남겼다. 

자..잠깐만요


좌 니나 상 에이미 하 알렉사 우 제시


10분을 빠듯하게 채우고 다시 차량에 탑승했는데, 가장 마지막에 도착한 우리가 앞장서서 출발했다. 이전과는 다른 스케일로 높이 솟은 모래언덕에 빠른 속도로 오르고 경사를 따라 드리프팅이 시작되었다. 모래 언덕의 가장 높은 곳까지 올랐다가 경사면을 따라서 차량이 45도쯤은 기운채 내려오기를 반복했다. 즐거운 비명이 차를 가득 채운가운데, 한명만이 그 분위기에 동참이 어려웠는데 바로 제시였다. 한손으로 차량손잡이를 꼭 잡은 채 마치 사막 가운데 서 있는 사람처럼 식은 땀을 흘렸다. 좌로우로 요동치는 차량안에서 제시는 버티려고 안간힘이었고 우리는 또 그것이 즐거웠다. (제시는 심각하게 괴로웠겠지만-) 


거침없는 드리프팅


차량은 앞서다가 뒷차들이 잘 따라오는 지 살피면서 사막 드리프팅이 계속 되었다. 가이드에게 당신이 리더냐고 물어보자, 그렇다고 했다. 어쩐지- 운전을 잘하더라고.


한창을 그렇게 달리다가 차량은 낙타 농장(?)에 멈췄다. 낙타라이딩을 하는 줄 알았지만, 낙타들과 기념촬영, 열심히 건초를 먹는 낙타 근처에서 그들이 귀찮아하지 않다고 추정되는 근처까지 이동해서 돌아가며 사진을 찍었다. 농담처럼 오고간 메르스가 걱정되기도 했고, 만지고 싶을 만큼 귀엽지는 않았다. 


친하고 싶지 않았던 일봉낙타. 왜 쌍봉이 아닌거니?


역시나 10분쯤 지나고 차량에 다시 탑승했다. 차량은 부락같은곳으로 이동했는데, 오늘 사막투어의 마지막 장소였고, 그곳에서는 바베큐 파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막 한가운데 울타리가 정방형으로 설치되어있고, 그 한가운데는 무대가, 그리고 그 무대 주위로 좌식테이블과 방석들이 세팅되어있었다. 술을 제외한 음료수는 모두 공짜, 헤나, 전통의상입기도 공짜, 샌드보드도 낙타라이딩도 공짜였다. 



일단 자리를 잡고 음료수(나는 하이네켄)를 시원하게 들이키고 각자 하고 싶은 걸 하기 시작했다. 나는 헤나를 받았고 니나는 전통의상을 입었다. 전통의상을 입은 니나는 마치 가오나시 같았다.



(위 이미지의 사용 및 수정에 대한 허락은 본인으로 부터 확실히 받았음을 밝힙니다)



석양을 보러 부락(?) 밖으로 이동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샌드보드를 타고, 낙타를 타고, 사륜 구동 자동차 (유료)를 즐기고 있었다. 샌드보드를 타고 싶어서 남는 보드를 들고 모래언덕을 올랐다. 이미 석양은 지기 시작해서 한쪽 하늘은 붉게 물들고 있었다. 올라보니 생각보다 경사가 있고 게다가 넘어져서 모래에 파묻힐 생각을 하니 영 용기가 나지 않아서 경사가 낮은 곳에서 타려는데(심지어 보드의 한쪽 발걸이는 망가진 상태) 영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겁도 나고 흥도 사라져서 곧바로 포기하고 모래언덕 위로 올라갔다. 그다음 보드는 에이미 차례였는데, 에이미도 나처럼 곧 흥미를 잃었다. 저 멀리 모래 언덕 아래서 사진을 찍고 있는 니나와 제시에게 모래언덕으로 올라오라고 소리쳤다. 


알렉사 > 에이미 > 제시 > 니나


모래언덕 위에서 석양을 보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다보니 해는 벌써 떨어져서 사방이 어둑어둑 해졌다. 오호, 이제 곧 바베큐파티(?) 시간인가, 서둘러 부락안으로 자리를 옮기는데 슈퍼 액티브한 에이미는 낙타라이딩까지 하고 다시 합류했다. 다시 한번 시원한 음료수로 테이블을 세팅하고 난 가방에서 미니 스카치 한병을 꺼냈다. 




시간이 되고 제시와 니나가 먼저 뷔페식으로 차려져있는 음식들을 담아왔다. 바베큐는 정량으로 배급해줘서 많이는 없었지만 점심도 거하게 먹은 탓도 있고 크게 배가 고프진 않은 상황이서 이것저것 조금씩 맛을 보았다.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아서 그랬는지 생각보다 먹을만했다. 밥을 다 먹고 제시는 누웠다. 와이파이가 없는 상태에서의 침묵은 몇배로 어색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쇼가 시작한다는 안내가 나왔다. 


부락의 불이 꺼지고, 저편에서 화려한 옷을 입은 댄서 한분이 무대 가운데로 걸어나왔다. 불이 켜지자 화려한 붉은색 코스튬을 입은 댄서가 벨리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4-5 곡 연속으로 춤을 추는 그녀에게 열렬히 환호해주고 싶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렇지도 않은데다가 뭐라고 호응해줘야할지 몰라서 박수만 열심히쳤다. 무대가 끝나고 댄서에게 벨리댄스 같이 추는 시간이 있었는데 역시 우리들중 에이미가 무대에 올랐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옆 테이블 할아버지가 나보고 나가라고 하자 옆에 있던 제시가 할아버지가 나가라고 하니 할아버지가 유쾌하게 웃었다. 진짜 나가고 싶은 모양이었나보다. 



끝인가 싶었는데, 다시 불이 꺼지고 다음 댄서가 나왔는데, 노래 몇곡이 지속될 동안 계속 돌았다. 쉼도 없이 계속- 너무나 놀랍지만 흥이 난다기 보다는 놀라웠다랄까- 보는 내가 다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이 공연도 끝마치고 몇명이 나와서 코스튬을 입고 뱅뱅도는 걸 하는 시간이었었는데, 이번엔 옆테이블 할아버지가 무대에 올랐다. 몇바퀴 돌더니 예능에서 본 코키리 코 게임을 보는 것같이 할아버지가 휘청거렸다. 할아버지는 너무 즐거워했다. 귀여우신분...


모든 일정이 끝나고, 이제 별을 볼 시간- 모든 불이 꺼졌고 자리에 누워서 눈이 어둠에 적응할때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달이 너무 밝은 탓인지 서울에서 보는 하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눈에 힘을 주고 집중해야 보이는 별들, 아쉽지만 사막 한 가운데 누워 바라보는 사막 하늘이라 나쁘지 않았다. 


곧 불이 다시 켜지고,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갈 시간- 타고 왔던 차를 탔다. 호텔에 9시 30분 쯤 떨어질 일정이었는데 마리나몰 관람차를 타야하는것이 아닌가? 이대로 바로 호텔에 가는건 아까운건 아닌가? 얘기를 하던 와중에 뒷자석에 있던 홍콩친구들이 말을 걸어왔다. 어디서 왔니, 왜 왔니, 어디 사니 이런 질문들이 오고가다가 혹시 마리나몰 관람차를 몇시까지 하는지 아냐고 물어봤다. 아부다비에서 일하는 홍콩친구가 모르지만 폰으로 확인을 해준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제시가 순간 "인터넷!"이라고 외쳤다. 몇시간째 와이파이 금단현상을 겪고 있던 차였다. 그녀는 곧바로 이어 "핫스팟"이라고 외쳤다. 바로 옆에 있던 내가 부끄러워서 하지말라고 소리쳤다. 제시도 민망했는지 같이 크게 웃었고, 제시의 마음 반 나의 마음 반 느끼고 있던 에이미는 조용히 젤리만 먹고 있었다. 다행히 홍콩청년은 핫스팟이라는 단어를 못들은것 같았고, 그는 친절하게 11시까지 한다고 말해주었다. 마리나몰에서 호텔까지는 택시로 약 15분정도, 가이드에게 호텔 대신 마리나몰에서 드랍해달라고 부탁해보기로 했다. 그 시도는 가이드 옆에 앉은 니나-


니나는 가이드에게 말을 걸었다. "매일 일하시나요?" 뒤에서 그 말을 들은 나는 그만 빵터져서 큰소리로 웃었다. 매너 있는 그녀는 아이스브레이킹을 시도한 것-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다가 그녀가 마리나몰에 드랍해달라고 드디어 말을 꺼냈고 가이드는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 


홍콩청년들이 화려해보이는 (호텔로 보이는 하지만 그들이 살고 있던) 빌딩에서 먼저 내리고 우리는 뒤이어 바로 마리나몰에서 내렸다. 놀라운 것은 오전 10시의 마리나몰과 180도 바뀐 분위기- 밤 10시를 향해가는 시간이었는데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다들 더워서 밤에만 나오나봐...



오전 쇼핑에서 물건 하나를 못챙겨받은 제시는 겸사겸사 바쁘게 H&M으로 달려갔고 우리는 천천히 따라갔다. 아쉽게도 물건은 찾지 못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관람차를 타러 갔다. 보통 한바퀴를 돌고 내리는 시스템과 달리 여러바퀴를 타는 방식이었는데 정확한 룰은 모르지만 그냥 타랄때 잘타서 4바퀴째 내려주었다. 개이득-


이제 집에 가야하는데 뭔가 아쉬웠다. 아까 레스토랑에서 싸온 튀김이 있는데 칠리소스를 찍어먹으면 참 맛있겠는데, 마리나몰에 마침 까르푸가 있고.. 피곤해할지 몰라서 조심스럽게 묻자 다들 까르푸를 가보자고 했다.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까르푸에 들어갔는데, 엄청나게 큰 규모에 놀랐다. 처음에는 분명 다같이 구경을 시작했는데 곧 뿔뿔이 흩어져서 각자의 관심사대로 구경했다. 나는 원래 목적대로 칠리소스를 샀고, 몇가지 필요한 물건들을 샀다. 이제 사라진 사람들을 찾으려는데 니나와 에이미가 빵들과 스시들을 들고 나타났다. 아직 나타나지 않은 제시를 기다리면서 유명하다던 풍뎅이 비누도 골랐다. 제시가 나타났고 이왕이면 하고 빵과 먹을 우유와 연어까지 더 사고, 대추야자 맛을 보기 위해 적게 포장된 것도 담았다. 한아름 봉지들을 들고 까르푸를 나서서 집에 도착, 아마 12시가 다 된 시간. 다들 씻고 다시 모여 저녁(?)을 먹기로 했다.


포장해온것 산 것들을 펼치고 보니 아주 한 상이다. 와인을 따고 샴페인도 땄다. 각자의 잔에 담아 와인잔을 부딪쳤다. 이틀째밤- 짦은 아부다비 여행의 마지막밤을 기억하자고-


 

이어서 언제쓸지 모르는 (2)...는 이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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