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화랑부대의 정신

by 다잘쓰는헤찌


홍배는 자전거를 타고 마을의 좁은 길을 달렸다.


자전거 바퀴가 돌 때마다 흙먼지가 일어 하늘로 희미하게 퍼졌다.


들판 너머로는 벼가 바람에 따라 잔잔히 흔들렸고, 저 멀리 보이는 산맥은 유유히 펼쳐진 채로 모든 것을 지켜보는 듯했다.



머리 위의 하늘은 끝도 없이 푸르고 깨끗했다.


하지만 홍배의 마음은 하늘과는 달리 무거운 질문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그의 가슴 한구석엔 여전히 운동선수로서 못다 이룬 꿈과 연세대라는 이름이 미련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한때 농구부에서 쏟아부었던 열정은 시간이 지나며 희미해졌고, 그 자리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이 차지했다.



페달을 밟으며 생각은 더욱 깊어졌다.


그는 영어책을 열심히 사 모았고, 매일 일정 부분을 읽어가며 어딘가로 나아가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려 했지만, 정작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몰랐다.


마치 길을 잃은 사람처럼 그는 길 위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홍배가 영어책을 하나둘 사 모을 때마다 그의 어머니, 경호 여사는 말없이 돈을 내어주었다.


아무런 질문도, 걱정 섞인 한숨도 없었다.




그녀는 아들의 마음속에 일고 있는 복잡한 감정과 미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재능 많던 아들이 품었을 꿈과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 그리고 그 아쉬움을 채우려는 조용한 노력.




어쩌면 경호 여사는 그런 마음을 묵묵히 받아들였고, 그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 표현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책에 대한 홍배의 갈망이 점점 커질수록, 경호 여사는 여전히 한마디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자기의 말이 그의 결심을 방해하거나 그의 내면을 헤아리지 못할까 염려하는 듯했다.




“엄마, 책을 사야 해요,”




홍배가 그렇게 말하면 그녀는 단지 고개를 끄덕이며 지갑을 열었다.


그리고 홍배는 그 돈으로 영어책을 사고, 때로는 불어책도 샀다.


그 책들은 단순한 종잇장이 아니라, 그의 마음속에서 아직 꺼지지 않는 가능성을 붙잡고 싶은 작은 불꽃이었다.




그렇게 어머니의 침묵과 아들의 책장은 조금씩 쌓여갔다.


그것은 말 없는 두 사람의 대화이자, 세상을 향한 홍배의 조용한 몸부림이었다.




1981년, 어느 날의 맑은 아침이었다.


홍배는 자전거를 세우고 들판에 섰다.


온몸을 휘감는 바람 속에서,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이렇게 시간을 흘려보낼 수는 없어. 내 체력을 나라를 위해 써보자.’




그 결심은 그가 스스로 증명해 보이려는 강한 의지였다.




1981년, 홍배는 부사관 지원을 결정했다.


부사관 지원은 단순히 직업을 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에게 자기 자신의 가치를 시험하는 일이었다.




필기시험, 신체검사, 면접, 체력 테스트를 모두 통과해야 했다.


경쟁은 치열했고, 특히 정예부대인 화랑부대에 배치되려면 탁월한 성적과 평판이 필요했다.



하지만 홍배는 하지만 홍배는 농구부에서 다져진 체력과 고된 훈련으로 얻은 끈기로 모든 관문을 통과했다.



그는 체력 테스트에서 빛을 발했고, 홍배의 신뢰감 있는 태도는 면접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홍배가 화랑부대에 도착한 첫날, 중대장은 병사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여기서 군에 인맥 있는 사람?”




그 말에 몇몇이 망설이며 손을 들었다.


홍배는 자신의 삼촌이 군 장교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손을 들지 않았고, 스스로 다짐했다.




‘내 실력으로 증명하자. 비겁하게 빠지는 일은 없다.’




그의 다짐은 단호했고, 이후 모든 것을 자신의 힘으로 해내겠다는 결의는 그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화랑부대는 대한민국 육군에서도 정예로 평가받는 부대였다.


철저한 훈련과 강도 높은 생활이 요구되었고, 홍배는 거기서 핵심 간부로서 역할을 맡았다.


그는 훈련의 첫날부터 병사들과 함께 땀을 흘렸다.




산악 지역에서의 야간 행군, 전술 훈련, 체력단련 등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홍배는 병사들의 훈련과 생활을 지도하며, 때로는 아버지처럼 때로는 형처럼 그들과 함께했다.




“포기하고 싶습니까? 그건 누구나 느끼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군인입니다. 이겨냅시다.”




그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도 병사들 앞에서 무너지지 않았다.


그의 단단한 모습은 병사들에게도 버팀목이 되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고, 병사들은 그를 따랐다.




훈련이 없는 날엔 농구장이 열렸다.


홍배는 병사들과 농구 경기를 하며 그들과의 거리를 좁혔다.


농구공이 바닥에 부딪힐 때마다 울리는 소리, 서로를 응원하며 터지는 웃음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들을 하나로 묶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그런 홍배에게도 약점이 있었다. 바로 헌혈이었다.




헌혈차가 부대에 도착한 날, 홍배는 진땀을 흘렸다.


바늘과 피를 무서워하는 그는 어느새 산으로 몸을 숨겼다.


바늘이 피부를 뚫는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자신을 질책했다.




‘‘내가 병사들 앞에서 숨을 순 없어.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도 내 역할이다.’




그는 부대로 돌아왔다.


병사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린 가운데 헌혈대에 앉아 눈을 질끈 감았다.


팔에 바늘이 꽂히는 순간 그는 오히려 자신이 더 강해진 기분을 느꼈다.

병사들은 그의 용기를 박수로 환영했다.




1984년, 홍배는 제대했다.



화랑부대에서 보낸 시간은 그에게 단순히 군생활 그 이상이었다.

그것은 그의 삶을 단단하게 만든 훈련장이었고, 리더십과 책임감을 배운 학교였다.




그가 제대한 뒤, 그의 성실함과 끈기를 눈여겨본 지인이 그를 울산 현대자동차에 추천했다.


홍배는 마치 군대 시험을 치르듯 현대자동차 면접에 임했다.



그의 확신에 찬 목소리와 단단한 태도는 면접관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제가 군대에서 배운 게 있다면, 그것은 팀워크와 책임감입니다.”




그의 말에는 확신이 있었고, 면접관들은 그의 진정성을 알아보았다.




그는 단번에 합격했다.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그의 삶은 이제 군대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화랑부대의 정신은 내 평생의 나침반’




이라는 그의 말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그의 철학과 삶의 중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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