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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로이 Dec 17. 2019

당신이 몰랐던 강원도의 숨은 보석 '삼척'





삼척, 강원도 최남단 끝자락에 자리 잡은 조용한 어촌 마을. 강원도라고 하면 이름난 대도시 관광지만 떠올리는 당신을 위해 강원도의 숨은 보석 삼척을 소개한다. 붐비지 않는 고즈넉함과 청량함이 매력인가 싶다가도 성난 파도 같은 역동성이 의외의 매력을 선사하는 곳이다.    


동심을 되살리는 그림책 나라 

동화는 세대와 공간을 초월해 공감을 이끌어내는 건강한 마성을 지닌 존재가 아닐까. 책 속의 다양한 이야기들은 누군가를 웃기기도, 울리기도 한다. 책속에 담겨있는 이야기를 현실로 끌어낸 마법 같은 공간이 있다. 한국에서 유일한 그림책 박물관인 삼척 '그림책 나라'는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그림책 위주로 전시한다. 한 편의 연극 무대를 연상시키는 입체적인 전시가 눈에 띈다. 팝업북, 조형물, VR, AR 기기 등은 눈으로 읽는 그림책을 넘어 어린이들의 상상 속 이야기보따리에 퐁당 빠져 만지고 느낄 수 있게끔 한다.. 관람객들의 호응이 가장 높은 순간은 일주일에 두 번씩 진행하는 감정 수업 시간. '눈물바다'는 아이들의 하루를 위로해 주고 눈물을 이해해주면서 아이들 스스로 좋지 않은 감정을 씻어내고 다시 웃을 수 있도록 다독이는 내용이어서 학부모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삼척 증산마을의 아늑한 절경과 동해 추암해변 촛대바위를 한눈에 조망하며 조용히 사색에 잠길 수도 있어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나만의 힐링 장소로 손꼽힌다. 그림책나라 이용은 무료이며,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그림책 박물관이 낯설다면 도슨트의 도움을 받아 차근차근 동심을 되살려보자.  




익살과 해학이 넘치는 해신당공원 

바다를 향해 우뚝 솟은 남근 무리에 사람들은 “아이고 망측해라” 소리 지르면서도 손가락을 벌려 흘끔 훔쳐본다. 남근공원으로 알려진 해신당공원은 한국 특유의 음기와 양기에 대한 정서를 아름다운 스토리텔링으로 엮은 점이 흥미롭다. 해신당공원에 오르는 길은 마치 하늘로 오르는 계단 같다. 오르는 길 지루하지 않게 거대한 남근이 맞아준다. 얼핏 보면 외설스러운 나무 작대기 일색이지만 자세히 보면 하나같이 저명한 조각가들의 예술작품이다. 남근 깎기 대회 입상작을 비롯해 나무와 돌을 깎아 만든 74점이 공원을 가득 메우고 있다. 소박한 봉우리가 뾰족 올라와 있는 의자는 새댁이 앉으면 아이를 갖게 된다는 속설이 있다. 2003년 개장 이후 16년이 지나는 동안 사람들 손때에 의자 위 봉우리는 반질하게 닳아있다. 한적한 바닷가 기슭에 이렇게 남근 조각들만 가득 모아 굳이 공원을 만든 이유가 뭘까? 아주 먼 옛날, 이곳 삼척 신남마을에 애랑이라는 처녀가 해초를 캐다 바다에 빠져 죽었다. 애랑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남자가 있었다. 애랑이 죽은 이후 고기가 잡히지 않자 마을 사람들은 나무로 남근 모형을 깎아 바다를 향해 제를 지내며 처녀의 원혼을 달랬다. 이것이 해신당의 탄생 설화이다.  




한국의 나폴리 장호항 

반달모양의 새하얀 해안선이 눈부시게 아름다워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장호항. 맑고 투명한 바닷물이 자랑이다. 지난 여름 뜨거운 태양에 지쳤거나,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다면 낭만적인 겨울 바다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장호항은 시원한 바다를 배경으로 쉬고, 놀고, 먹을 수 있는 삼박자를 고루 갖춰 '여유로운 휴식 여행' 명소로 꼽힌다. 삼척에 도착했다면 우선 푸른 동해 바다를 가로지르는 삼척해상케이블카에 몸을 싣고 삼척의 멋을 한 눈에 담은 뒤, 가볍게 바다낚시에 도전해 손맛을 즐긴 뒤 잠수복을 갈아입고 스쿠버다이빙에 도전한다. 일과를 모두 마치고 장호해변이 내려다보이는 비치캠핑장에서 갓 잡아 올린 홍합, 멍게, 해삼으로 입안을 적셔보자. 이렇게가 삼척 장호항에서의 하루이다. 생각만 해도 짜릿하지 않은가. 여름에는 바닥이 투명한 카누를 타거나 스노클링을 즐기기도 한다.  




240km 동해안 낭만가도 

강원도 동해안 바다 여행은 매년 여행지 1순위로 꼽히는 스테디셀러다. 색다른 바다 여행을 꿈꾸는 당신에게 '바다열차'를 추천한다. 강릉에서부터 동해, 삼척을 잇는 53km 열차이다. 네 칸짜리 미니열차는 좌석이 조금 특이하다. 열차에 오르면 왜 ‘바다열차’인지 저절로 알게 된다. 바다 풍경을 감상하기 좋게 객실 내부를 개조했다. 우선 차창이 일반 열차보다 넓다. 또 좌석을 모두 바다로 향하도록 배치해 옆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동해바다를 스크린 영상처럼 감상한다. 좌석 배열도 영화관처럼 계단식이라 앞 사람의 방해 없이 풍경을 볼 수 있다. ‘움직이는 영화관’인 셈이다. 1ㆍ2호차는 흰 바탕에 갈매기와 돌고래, 3ㆍ4호차는 붉은 바탕에 심해 잠수함 그림으로 장식돼 있다. 예쁜 열차 외관을 배경으로 ‘인증샷’은 필수이다. 강릉역을 출발해 본격적으로 바다 풍광이 펼쳐지는 정동진역부터  갑자기 속도를 떨어뜨린다. 짙푸른 쪽빛 바다가 순식간에 유리창 전면을 채운다. 객실에선 자연스럽게 탄성이 터져 나온다.  

강릉에서 삼척까지 한 시간 남짓한 바다열차 코스가 아쉽다면, 해안선을 따라 뻗은 240km 길이의 7번 국도를 달려보자. 삼척에서부터 강원도 고성까지 6개 시.군을 잇는 낭만가도이다. 이 중 삼척해변에서 삼척항까지 해안을 벗한 새천년도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명품도로이다. 냉전의 산물인 해안가 철조망을 걷어낸 자리에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원시 갯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바람이 심한 날은 드라이브를 즐기며 폭포수 한복판을 관통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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