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직장, 번듯한 남편, 뉴욕 맨해튼의 아파트를 가진 31살의 저널리스트 엘리자베스 길버트. 많은 여자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삶을 살고 있었지만 길버트는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다. 지리한 이혼과정은 그녀를 우울하게 만들었고 한밤중 욕실 바닥에 엎드려 쏟아낸 눈물 콧물은 절망 구덩이가 됐다. 언젠가부터 당연하게 반복된 일상이 정말 자신이 원했던 삶인지 의문이 생겼다. “어떻게 해야 세속적 즐거움과 신성한 초월 사이에서 균형 잡힌 삶을 설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그녀는 안락한 현재를 과감히 떨치고 홀로 여행길에 오른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사진)는 미국의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체험한 1년간의 여행 여정을 담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신나게 먹고, 인도에서 뜨겁게 기도하고, 발리에서 자유롭게 사랑하는 동안 자신이 몰랐던 행복을 발견하게 된다. 그녀가 풀어낸 삼색 여정을 통해 삶의 쉼표가 주는 의미를 되새겨본다.
첫 번째 여행지인 이탈리아에서는 살찌기로 작정했다. 뉴욕에서는 날씬한 몸매가 여자의 자부심인줄 알았다. 여행을 다녀보니 현지에서 맛보는 산해진미가 훨씬 값지게 느껴졌다. 삶에 있어서 먹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삶의 이유던가. 그 동안 음식 맛도 모를 만큼 바쁘게 살아오다 오랜만에 맛보는 즐거움을 느꼈다. 12kg이나 늘어났지만 비로소 숨쉴 여유를 찾았다. 달콤하고 건강한 여행은 고질적인 두통까지 낫게 했다.
두 번째 여행지 인도 아쉬람에서는 자기 내면과 대화를 시도한다. 처음 명상을 시작할 때에는 3분도 앉아있기 힘들었다. 이내 ‘아무것도 하지 않기’, ‘머리와 마음을 쉬게 하기’가 조금씩 가능해졌다. 자신의 마음과 끊임없이 싸우는 엄격한 영적 수행을 거친 뒤 지나온 시간들과 이혼한 남편까지 용서하는 법을 배운다.
마지막은 인도네시아다. 그녀가 처음 여행을 떠날 때 목표는 ‘인생의 균형 찾기’였다. 그 목표를 찾는 과정에서 마음으로 웃는 법을 터득한다. 그리고 사랑을 의심하던 그녀 앞에 새로운 남자가 나타난다. 여행으로 마음의 눈을 뜨게 된 그녀는 그 남자에게 매료된다.
보통 행복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 안에 정작 자기 자신은 없다. 여자가 살이 찌는 것도 남편 때문이고, 늘 돈이 없는 것도 자식 뒷바라지 때문이고, 마음껏 친구를 만날 수 없는 것도 가족들 식사 걱정 때문이라고 말한다. 내 행복은 스스로 만드는 것인데 왜 행복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긴단 말인가. 그럼 반대로 남편, 자식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 될 수 있을까. 사회적 틀에 갇혀 살려는 노력을 잠시 멈추고 마음의 소리를 들었을 때 온전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길버트는 이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며 부서진 영혼을 수선해나갔다.
여행을 마치고 길버트는 도시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마음의 여유를 찾게 됐다. 모든 도시에는 그 도시를 정의하고, 그 곳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하나의 단어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로마는 ‘성(性)’, 바티칸은 ‘권력’, 나폴리는 ‘싸움’, 뉴욕은 ‘성취’로 대변된다. 성취의 도시 뉴욕에서 부대끼던 여자의 여행은 좀 특별했다. 소문난 관광지를 찾는 대신 마을 장터에서 산 싱싱한 야채로 나만을 위한 한끼를 준비하는 소박한 기쁨을 누리고, 자아를 팽창시키는데 몰두했다. 그녀의 삼색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며, 내 인생의 균형은 그 누구도 아닌 자신만이 바로잡을 수 있다는 진리를 마주하게 된다.
엘리자베스 길버트 작가는 마지막 관광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만난 연인과 결혼했다가 지난해 헤어졌다. 이후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고백하고, 동성 연인과 마지막 인생 여정을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에세이 집필 이후에도 그녀의 자아 찾기는 계속 진행 중이었다. 끊임없이 행복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해나가는 그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