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무수리 리포트 에필로그
예정된 이별이라고 쉬운 것은 아니었다. 션 맘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랬다. 하와이를 떠나기 전 날, 빌린 청소기를 돌려주러 갔더니 그녀는 혼자서 그 무거운 소파의 위치를 바꾸고 텔레비전을 옮기고 있었다. 마음이 심란할 때 내가 하던 짓이었다. 우린 어차피 또 만날 거 아니냐며 쿨하게 손을 흔들었다(아직도 못 만나고 있지만). 그 사이 션네도 아빠가 계신 일본으로 왔고 막둥이가 태어났다. 그녀는 현재 일본에서 세 아이의 엄마로 발을 동동 구르며 잘 살고 있다.
신토불이 사나이는 이제 4학년이 되었다. 된장찌개와 청국장만 먹던 시절은 지나가고 이제는 짬뽕과 부대찌개, 돼지국밥을 사랑하신다. 하와이에서 배운 테니스를 시드(seed) 삼아 지금도 아빠의 테니스 동반자로 잘 지내고 있다. 축구는 하와이에서 보여줬던 그 축구가 황금기였던거 같다. 한국의 축구 위상을 그때 보여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노란 메리야쓰도 2학년이 되었다. 이올라니 궁전에서 “한 번 말할 때 듣자”라는 시를 짓거나 빅아일랜드 토마스 재거 뮤지엄에서 “엄마도 화나면 불을 뿜잖아”처럼 여전히 엄마 ‘멕이는’ 발언을 전문으로 하시지만 스키장 골절 사고 이후로 생긴 트라우마는 온 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다시 쾌활해졌다. 물론 겨울엔 스키도 탄다.
나는 늘 그렇지만 또 다른 여행을 계획한다. 하루하루 아이들은 자라고, 엄마와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고 있음을 안타까워한다. 아이들이 자라는 10분의 1만큼이라도 나 자신이 성장하기를 기도한다. 아이들과의 여행은 아이를 키우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아이를 통해 나를 담금질하는 기회라고 믿고 있다. 그러니 아이들과 여행을 주저하고 있다면 그 불씨에 부채질을 해 드리고 싶다. 다시 말하지만 아이들은 어리지만 부족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