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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뒷목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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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승은 Oct 27. 2017

축구 가기 싫은 날 ②

승부사의 선택

정말 밥하기 싫은 날이 있다.

나 혼자면 그냥 확 굶고 싶은 날.

그런 날도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켜 밥상을 차린다. 새끼가 뭐라고.


아이도 그럴 것 같다.

뭔가 하기 싫은 날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라는 엄마는

그게 다 용납이 되지는 않더라.


이 날도 그랬다.

내가 언제 너한테 축구 클럽에 가서

골을 넣고 오라고 했냐.

열심히 기술을 배워 오라고 했냐.

그냥 친구들이랑 열심히 뛰어놀고 오라고 했는데

축구 셔틀버스가 올 시간까지 이러고 계셨다.




이런, 된장...

축구 차는 다음 코스로 떠나 버렸다.

이를 어쩌냐. 너를 어쩔까.

소리를 친들 무엇하리

끌어 낸들 무엇하리

조심스레 저 안에 계시는 분께 말을 건넸다.


"왜 그래, 축구 코치님이 무서워?"

"그럼, 축구 친구들이 괴롭혀?"

"그럼, 축구 차에서 형아들이 놀려?"

"그럼, 축구가 힘들어?"

"그러면 뭐야~?"


가지가지 얼르고 달래는 질문을 창작했다.

아이는 묵묵부답

박스 안에서 도를 닦는지

한 참을 저러고 누워계셨다.


그러다가 갑자기 정막을 깨는

박스 속 에코 사운드

"축구 맨날 진다고!"

나는 이기는 경기만 할 것이다! 엉엉~


어휴, 이제 하다 하다 별 걸 다 하네

그제야 나는 차키를 손에 움켜쥐고 대차게 말했다.


"얼른 일어나!"

"지는 날도 있고 이기는 날도 있는 거지."


이 말에 박스 안으로 웅크리고 들어가 버렸다.

"어~어~어~ 박스에 벌레 들어갔다!"


돌이켜 보면 참 귀여웠다.

벌레라는 말에 벌떡 일어나 축구를 갔으니

그때는 왜 그리 속이 터졌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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