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Rush. Take Your Time.
이 날 이때까지 살면서 가장 어메이징 한 일이
내가 19 개월 터울의 남매를
낳아서 키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나의 마인드는 딱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인데
아이를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키우고 있다니
생각할 때마다 스스로 신통방통하다.
터울 안 지는 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
첫째를 키우는 일은 시행착오 그 자체이고
반면에 둘째는... 그냥 날로 먹는 경우가 있다.
한글을 가르친 적이 없는데 애가 책을 읽고 있고
1~10까지 가르친 기억은 나는데 뒤 돌아보니
애가 구구단을 외우고 있다.
이렇게 둘째는 잡지보다 비싼 부록 같다.
참고로 사진에 있는 엄청난 영어 알파벳은 남매의 작품이 아니다. 놀러 왔던 친구가 써 주고 간 역작
한 번도 뭘 가르쳐 보려고 한 적이 없다.
내가 첫째한테만 열정을 쏟아부어서가 아니다.
그저 오빠가 하면 나는 왜 안 해주냐고
미리 나서서 난리를 피우니
'뭘 가르쳐 볼까'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때로는 피곤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감사한 일이다. 자가발전하시니 확실히 손이 덜 간다.
매주 오빠의 학습지 선생님이 오시는 날이면
한 바탕 난리가 난다.
나는 왜 선생님이 안 오시냐
왜 오빠만 선생님이 있냐
데굴데굴 구른다.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오빠의 학습지를 뺏어 품에 안고
나도 빨리 한글 배우고 싶다며
서럽게 운다.
보다 못한 오빠가 나섰다.
이름하여 '까막눈 탈출 작전'
19개월이라도 오라비는 오라비다.
차분하게 가르치기 시작했다.
의욕은 충만하나
역시 가족끼리는 가르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가르쳐 보면 안다.
선생님이란 얼마나 위대한 인류인가.
방금 전 코에 있던 손가락은
어느덧 입에 가 있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이때 19개월 올드한 오라비가
버러럭 한다.
"알겠지?"
"아직도 몰라?"
"좀 전에 했잖아?"
그렇지
내 이럴 줄 알았지.
그분이 오셨다.
드디어 터졌다!
그러게
선생님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제발 천천히 가자.
No rush. Take your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