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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승은 Jan 22. 2018

태극기 다는 날 ⑮

엄마의 늦잠은 소중하니깐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에서 우당탕탕 뛰어 들어온다.

그렇게 문을 쾅쾅 닫고 들어오지 말라고 수 백번 말했건만

보란 듯이 문을 쾅! 냅다 집어던지고 돌아서며  

신발은 이리 휙~!, 저리 휙!


"엄마! 선생님이 내일 태극기 달으래요. 우리 집에 있어요?"라고 묻는다.


그러네, 내일은 태극기 다는 날이구나.

즉, 어린이집에 안 가는 날이구나.

즉, 나는 내일 이 어린양들과 삼시 세 끼를 함께 하며

지지고 볶아야 한다는 말씀

에라이. ㅋㅋ


그나저나 태극기가 집에 있을 턱이 있나.

참, 신기한 것이 나도 어렸을 때 그랬지만, 일요일이면 눈이 일찍 떠진다.

학교 가는 날은 눈이 천근만근인데 일요일은 꼭두새벽부터 잠이 깨서는

오늘은 뭐할까, 오늘은 뭐할까 흥분되어 집 안을 배회했다.


이 분들도 그렇다. 좀 천천히 일어나기를 바라며

전 날 충분히 놀고 잠들게 했지만

늘 엄마의 바람을 멕이며 동이 틈과 동시에 일어나서

엄마를 귀찮게 한다.  


오래간만에 늦잠 자는 엄마를 흔들어 깨우며 한다는 말이

"엄마, 태극기! 엄마, 태극기, 엄마, 태극기.....엄마태극기(무한반복)"


사놓지 않은 태극기를 이 아침에 어디서 구할 수 있겠냐.

나는 어쩔 수 없이 비몽사몽 컴퓨터를 켜고 태극기를 인쇄하기 시작했다.

어랏?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국기는 태극기 말고도 엄청나게 많았다.

올롸잇! 닥치는 대로 "인쇄" 버튼을 누르고


다시 잠이 들었다.




와우! 한 잠 푹 자고 일어나니 마루에서 노랫소리가 들린다.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하늘 높이 아름답게~"


색칠하고 오리고 붙이고 태극기를 완성하셨다.




"대한민국 만세!”

"대한민국 만세!”



그 날 이후로는 국경일 전 날 밤은 태극기를 비롯 만국기를 인쇄해서

색연필과 함께 테이블에 놓고 잔다.  


엄마의 늦잠은 소중하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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