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아니요.'
학부모님들이 자원하여 학교 앞에서 번갈아 봉사하는, '녹색 학부모회' 활동 시즌 말이다. 일전에는 '녹색 어머니회'라고 불려서 <그린 마더스 클럽>이라는 드라마까지 나왔더랬다.
학교에서 근무하다 보면 '진작 없어졌어야 했는데 아직도 남아있는 것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친목을 명목으로 월급에서 회비를 원천징수하여 반강제적으로 운영되는 친목회, 정말로 이 모임을 원하는 사람이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하는 동문회, 그리고 학기초부터 담임과 학부모의 얼굴을 붉어지게 하는 녹색 학부모회까지. 이들 사이의 공통점이 있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녹색 학부모회'만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혹시, 녹색 학부모회에 자원해주실 학부모님 계신가요?
매년 이를 위한 봉사 인원을 모집할 때마다 이어지는 정적에 머쓱함이 이루 말할 데가 없다. 학부모님의 입장에서도 그렇다. 바쁜 아침 시간에 짬을 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눈 딱 감고 손 안 들면 1년이 편한데, 굳이 자원해서 봉사를 할 이유가 없다. 봉사를 했다고 해서 딱히 인증서가 나오거나,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나름 서로가 이해되는 상황 속에서, 마음 약한 쪽이 지는 것이다. 담임 입장에서는 매우 감사하고 고마운 학부모님 몇 분께서 손을 들어주시면, 비로소 그 정적은 해갈된다. 서로 껄끄럽고 힘든 상황이 끝나고 나면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솔직히 교사인 입장으로서, 대안이 없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나는 지금 녹색 학부모회의 효용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등하굣길의 안전을 지키는 일은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 학부모님들께 반강제적인 봉사를 강요하는 대신, 연초에 획정하는 예산들 가운데 교통 봉사를 조금 끼워 넣으면 어떻겠냐는 것이다. 시에서 운영하는 시니어 클럽 인력의 도움을 받는다든지, 최근에 코로나로 인해 확충한 방역 인력을 활용하여 학교 테두리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게 왜 안 된다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두 번째 대안까지 생각할 필요도 없다.)
조금 더 효율적이고 이성적인 논리가 필요하다. 21세기가 된지도 20년이 훌쩍 넘었다. 바뀔 건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