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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ttyfree Jul 23. 2020

교실에 참새가 날아들었다.




 참새와 둘이 있어본 적 있는가?

나는 있다. 그것도 꽤 빈번한 주기로, 있다.


 참새가 처음 교실로 날아든건 온라인 개학을 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였다. 이례적으로 4월인데도 아이들이 하나도 오지 않은 텅 빈 교실. 에어컨을 틀자니 춥고, 문을 닫고 있자니 답답해서, 앞뒷문을 모두 열어두고 수업 진행을 하고 있었다. 물론 창문도 열었지만, 방충망이 설치되어있어서 나는 우리 교실에 나 말고 다른 누군가가 들어올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 때였다.





 정말 이렇게 생긴 애가 교실에 날아들었다. 진짜다.

 5년 전 싱가포르에 갔을 때 주롱 새 공원에서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새를 겪은 이후로 그렇게 새와 가까이 있어본 적은 처음이었다. 순간 수업이고 뭐고 얘가 나를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리를 지르며 복도로 나왔다. 참새는 내 소리에 놀랐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복도로 나가서 사라졌다. 그것이 참새와 나와의 첫 번째 만남이었다.















 두 번째 만남은 화장실에서 이루어졌다. 하필, 화장실에서.

때는 바야흐로 쉬는 시간. 화장실이 급해 복도 끄트머리에 있는 화장실로 향했다. 그런데 세상에, 참새가 또 들어와있는 것이었다! 그 화장실은 보통의 화장실같이 위아래가 뚫려있는 구조여서, 내가 어느 칸에 들어가든 참새가 얼마든지 찾아올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이번에는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지만, 조용히 나와서 아래층 화장실로 향했다. 내쫓을 수 없다면, 피해라. 이것이 나의 두 번째 처세였다.



 두 번의 만남이 성사(?)되고 나서야 나는 이 아이가 대체 학교로 어떻게 들어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꼭대기층인 4층까지 왔는지 궁금해졌다. 앞서 말했다시피 창문은 방충망 덕에 막혀있고, 우리학교는 엘레베이터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1층부터 4층까지 올라오는 방법밖에 없는데,

왜 내려갈 줄은 모른단 말인가?


 물론 내가 겪은 두 아이가 같은 참새일 수도 있고, 다른 참새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내가 겪은 두 참새 모두 올라올 줄만 알고, 내려가는 법은 모르는 채 우왕좌왕하며 나가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는 모습을 보였다. 일전에 학교 주무관님이 큰 뜰채를 가지고 참새를 내보내주시는 걸 봤는데, 사람의 도움 없이는 혼자 서성이다가 결국 갇혀버릴지도 모른다. 하늘인 줄 알고 더 높이 올라가려고 하다가 천장에 머리를 찧는 일도 있었을 것이고.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 번에 만나게 되면, 내 비록 뜰채는 없지만, 이 아이를 나가게 해주리라, 쓸데없는 의무감까지 갖게된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세 번째 만남은 (그가 올라왔으리라고 추정되는) 계단에서 이루어졌다. 정말 얘네가 계단으로 올라오는구나, 예상은 했어도 실제로 그렇게 하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반가운 마음까지 들었다.

 반가운 마음으로 가만히 앉아서 자세히 살펴보니 이 참새는 전에 만났던 애들과는 다르게 뭔가 몸집도 작고 총총 거리는 것이, 날게 된 지 얼마 안 된 애기 같아 보였다. 그래, 이 참새라면, 내가 탈출시킬 수 있을거야!







 행여 다칠까 확 낚아채지는 못하고, 디즈니에서 본 것처럼, 새가 얌전히 내 손에 와서 앉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아기 참새가 살포시 내 손가락 위에 앉았다. 유일하게 방충망이 설치되지 않은 창문을 찾아서 손을 그 방향으로 내밀었더니, 내 마음을 알아준 참새가 창문 밖으로 무사히 탈출했다. 별거 아닌 사소한 행동이었지만 왠지 생명을 구한 듯한 뿌듯함이 밀려왔다. 이제는 왠지 교실 안에 참새가 들어와도 피하지 않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우리 교실에 들어오란 말은 아니었는데…. 이제 한 동안 아이들이 오지 않는걸 알았는지, 이따금씩 참새가 우리 교실을 방문한다. 모 출판사에서 나온 동물 사전에 따르면, 참새는 무리를 지어 다니는 특성이 있다는데, 우리 교실에 오는 참새들은 하나같이 혼자 온다. 그리고 시끄럽게 떠들지도 않고, 조용히 천장을 빙빙 돌다가,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휙 - 나가버린다.


 이제는 나도 교실에 참새가 들어왔다고 소리를 지르지 않고, 화장실에 참새가 들어와도 태연하게 볼 일을 볼 수 있지만, 아이들이 오지 않는 교실에 둘이 덩그러니 있는건 어쩐지 어색하다. 아이들이 있었으면 처음의 나처럼 분명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겠지. 그러면서도 아이들은 금방 적응하니까, 참새를 주제로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하면서 이야기 꽃을 피웠을 거야.




 선생님, 저 참새는 여기 왜 왔을까요? 

- 새끼들이 둥지를 벗어나 첫 비행을 하는 시기에 엄마를 따라가다가 낙오되지 않았을까? 너희들 생각은 어때?

 저 참새는 어떻게 올라왔을까요?

- 급식차를 타고 올라왔을지도 몰라. 아니야, 계단으로 올라왔을걸?

 그러면 저 참새는 어떻게 나가요?

- 글쎄, 보안관님을 부를까?

 저희가 데려다주면 안될까요? …




 참새와 아이들은 전혀 관련이 없는데, 어쩐지 조용한 참새를 보면 볼수록, 시끌벅적한 교실 풍경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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