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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ttyfree Aug 09. 2020

교사는 방학에 무엇을 하나요?

배움을 알차게 실현하는 세 가지 방법





 방학이 시작되었다.

평소보다는 조금 늦은 8월 초 방학이지만, 아무튼 3주라는 쉼의 기간이 나에게 주어졌다. 공식적인 방학이 시작되고 나서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the day before' 위젯





 바로 디데이 설정을 해놓는 것이다. 아, 19일이라니. 앞으로 귀하게 보낼 시간이 고작 19일밖에 남지 않았음에 탄식이 절로 나온다.



 아무튼 그 다음으로 할 일은, 내가 이 19일 동안 무엇을 이룰지에 관하여 정하는 것이다.













 방학은 그냥 쉬는거 아냐?

친구의 의아해하는 말에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니, 그냥 쉬면 후회해.


 정말 그렇다. 나도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굵직한 여행기간 하나 잡아두고 나머지 기간은 그저 목적없이 허송세월을 보냈다. 하지만 그렇게 보내고 나서 남는 것은, 개학 전 날 나의 학교 가기 싫다는(참고로 학생일 때도 이러지 않았건만.) 울부짖음과 급격히 바뀐 생활패턴에서 비롯된 후유증으로 몇날며칠을 고생한 기억 뿐이었다. '월요병을 없애려면 일요일에 출근하세요!'라는 말만큼, '개학병을 없애려면 방학에도 출근하세요!'라는 말이 지당함을 처음으로 깨달은 날들이었다. 그렇게 몇 개의 방학을 그냥 보내고 나서,





 학생 뿐만 아니라 나 또한 '유의미한' 방학을 보내야 함을 알게 되었다. 교사가 '41조연수'를 쓰고 집에서 연수를 하는 이유는, 자발적인 배움이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인 것. 고로 아무런 배움없이 보내는 방학은 직무유기나 마찬가지다. 방학 직전 학생들에게 잔소리 백 번을 하며 그렇게 방학계획표를 쓰게 하면서, 왜 정작 나는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대신 나는 강제가 필요한 학생은 아니니, 자율적으로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일들 목표로 세우면 된다.




 첫째, 나를 위한 건강한 식단 만들어 먹기.

여름방학의 특권, 여유있는 모닝 아이스 커피.
운동량이 적은 날엔 오트밀 닭가슴살 죽.
코코넛 가루로 건강하게 만든 머핀.
학교에 있었으면 과자를 먹었겠지만, 집이니까 건강한 간식.



 체중 감량을 위해서도, 지병이 있어서도 아니지만 나를 위해 건강한 식재료를 골라서 요리를 만들어 먹으면 왠지 나를 대접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있는 방학만큼만은 꼭 직접 요리를 만들어 먹으려고 한다. 일명 eat, clean!


 직장생활을 하는 어른들이라면 다 그렇겠지만 바쁘게 일하다보면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때문에 이런것까지 신경쓸 여력이 잘 안 생긴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 이대로 가다간 언제 병이 들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여겨질때 쯤 방학이 시작되니, 그 기간동안 나의 몸을 달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내 몸에 대한 예의다.








 둘째. 교육저서 3권 이상 읽기.

이번 방학에 읽을 책으로 골라놓은 3권.



 아이들과 멀리 떨어져있는 기간은 나의 교육관을 객관적으로 반성하고 개선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다.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방학의 가장 큰 가치라고 생각한다. 특히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이 다양한 유형의 담임을 겪어볼 필요가 있다는 논리로 내 그릇될지도 모르는 교육관을 방치하면 결국 피해는 아이들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차가 정기적으로 점검을 받듯, 교사도 스스로 끊임없이 자신의 교육행위를 점검받고 보수해야 낡고 망가지지 않는 법. 이것은 교대 시절 교수님께 들은 귀한 조언이기도 하고, 선배 교사로부터 들은 햇살같은 노하우이기도 하다.


 이러한 교육 저서를 읽고 나서는 나의 느낀 점을 글로 남겨 놓는 것이 좋다. 독후감으로서의 기록 뿐만 아니라 당시 교육자로서 나의 정체성까지 되짚어볼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셋째, 가능한 한 글 많이 쓰기.

글과 사진만큼 확실한 기록은 없다. 작년 여름방학부터 1일 1글쓰기를 실천했는데(주로 서평 위주였지만.) 되돌아봤을 때 그것만큼 그 때의 나를 잘 보여주는 것이 없다. 작년까지는 서평을 쓰는 인스타그램이나 일상을 남기는 블로그에 글을 썼었지만, 이제는 브런치라는 더할나위없이 귀중한 글쓰기 공간이 생겼으니, 이곳에 가능하면 하루에 한 편이상은 꼭 글을 남겨보려 한다.


 글쓰기는 참 신기한게, 날이 갈수록, 글의 갯수가 늘어날 수록 글쓰기 소재나 제재가 줄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게 된다. 일상 속 작은 것조차 글쓰기 소재가 된다는 것을 알고 나니 사소한 것도 간과하지 않게 된 것이 이유일까? 어찌됗든 참 감사한 일이다. 필력의 성장, 개인적인 기록물 남기기 등의 목적 이외에도 평소 마음 가짐을 달리할 수 있게 만드니, 글쓰기를 안 하는 이들을 붙잡고 영업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제발 글을 써보라고!















 물론 이외에도 학교 업무 차 학교에 나갈 일이 있고, 온책읽기 관련해 작성해야 하는 원고도 여럿 있고, 2학기와 함께 시작될 영재원 수업 준비도 아울러 해야겠지만, 오로지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세워진 목표만 공유해보았다.


 자율적인 배움이 있는 방학이 교사에게 주어진 방학의 아이텐티티라고 하면, 그 안의 생김새는 모두 다를 터. 그것이 바로 '자율'과 '자유'의 매력이 아닌가. 이번 방학에는 어떤 배움이 숨어 있을까. 짜릿한 이 여름, 다채로운 경험을 통해 얻을 배움에 벌써 가슴이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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