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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ttyfree Sep 21. 2022

브런치에 쓸 말이 없어서 사직하고 싶은 교사

요즘 젊은 교사가 학교를 탈출하는 이유



P선생, 그 얘기 들었어? 이번에 들어온 신규 있잖아, 의원면직한다더라고.


요즘 들어 주변 교사의 사직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사실 교사 양성 대학인 교육대학교를 졸업해서, 다른 진로를 찾아간다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위와 같은 말을 들으면, 다른 말보다도

대체 어떻게?

라는 말이 툭 튀어나온다. 두 가지 의미로다가.






그 '두 가지' 의미가 무엇인가 하면, 첫 번째로는 '어떤 경로로 무슨 직업을 찾아갔느냐'이고, 두 번째로는 '어떤 용기로 교사라는 좋은 직업을 포기했느냐'이다. 



전자부터 설명해보자면,

교대를 나온 교사가 일반 기업에 취직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교대를 다니는 4년 동안 이렇다 할 스펙을 쌓은 경험이 전무할 것이고 (그 흔한 컴활, 토익 같은 것도 전혀 보지 않은 사람이 부지기수.) 심지어 교육대학교 이수과목은 일반 사기업에서 학점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학부 재학 시절, 친구를 만나고 와서 충격에 휩싸였던 경험이 떠오른다. 고려대학교에 다니는 그 친구는 분명 고교 당시에는 나와 성적이 비슷했었는데, 어느 순간 정신 차려보니 스펙이 한없이 높은 꼭대기에 올라가 있었다. 당장 내일 있을 교생 실습수업이나 걱정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는 내 처지가 초라해 보일 정도로 말이다.

그러면 그때 좀 열심히 살지 그랬어요,

라는 말은 사실 의미가 없다. 교육대학교에 재학해본 학생이라면 공감하겠지만, 학부 커리큘럼을 이수하기도 빠듯해서, 교사가 될 것이라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자격증 시험에 매달릴 여유가 없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교대 커리큘럼의 개선이 필요한 것 같다. 쓸데없는 실기 시험도 너무 많고, 의미 없는 암기 과목도 셀 수 없다. 학생이 아닌 교수의 입지를 위한 강의라는 생각부터 들 정도로.)



체력도 좋고 지능도 좋았을 20대 초반의 대부분을 그렇게 보낸 교대생은, 사실 초등학교 교사가 아니면 설 곳이 별로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진로를 틀어 공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전직했다는 사람이 더 대단해 보일 수밖에 없다. 정신 없는 와중에 그 모든 것을 다 해냈다는 이야기니까.




후자의 말은, 사실 요즘에는 별 의미 없다.

용기가 있으면 탈출을 권하는 것이 요즘 교직 분위기이다. 물가상승률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임금인상률, 연금 국고는 바닥나고 있다는데 기여금은 왜 이렇게 많이 떼는지, 호봉은 올라가는 데 월급은 도무지 오르지 않는다. 거기에 나를 괴롭히는 학생이나 학부모를 만나면 직업 만족도가 최악으로 치닫는다.




요즘 브런치에 로그인할 때 뜨는 말이 있다.

진솔한 에세이부터 업계 전문 지식까지, 당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선보이세요.


나는 둘 중 어느 것도 하지 못한다. 진솔한 에세이는 학부모나 학생이 볼 것 같아서 못 쓰고, 업계 전문 지식은 없어서 못 쓴다. 아이들의 다툼을 중재하면서, 학부모의 어이없는 요구사항에 대응하면서, 과중되는 행정 업무에 짓눌리면서도 영 모르겠다. 교사의 전문성이라는 게 대체 무엇인지. 이렇게 내 직업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다가 한 해가흘러간다. 그렇게 나이를 먹는다.



'평생 이렇게 살 순 없어'라는 말과 '그래도 이만한 직업 없지'라는 생각이 수도 없이 싸운다. 어느 정도 직업적 적성을 인정하는 나 조차도 이런데, 그렇지 않은 신규에게는 오죽했을까. 그래서 이제 나는 '대체 어떻게?'라는 말보다는 다른 말로 그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해주려 한다.


"잘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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