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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ttyfree Sep 22. 2022

흔한 남매 시리즈, 왜 좋아하는 거야?

요즘 아이들의 취향




나는 수업 시간에  읽는 것을 제재하는 교사가 아니다.

그 이유는 첫째로 할 일 다 하고 책 읽는 것은 괜찮다고 여기는 느긋함 덕이고, 둘째로는 얼마나 책이 재미있었으면 그랬을까라고 기특하게 여기는 마음 덕이었다. 활자 대신 미디어가 각광받는 이 시대에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는 게 얼마나 기쁘던지.



그 런 데.

그놈의 '흔한 남매' 시리즈가 그런 나의 마인드를 다 무너뜨렸다. 몇 번 수업 시간에 책 읽는 것을 용인해주었더니, 이 녀석들이 우후죽순으로 내가 말할 때 그 책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닌가.



책 가지고 나오세요!

이제 앞으로는 선생님이 허용할 때만 책 읽으라며, 엄포를 놓고 책을 가져오면 어김없이 표지에 '흔한'이 붙어있었다. '흔한 남매', '흔한 호기심', '흔한 방탈출', '안 흔한 일기' 등••

종류가 진짜 엄청 많다.







대체 이게 왜 재미있나?

슬쩍 들춰보니 음, 어렸을 때 내가 좋아하던 교육 만화와 비슷하게 생기긴 했다.

라떼는 계림북스에서 나온 'I Love 겁보 토끼'나 '못 말리는 햄스터', 아니면 ILB에서 나온 '무서운 게 딱 좋아'시리즈 인기가 그렇게 많았는데.


그런 것처럼 요즘 대세는 흔한 남매 시리즈인가 보다.


어렸을 적 교육만화를 재미있게 보던 짬을 떠올려 정독하려고 했건만, 페이지를 펼친 지 2분 만에 도로 덮었다. 사실, 만화를 볼 여유 따위가 없는 교사에게 그건 사치였다.






흔한 남매 시리즈가 왜 재미있어?

없는 시간 쪼개어 읽는 대신, 아이들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결심했다. 하루 종일 빼앗은 '흔한' 책만 해도 다섯 권이 넘게 쌓여있었다. 하교지도를 하려고 줄을 서는데, 맨 앞에 책을 빼앗긴 아이가 서 있길래 물어보았다. 진심으로 우러나온 궁금증이었다.

몰라요. 그냥 애들이 보길래 보는 거예요.


아이의 대답은 예상외였다. 평소 자신의 생각과 주관을 뚜렷하게 말하는 아이이기에, 이 말은 정말 자신의 속에서 우러나온 이야기일 것이다.

친구들이 보기에 덩달아 보게 되는 책, 그렇게 보는 것 치고는 엄청 열심히 보던데.


'내가 살고 싶은 동네' 만들어보랬더니 '흔한 미니 영화관' 만드는 아이들



어쨌든 이 아이들, 흔한 시리즈에 단단히 빠져버렸다.

2학년을 반년 넘게 가르치고 난 후 느낀 점은, 저학년에게도 고학년만큼이나 나름의 세계가 있다는 것이다. 흔한 남매에 대해 궁금증을 갖는 시간은, 그들의 세계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시간으로 변해간다.



왜 그렇게 아이들이 흔한 남매를 좋아하는 거야?

라는 다른 교사의 질문에, 아이들 대신 명료하게 답할 수 있는 교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오늘도 흔한 남매를 일독하려는 시도를 해본다. 그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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