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인문학이 기술을 지배한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그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새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 중에서
지난번 글 '아이를 얼마나 더 망치시렵니까?'(https://brunch.co.kr/@ew7777/4)에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지금 미국에서는 소위 잘 나가던 개발자들이 해고 1순위입니다.
미국의 컴퓨터공학과(CS) 순위는 1위 카네기멜론(CMU), 2위 스탠퍼드, 3위 MIT, 4위 어바나 샴페인(일리노이대) 순입니다. 불과 1년 전인 2024년, 이들의 취업률은 500%가 넘었었습니다. 즉, 구글, 애플, 엔비디아, MS 등 졸업생들이 가장 원하는 직장 5~6곳에 합격하여, 행복한 고민을 하며 그중 한 곳을 선택해서 갔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1년도 안 된 2025년, 이 수치가 60~70%로 곤두박질쳤습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세계 최고의 대학의 컴공과 졸업생들 중 30~40%가 어느 곳에도 취업하지 못하고 백수가 된 것입니다.
이제 그 자리를 당당히 차지할 인재들은 바로 인문학도 여러분들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컴공과를 나오면 취업깡패라고 했었습니다. 취업시장에서 그들이 모든 취업준비생들을 압도한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문과 학생들에게도 코딩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해서 국비로 코딩 교육을 시켜 '100만 명 개발자 육성'이란 정책도 내놓고 강력하게 추진했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이제는 인공지능이 너무나 코딩을 잘해서 개발자가 더 이상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바이브 코딩'이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바이브 코딩'이란 '말로 설명하면 AI가 다 알아서 코딩을 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이제는 우수한 개발자가 되려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적 통찰을 가지고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쓸 수 있어야 훌륭한 개발자가 되는 그런 세상이 온 것입니다.
'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우리가 늘 들어오던 웃픈 소리. 수학 공식보다는 시 한 구절이 가슴을 울리고, 복잡한 코딩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게 더 편했던 우리들. 그래서 디지털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우리는 늘 쭈뼛거리는 주변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고개를 드십시오. 판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생성형 AI의 등장은 기술의 문법을 송두리째 바꿨습니다. 이제 기계는 복잡한 코드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 쓰는 '사람의 언어'로 대화합니다.
단언컨대, '문송'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그럼 이 절호의 기회를 온전히 우리의 것으로 굳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저는 이런 대 명제를 놓고 여러분들과 우리 모두의 지혜를 합하여 그 해결책을 제시하려 합니다.
바로 이것이 이글의 주제입니다.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우리는 각자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인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저는 현재 이 세계를 이끌고 있는 천재 2명을 소환하기로 하였습니다. 바로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허사비스'와 테슬라와 스페이스 엑스의 '일런 머스크'입니다.
지금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거대한 두 개의 뇌, 데미스 허사비스와 일론 머스크. 이들의 성공 비밀을 파헤쳐보면, 그 끝에는 기술이 아닌 '인문학적 본질'이 숨어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먼저, 알파고의 아버지, 구글 딥마인드의 CEO, (2024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데미스 허사비스'입니다. 그는 영국으로 이민 온 그리스계 아버지와 중국계 싱가포르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즉, 이민 가정의 자식이었습니다. 4세 때 아버지와 삼촌이 두는 체스를 어깨너머로 보고 배운 그는, 체스 대회 상금으로 받은 200파운드로 컴퓨터를 사서 본격적으로 게임에 빠져 들었습니다. 부모는 그를 막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컴퓨터를 가지고 마음껏 놀게 해 주었습니다. 덕분에 그는 수많은 혁신적인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15세 때 이미 게임 개발자로 명성을 떨치던 그는, '컴퓨터가 인간의 뇌 활동을 모방한다'는 점을 깨닫고 뇌 과학 연구에 뛰어들었습니다. 하버드를 넘어 세계 1위 대학교로 알려진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에서 인지 신경과학 박사과정을 밟으며 인간 기억의 메커니즘을 규명했고, 이는 훗날 알파고와 알파폴드 등을 개발하여 인류의 미래를 확장시키는 결정적인 기초가 되었습니다.
이후 그가 설립한 '딥마인드'는 직원 6명 규모의 신생 회사였음에도 무려 6,000억 원에 구글에 인수되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2016년 3월 9일, 구글은 '딥마인드'를 앞세워 한국에서 '알파고'와 '이세돌'의 역사적인 대결을 펼쳤었습니다.
<여러분 바둑의 경우의 수가 얼마인지 아십니까? 무려 10의 170승입니다. 1 뒤에 0을 170개 늘어놓은 숫자입니다. 상상이 되시나요? 1에 숫자 6개를 늘어놓으면 백만이고 거기에 3을 더 늘어놓으면 10억입니다. 그런데 170개의 0을 놓으면.... 그런데 단백질의 접힘 현상은 경우의 수가 10의 300승입니다. 이런 복잡한 것을 인공지능이 단숨에 밝힌 것입니다>
구글에 합류한 허사비스의 행보는 더 극적이었습니다. 알파고 제로, 알파스타 등을 거쳐 마침내 인류의 난제인 '단백질 접힘 구조'를 밝혀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알파폴드(AlphaFold)'입니다. 뢴트겐 이후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들이 수십 년간 매달려도 밝히지 못했던 단백질 구조를 AI를 통해 단번에 규명해 낸 것입니다. 이로써 인류는 모든 질병을 정복할 수 있는 열쇠를 얻게 되었습니다. 지금 전 세계 제약사들은 이를 활용해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와 저렴한 비용으로 신약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건강한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리게 될 세상이 불과 몇 년 앞으로 다가온 것입니다. 알파폴드는 신약 개발, 질병 진단, 정밀 의학 실현에 기여하는 핵심 도구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딥 마인드는 알파폴드를 이용하여 인류의 50년 묵은 과제를 해결했습니다. 코로나 19 원인 바이러스단백질 구조 예측도 성공하였으며, 우리의 미래를 확실하게 열어주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허사비스는 단순한 과학자가 아닙니다. 그는 인지과학, 철학, 게임 이론 등 인문학적 소양을 기술과 융합하는 '현대적인 르네상스적 인재'로 평가받습니다. 최근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가진 강연에서 “학생들은 변화의 시대를 맞아 학습하는 방법을 학습하는 법(learning to learn)을 익혀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AI 기술이 앞으로 수년 내 모든 분야에 급속히 적용될 것이며, 이러한 환경에서는 전통적 방식의 암기나 지식 습득보다는 새로운 지식을 빠르게 배우고 적용할 수 있는 능력, 즉 ‘적응력(adaptability)’이 가장 중요한 역량이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그의 발언은 AI가 가져올 미래 사회의 모습을 시사하면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합니다.
그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수준인 AGI(Artificial General Intellegence)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생각" 또는 "계획" 능력이 필수적이며, 깊은 사고를 통해 여러 계획을 병렬로 진행하고 최적의 것을 선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수학, 코딩, 과학 문제 해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모델이 첫 번째로 떠올리는 답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사고 과정을 스스로 다듬어 나가는 능력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허사비스는 또한 “학생들은 근본적인 원리와 자신의 열정을 결합해 학습하는 방법을 익혀야 합니다.” 그는 트렌드나 일시적 유행이 아닌 계산 이론, 정보 이론과 같은 기초적 학문을 강조하며, 이러한 학문이 급변하는 시대에 오히려 더 중요해질 것이라 예측합니다. 더불어 그는 학생들이 자신이 진정으로 관심 있는 분야를 꾸준히 탐구해야 하며, 이것이 변화 속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암기 위주의 획일화된 교육 환경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며 창의적이고 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깊이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허사비스가 상아탑의 천재라면, 일론 머스크는 진흙탕에서 별을 쏘아 올린 '서사(Narrative)의 제왕'입니다.
그의 시작은 처절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그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결손 가정의 아픔을 겪으며 자랐습니다. 17살, 그는 더 큰 세상을 꿈꾸며 무작정 캐나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하지만 캐나다 서부에 도착한 그는 유일하게 믿었던 친척이 이미 동부로 이사를 가버린 뒤였습니다. 낯선 땅에 홀로 남겨진 그는 살기 위해 농장과 제재소에서 막노동을 하며 캐나다 대륙을 횡단해야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대학에 들어간 그는 3학년 때 미국의 University of Pennsylvania(유펜)에 편입합니다. 이때의 전공은 경제학과 물리학이었습니다.
그의 원칙은 첫째, 관습을 깨는 '제1원리(First Principles)' 사고입니다. 전기차를 처음 만들 때,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배터리 팩 가격이 1 kWh당 600달러나 합니다. 전기차는 절대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포기했겠지만, 머스크는 인문학적으로 접근했습니다. 그는 배터리를 구성하는 물리적 본질까지 파고들었습니다. "배터리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니켈, 코발트, 리튬이다. 그렇다면 런던 금속 거래소(LME)에서 이 원자재들의 가격은 얼마인가?"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원자재 가격은 불과 80달러에 불과했습니다. 남들이 600달러라고 믿을 때, 그는 본질인 80달러를 본 것입니다. 그는 깨달았습니다. 비싼 건 재료가 아니라, 사람들의 고정관념과 비효율적인 공정 때문이라는 것을요. 그는 이 본질에 집중해 배터리 가격을 혁명적으로 낮췄고, 테슬라 제국을 건설했습니다.
그의 두 번째 원칙은 상식을 뒤엎는 '서사'의 힘입니다. 2018년, 그는 자신의 빨간 테슬라 로드스터를 우주선에 실어 화성 궤도로 쏘아 올렸습니다. 운전석엔 마네킹 '스타맨'을 태우고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를 틀었죠. 이것은 공학이 아니라 예술이었습니다.
<화성을 도는 팰컨 로켓에 탑승한 로드스터. 운전석에는 우주복을 입은 마네킹이 앉아있다>
2018년 외신을 통하여 일런 머스크가 자신의 차 테슬러를 홍보하기 위해, "화성을 도는 우주선에 테슬라의 로드스터를 붙여서 올리겠다"는 발표를 하는 것을 보고, 필자는 "웬 미친놈"이라고 웃어넘겼었습니다. 그러나 그 로드스타가 지금도 화성 궤도를 돌고 있습니다. 일런은 한번 한다고 약속한 것은 100% 지키고야 맙니다. 단, 계획보다는 늦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의 세 번째 원칙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미친 실행력'입니다. 우주선의 재사용을 위해 그는 또 한 번 미친 상상을 합니다. 한번 발사에 수천억 원이 들어가는 우주선 발사. 발사 후에는 당연히 폐기되어 우주로 흘러 보내고 일부는 바다에 떨어지는 것이 상식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왜 한번 쓰고 버리는가? 이를 재 사용하자고 나사(NASA)에 제안합니다. 아무도 이 제안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런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만한 일을 실현시키고 맙니다.
"로켓에 무거운 착륙 다리를 달지 말자. 대신 로켓이 돌아오면, 발사대에 달린 거대한 젓가락(Mechazilla)으로 공중에서 낚아채자!"
<스페이스 X 슈퍼헤비-스타십의 1단 로켓이 발사대로 돌아와 공중에서 두 개의 큰 팔에 안겼습니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이 장면을 그는 기어이 성공시켰습니다. 거대한 로켓이 젓가락 사이로 정확히 빨려 들어가는 이 모습은, 인류 우주 기술의 정점이자 한 편의 거대한 퍼포먼스였습니다.
화성(SpaceX), 지구(Tesla), 땅속(Boring Company), 그리고 인간의 뇌(Neuralink)까지. 그에게 불가능이란 없습니다. 그는 자신이 뱉은 말은 단 한 마디도 빼놓지 않고 모두 지켰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결정적인 사실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천재 공학자로만 알지만, 그는 아이비리그인 유펜에서 물리학뿐만 아니라 경제학을 전공한 인문학도였습니다. 그의 압도적인 상상력과 실행력의 원천은 코딩이 아니라, 바로 지독한 독서였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결정적인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천재 공학자로만 알지만, 그는 유펜(UPenn)에서 물리학뿐만 아니라 '경제학'을 전공한 인문학도였습니다.
그의 이 압도적인 상상력과 실행력의 원천은 코딩이 아니라, 바로 엄청난 '독서량'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하루 10시간씩 책을 파고들었던 그는 훗날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나를 키운 건 부모님이 아니라, 책이었다."
그가 화성을 꿈꾸게 만든 건 딱딱한 과학 교과서가 아니라,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같은 공상과학 소설(문학)이었습니다. 결국 그를 우주로 쏘아 올린 진짜 엔진은 로켓 연료가 아니라, 책 속에서 얻은 거대한 '인문학적 상상력'이었던 것입니다.
허사비스의 '탐구력'과 머스크의 '서사력'. 이것은 파이썬 코딩 기술이 아니라, 인문학적 상상력에서 나옵니다. AI 시대의 본질은 명확합니다. "어떻게(How)" 구현할 것인가는 이제 AI가 처리합니다. 복잡한 연산, 코딩, 데이터 분석... 이런 기술적인 장벽은 무너졌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무엇(What)"을 상상하고, "왜(Why)" 그 일을 해야 하는지를 정의하는 능력입니다.
'프롬프트(Prompt)'에 겁먹지 마십시오. 그것은 기계어가 아니라, 논리(Logic)이고 설득(Rhetoric)이며 곧 수사학입니다.
1.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던지는 힘 (철학)
2. AI가 헷갈리지 않게 상황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힘 (논리학)
3.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결과물을 만드는 힘 (문학)
이것들은 우리 인문계 출신들이 지난 수십 년간 밥 먹듯이 훈련해 온 것들 아닙니까? 우리가 "돈 안 된다"며 구박받던 그 '쓸모없어 보이던' 인문학적 소양들이, 이제 기계와 대화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프로그래밍 언어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인문계 후배 여러분, 그리고 동료 여러분. 기죽지 마십시오. 기계는 공대생이 만들었을지 몰라도, 그 기계의 주인은 결국 '말'과 '글'로 세상을 지휘하는 우리들입니다.
지금, 당신의 프롬프트 창을 여십시오. 그리고 세상을 향해 명령을 내리십시오. 당신의 시대가 왔습니다. <끝>
[Next: 아브락사스의 실전 비행] 오늘은 우리가 왜 AI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지, 그 '이유(Why)'를 이야기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어떻게(How)' AI를 내 뜻대로 움직이는지, 인문 학도만의 비밀 무기인 '수사학적 프롬프트' 기술을 공개합니다.
이 글은 <인문계여, AI의 등에 올라타라> 시리즈로 계속 연재됩니다. '구독'을 누르고 다음 비행을 준비해 주세요.
#인문학 #인공지능 #자기 계발 #문과생 #일론머스크 #미래 #AI #챗GPT #동기부여 #취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