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잘 입는 사람들은 정해진 스타일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 식대로 입는다
예전에 다닌 출판사 사장님이 참 멋쟁이셨는데, 전형적인 복부비만 체형에도 불구하고 어떤 옷을 입어도 태가 났다
하와이안 셔츠에 흰 바지를 매치하고 마 소재 중절모를 쓴 모습이 기억난다
과한 프린팅도 나니까 소화하지! 라는 자신감이 사장님을 멋남으로 둔갑시키는 것 같았다
나도 옷 잘 입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현실은 쯧쯔다
예전엔 거울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회사 갈 때 뭐 입지? 하며 야밤에 입었다 벗었다 혼자 패션쇼를 하기도 했고
자라 피팅룸 들락날락 거리며 잘 어울리는 코디를 열심히 찾기도 했었는데
이젠 코디도 상상에 의존해야 한다 (상상과 실제가 다른 건 함정)
아침마다 현관에서 신발까지 신고 꼭 남편에게 점검을 받는다
"나 괜찮아?"
"안 이상해?"
"이상하면 말해줘야 해"
남편은 이쁘면 "와 정말 이쁘다"라고 하는데
그날 코디가 영 아니다 싶으면 "음, 괜찮아" 내지는 "응" 하고 대답한다
옷이 정말 구릴 땐 "선생님 같아"라는 팩폭을 날린다
<별로니까 당장 갈아 입어>라는 뜻이다 ㅎㅎ
한 번은 A라인으로 퍼지는 여름 나시에 긴 가디건을 입었더니
"가정 선생님 같아"라는 디테일한 팩폭을 날려서 푸하하 웃고 말았다
응용편) 도덕 선생님 같아 & 윤리 선생님 같아
오늘도 선생님 같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당마에서 산 띠어리 셔츠와 역시 당마에서 산 모스키노 청바지에
빈티지샵에서 득템한 버버리 자켓을 입고 나왔다
들키고 싶지 않은 나의 브랜드 욕심
얼마 남지 않은 허영의 점 같다
여튼 패션의 완성은 자신감
& 내일은 뭐 입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