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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기요 Feb 10. 2021

코 파는 습관

이따금씩 코를 판다. 사실 되게 자주 판다. 코를 파면 시원하고 기분이 좋다. 내 몸 안에서 어떤 노력도 없이 생겨난 물질을 수확하는 기분이다(최대한 안 더럽게 쓰려고 했는데... 쉽지 않다). 나에게 작은 쾌감을 주는 무해한 행위다. 


오랜 습관이라 주변에 누가 없다 싶으면 어김없이 손이 코로 향한다. 친오빠는 손가락 두 개를 양쪽 콧구멍에 동시에 넣고 파는 신기한(!) 재주가 있는데 그걸 볼 때마다 기함한다. 난 저 정도는 아니지, 하며 양쪽 콧구멍을 각각 정성스레 판다. 

멍 때릴 땐 나도 모르게...

같이 사는 남편은 코 파는 버릇을 몸서리치게 싫어한다. 하긴 나도 남편이 빤스 안에 손을 넣어 벅벅 긁거나, 발가락 틈 사이를 비빈 다음 냄새를 맡는다거나 하면 정이 뚝 떨어질 것 같다(전자는 가끔 목격한다). 남편에게 코 파는 건 그 정도 레벨과 맞먹는 행위다. 코 파는 걸 들킬 때마다 "아, 진짜 쫌...!" 하며 눈을 흘기는데 그때만 잠시 안 하는 척했다가 다시 코 파기에 열중한다.  


대놓고 파는 것도 아니고 살짝살짝 몰래 하는 건데 뭘. 나는 이렇게 나에게만은 관대하다. 얼마 전 두 돌 지난 아이가 아무렇지 않게 코에 손을 쑥 넣기에 당황했다. 내가 하는 거 보고 배웠구나!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더니 코 팔 때 집중하는 표정이 나랑 똑같았다. 


아이 앞에선 코 파지 말아야지. 

지금도 코 파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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