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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기요 Dec 05. 2020

나는 내가 좋다  

나는 강박적인 내가 좋다 

매달 5일에 칼같이 마감 쳐낸다 2년 간 성실하게 기고했다 오늘도 6시에 일어나서 원고 썼다 


나는 부지런한 내가 좋다

아무리 피곤해도 6시에 일어나서 바닥 쓸고 화장실 소독하고 가습기 닦고 애기랑 남편 아침밥 챙긴다 


나는 엉덩이 가벼운 내가 좋다 

눈뜬 시간은 계속 움직이고 퍼져 있지 않는다 머리카락 줍는 것이라도 생산적인 일을 한다 


나는 몸무게 집착하는 내가 좋다 

매일 몸무게를 재고 기록한다 54킬로는 넘지 말자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킨다 


나는 술 마시는 내가 좋다 

술은 나에게 일상의 활력과 기쁨이 된다 그 기쁨을 인정하고 매일 마신다 


나는 술 마시려고 운동하는 내가 좋다 

운동의 목적이 너무 명확해서 하루도 안 할 수가 없다 


나는 타인 감정 신경 쓰며 눈치 보는 내가 좋다

신경 안 쓰는 것보단 낫겠지 신경 쓰는 사람이 신경 쓰이는 사람보다 낫다 


나는 먼저 사과하고 비굴하게 애교 떠는 내가 좋다

나 하나 비굴하면 금세 평화가 찾아온다 평화를 위해 애쓰는 나 바람직하다 


나는 이율배반적인 내가 좋다 

남편이 다이소에서 인형 하나 사는 것도 못마땅한데 나의 위시리스트는 까르띠에 머스트탱크다  


나는 돈에 연연하는 내가 좋다

돈 너무 좋아... 돈 많았음 좋겠다 


나는 시도 때도 없이 내 얘기하는 내가 좋다 

내 얘기 내가 한다는데 뭐 


나는 내가 좋다 

나의 모자란 면, 궁상맞고 내로남불 하고 상대 눈치 보며 전전긍긍하는 모습까지도 

내가 나를 인정하고 귀엽게 봐줘야 한다 


너는 정말 부지런해, 너는 진짜 열심히 살아, 너는 그 와중에 글도 제법 쓰고 웃긴 지점도 있어 

너는 참 괜찮은 사람이야 

주말 새벽 원고 마감한 나에게 내가 하는 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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