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은 처음이라

by 저기요

출산 휴가 3개월과 육아 휴직 3개월을 쓰고 반년만에 출근하는 날. 난생처음 겪는 긴장감에 온몸이 벌벌 떨렸다. 2년도 아니고 1년도 아니고 고작 6개월 쉰 건데. 강산이 변할 세월 축에도 못 끼건만, 왠지 모를 긴장과 불안에 전날 밤을 꼬박 지새웠다.


우주 탐사 마치고 지구 착륙 앞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살면서 그렇게 긴장을 많이 한 건 처음이었다. 사회생활할 만큼 했고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오만이었다. 복직은 처음이었다. 아이를 낳은 후의 변화가 너무 커서, 아예 다른 사람이 된 상태로 출근을 하는 기분이었다.

육아 휴직 기간은 마치 달 탐사를 하는 것 같았다...^_^a

다시 책상에 앉아서 예전에 했던 일을 할 수 있을까?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고, 아이를 떼어놓고 출근하는 것도 처음이라 앞날이 막막했다. 나의 두려움은 두 가지였다. 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찾는 것에 빨리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 아이를 낳고 돌아왔음에도 여전히 쓸모 있는 인간이라는 걸 회사에 증명해야 한다는 것. 아이가 없을 땐 내 일만 잘하면 됐는데, 이제는 출근 전부터 퇴근 후까지 정신을 빠짝 차려야 했다.


복직 첫날은 정말 낯설었다. PC 로그인 비번을 몰라 20문을 헤맸고, 오랜만에 마주한 동료들과는 안부를 주고받는 것도 어색했다. 20대 때 점심시간마다 육아 이야기에 열을 올리며 아기 사진 돌려보는 선배들이 너무 싫었던지라, 출근 전날 회사에서 육아 얘기는 절대 하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을 했었다. 그런데 6개월의 휴직 기간 동안 내 삶의 중심은 오로지 아이였다. 나에겐 이렇다 할 콘텐츠가 없었다.


스몰토크가 이렇게 어려운 것이었던가... 예능도 안 보고, 아이돌도 모르고, 소소하게 이야기 나눌 소재가 없었다. 수다쟁이 비호감 아줌마로 찍히지 않으려면 발신량을 줄이는 게 최선이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희미한 리액션이 다였다.


나 뭐 입고 갈까? 복직 2주 전부터 매일 저녁 남편에게 물었다. 회사 다닐 때 옷을 어떻게 입고 다녔는지 생각이 안 났다. 아줌마가 처녀처럼 입고 다닐 수도 없고, 아줌마라고 아줌마 티 나게 입을 수도 없고. 육아로 지치고 부스스한 모습만은 보이지 말자 싶었다. 매일 다른 옷을 입을 것. 그리고 기본적인 화장은 할 것. 이 두 가지만 지키기로 했다(이것도 은근 힘들다는 게 함정).


복직 후 4개월이 지난 지금은 회사생활에 제법 적응을 했다. 예나 지금이나 크게 느끼는 사실 중 하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는 거다. 내가 아이를 낳고 복직을 한 게 회사 입장에선 별 일 아니다. 아이를 낳은 건 내 인생의 가장 큰 이벤트고 육아는 내 일생의 숙제지만 그건 타인과는 별 관계가 없는 나의, 우리 가족만의 일이다.


육아를 하는 여성이라고 해서 회사와 동료에 피해를 주기는 싫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땐 양해를 구할 자세가 언제든 되어 있지만, 육아를 하는 게 특권도 아니고 당연히 배려받아야 할 상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의 힘듦을 그렇지 않은 상황의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시키고 싶지도 않다. 이건 그냥 나의 몫이다.


요즘은 퇴근 후 동료들과 술 한 잔 기울이던 게 그립기도 하다. 7시 퇴근을 앞두고 6시 30분부터 엄마와 카톡을 주고받으며 역에서 아이 받을 준비를 한다. 복직 후 새롭게 맞이한 나의 육아 일상이다. 오늘도 무탈하기만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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