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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기요 Jul 18. 2021

부러움의 카테고리

부러움이라는 감정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부러운 게 뭘까? 나에겐 없는 걸 상대방이 가지고 있을 때 느끼는 괴로운 감정이란다. 이런 감정이 들 때, 머리털이 쭈뼛 서고 식은땀이 나고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 든다. 아 또야... 또 시작이네... 매일 반복되는 주정뱅이의 주사 같다. 지겹다 지겨워. 스스로가 한심하면서도 애처롭다. 


또니? 또야? 그래 이번엔 또 뭐가 부러운 거니? 외적 자아가 내적 자아에게 말을 건다. 나의 외적 자아는 우유부단하고 물러 터진 내적 자아보다 단단하고 공격적이다. 


그냥, 부러워. 나에게 없는 거라 부러워 / 너한테 없는 게 뭔데? / 뛰어난 재능도 없고 꾸준한 태도도 없고 대단한 미모도 없고 긍정적인 마인드도 없고 무엇보다 이렇다 할 결과물이 없잖아 / 결과물이 뭔데? / 그냥... 어떤 거든.


뫼비우스의 띠 같은 대화가 이어진다. 삶의 목표가 분명해야 부러움의 카테고리도 명확해지는데, 내 부러움의 카테고리는 중언부언 흐지부지~~ 영세한 기획사에서 대충 기획한 아이돌 그룹마냥 컨셉이 불분명하다. 


최근 부러움을 느낀 사례 리스트


-새로운 포지션을 제안받은 동료가 부러웠다 

-한 직장에서 꾸준히 커리어를 쌓으며 다양한 경험을 하는 후배가 부러웠다

-예전 직장에서 팀장이 된 후배가 부러웠다 

-비슷한 개월 수의 아이를 키우며 수영복 몸매를 뽐내는 인친이 부러웠다

-예쁘게 인테리어 해놓고 사는 친구가 부러웠다

-해외 발령 계획이 있는 친구가 부러웠다

-뭘 입어도 태가 나고 남편과의 투샷이 그럴싸한 친구가 부러웠다

-상냥한 말투의 예쁘고 친절한 어린이집 친구 엄마가 부러웠다 


???

새로운 포지션, 꾸준한 커리어, 승진이 가장 부러운 걸까? 

ㄴ 지금 내 상황에선 새로운 포지션이나 승진을 욕심내기보단 꾸준히 존버하는 게 답이다. 일과 육아의 균형을 가까스로 맞추고 있는데 그 무게중심이 일로 쏠리면 친정엄마와 남편을 비롯한 육아 파트너들이 힘들어진다. 애는 말할 것도 없고. 그러니까 직장은 그냥저냥 만족하며 지금처럼 현상 유지를 목표로 다녀야 하는데...(근데 그러기가 싫으네? 좀 더 인정받고 싶고 다른 것도 해보고 싶네?) 


수영복 몸매,  예쁜 인테리어? 

ㄴ 군살 없는 49킬로 몸매 갖게 되면 수영복 사진 찍어서 인스타에 올릴 자신 있나요? 없지요. 수영복 몸매가 부러운 거지 수영복 사진이 부러운 건 아니잖아. 그런 거 볼 때마다 한편으론 불편했잖아. 

ㄴ 예쁜 인테리어는 쫌만 더 참으면 할 수 있다. 사실 지금 19평에서 강제 미니멀리즘 실천하며 사는 게 쓸데없는 욕망을 잘 제어해주고 있다. 19평에서 뭘 어쩔 것이냐. 그때그때 정리해서 부지런히 버리며 사는 게 장땡이지. 


해외 발령받으면 가서 잘 살 자신 있어?

ㄴ 없어요! 해외 발령은 뭔 해외 발령이야. 당장 현재 사는 동네만 벗어나라고 해도 스트레스 오지게 받을 게 뻔한데. 그리고 결정적으로 영어를 못함. 


뭘 입어도 태가 나고 남편과의 투샷도 그럴듯한, 상냥한 말투의 예쁜 엄마?

ㄴ 이건 진짜 부럽다. 결국 가장 부러운 건 사이좋은 부부 & 맘씨 좋고 상냥한 엄마의 모습인데 이게 가능하려면? 내가 일상적으로 느끼는 부러움의 감정을 덜 느끼며 살아야 한다. 그냥 우리 행복해요, 난 행복해요, 하는 건강한 마인드를 갖추려면 타인과의 비교는 금물이요 스스로를 작게 만드는 생각은 아예 안 해야 하는데 


모든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이 어려우니 매번 부러워하고 반성한다. 부러움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반성이 시작된다. 오늘은 또 어떤 것에 부러움을 느끼고 반성하려나.


부러움의 카테고리가 하나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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