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좀 각 잡아서 잘 개주면 안 되나 (내 이불은 내가 잘 갠다)
깨우기 전에 일어나 주면 안 되나 (늘 먼저 일어나서 깨우는 건 나다)
잠은 나도 잘 못 자는데, 못 잤다 피곤하다 표현 좀 안 하면 안 되나 (눈 붙였으면 된 거지 뭘)
욕실 하수구에 머리카락 한 번 치워주면 안 되나 (5년 만에 처음 말해봤다 치워달라고)
설거지 한다고 했으면 아침에 엄마가 좀 빨리 오셨어도 해주고 가면 안 되나... (설거지 1분이면 되는데)
아침마다 엄마 오시는 거 신경 쓰여 화장실 못 간다는 티 좀 안 내면 안 되나 (왜 내가 더 불편한지)
늦어도 6시 30분에는 퇴근하고 오면 안 되나 (칼퇴는 안 바란다)
일찍 오는 날은 애 양치 시키고 책 읽어주고 재워주면 안 되나 (당연히 내 몫이 되어버린 일)
일주일에 네 번 하는 게임 협력전 좀 줄이면 안 되나 (당연한듯 나갈 때 가끔 슬프다)
평일 저녁에 나한테도 30분만 자유 시간 주면 안 되나 (나도 밤 공기 마시고 싶다)
안 되나 안 되나 안 되나 생각하다가
이불 군인처럼 칼 같이 개고
깨우기 전에 오뚝이처럼 일어나 있고
아침에 피곤한 내 얼굴 보며 "왜 피곤해?" 하며 공감 못하고
하수구에 쌓인 머리카락 치우며 생색 내고
출근 복장으로 설거지 하며 사람 눈치 보게 만들고
엄마가 와계시든 말든 화장실에서 10분씩 똥 싸고
6시 칼퇴하고 집에 와서 살림과 육아 지적하고
나보다 더 유난맞게 양치시키고
게임은 커녕 아무 취미도 없어 집에만 붙어 있고
평일 저녁 내가 한 두시간 나갔다 와도 아무 일 없이 온 집안이 평온하면
지금보다 나을까?
결혼생활에 불만이 지금보다 적을까?
나에게 주어진 내 역할이 이만큼이라 생각하면
투덜거림이 뭔 의미가 있나 싶다
나는 남편이 달라지는 걸 바라는 게 아니라
남편이 내 입장을 이해해 주길 바라는 거다
생색 내고 싶어도 못 내는 내 입장을 알아주고
고생하네, 힘들지, 내가 잘할게 같은 입에 바른 말
그런 말이 듣고 싶은 거다
상대를 탓해서 얻을 게 없다
장점도 많은데 왜 아쉬운 부분만 붙잡고 늘어지려 하는지
존재 자체로 감사하고 귀하게 여기자
오늘도 이렇게 사고 회로에서 불만을 빼내고 행복을 집어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