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여지없이 새벽 다섯 시 반에 눈을 떴다. 어제 오랜만에 남한산성 등산하고 점심에 명륜진사갈비 갔다가 저녁에 술 한 잔 하고 잘 잤는데, 아침에 몸을 일으키기가 힘들었다. 뭐지?
옷 갈아입으려고 옷방 문을 열었는데, 몸이 휘청거렸다. 바닥에 털/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보이면 질색팔색하는 성격이라 눈뜨면 돌돌이부터 돌리는데 꼬불거리는 털을 보면서도 돌돌이를 돌릴 기운이 없었다.
아아 몸뚱아리야 왜 말썽이니. 그래도 회사는 가야지. 주섬주섬 옷 챙겨 입고 물 마시려고 부엌까지 갔는데 이건 도저히 회사를 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애 놀이방에 펼쳐놓은 따수미 텐트 안으로 기어들어가서 우선 6시 30분까지만 누워 있다가 7시에 택시 타고 출근 하자 하고 누워 버렸다.
회사 가서 할 일도 별로 없으면서 택시 타고 출근할 결심까지 하다니... 저혈당 쇼크가 와서 (나중에 알았다 이것이 저혈당 쇼크라는 것을...) 제대로 앉을 기운도 없는데 그 와중에 출근할 생각하는 내가 너무 웃기고 짠했다.
텐트에 누워서 안방에서 자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안 받니... 안방으로 기어가서 남편의 발을 꾹 눌렀다. 나 죽겠어. 119 불러서 응급실 가야 할 것 같아. 몸을 못 일으키겠어.
놀란 남편이 사과즙, 아르기닌, 바나나, 꿀물 등 냉장고에 있는 것들을 죄 가지고 왔다. 먹고 나니 조금은 살 것 같았다. 그래도 회사 갈 상태는 아니었다. 그 와중에 오늘 해야 할 별 대수롭지 않은 일들을 떠올리며 그래도 회사 가야 하는데, 아아............. (기절)
결국 오전 반차 내고 오후에 출근했다. 당뇨 환자가 아니어도 저혈당 쇼크가 올 수 있구나. 오전에 자리 비웠는데 어쩌지? 불안해하며 출근했는데 두 시간 만에 오늘 할 일 다 끝냈다. 그 정도로 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