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대를 누가 추억할까

by 저기요

자식이 생기니 소중하고 위대한 가치인 평범함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된다

남들보다 잘날 필요 없고 남들에게 크게 사랑받지 않아도 괜찮아


최근 걸그룹 이슈를 보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감수성 예민한 시기, 매 순간 대중에게 평가당하는 피곤한 직업

같은 성별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모여 있으니 얼마나 많은 감정이 오갈까

상처 주고 상처 받는 게 다반사일 텐데 생각만 해도 숨 막힌다


평범한 사람도 미치기 십상인 십 대에 무슨 꿈을 이룬다고 그러니

급식 먹고 매점 가서 또 빵 사 먹을 나이에 혹독하게 살 빼야 하고

우울하고 지칠 때도 무대 위에선 방긋방긋 웃어야 하고

나보다 예쁜 애, 나보다 뛰어난 애, 나보단 처지는 애

끝없이 견제하고 신경 쓰게 만드는 가혹한 아이돌 문화


왜 아이돌이 되고 싶을까?

사랑받고 싶어서? 유명해지고 싶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사랑받는 것, 유명해지는 것,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인생의 목적은 아녔으면 좋겠다

나와 나의 아이와 주변 사람들 모두


***


떠올리면 참 민망하고 거시기한데 가끔은 그립기도 하고

하지만 결코 돌아가고 싶진 않은 십 대 시절

땅 속의 매미처럼 존버 하는 수밖에 없는 답답하고 고통스러운 시절아


미치거나 누군가를 미치게 하지 않았고

크게 다치거나 누군가를 크게 다치게 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 시절을 버틴 스스로가 대견하고

앞으로 그 시절을 겪을 아이가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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