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생기니 소중하고 위대한 가치인 평범함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된다
남들보다 잘날 필요 없고 남들에게 크게 사랑받지 않아도 괜찮아
최근 걸그룹 이슈를 보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감수성 예민한 시기, 매 순간 대중에게 평가당하는 피곤한 직업
같은 성별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모여 있으니 얼마나 많은 감정이 오갈까
상처 주고 상처 받는 게 다반사일 텐데 생각만 해도 숨 막힌다
평범한 사람도 미치기 십상인 십 대에 무슨 꿈을 이룬다고 그러니
급식 먹고 매점 가서 또 빵 사 먹을 나이에 혹독하게 살 빼야 하고
우울하고 지칠 때도 무대 위에선 방긋방긋 웃어야 하고
나보다 예쁜 애, 나보다 뛰어난 애, 나보단 처지는 애
끝없이 견제하고 신경 쓰게 만드는 가혹한 아이돌 문화
왜 아이돌이 되고 싶을까?
사랑받고 싶어서? 유명해지고 싶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사랑받는 것, 유명해지는 것,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인생의 목적은 아녔으면 좋겠다
나와 나의 아이와 주변 사람들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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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올리면 참 민망하고 거시기한데 가끔은 그립기도 하고
하지만 결코 돌아가고 싶진 않은 십 대 시절
땅 속의 매미처럼 존버 하는 수밖에 없는 답답하고 고통스러운 시절아
미치거나 누군가를 미치게 하지 않았고
크게 다치거나 누군가를 크게 다치게 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 시절을 버틴 스스로가 대견하고
앞으로 그 시절을 겪을 아이가 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