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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기요 Jul 27. 2020

소개팅과 면접의 공통점

현 남친(현 직장)이 맘에 안 든다. 왠지 더 나은 남자(직장)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소개팅(면접)을 한다.

현 남친보다 괜찮은 남자가 나오면 안달이 난다. 애프터가 간절하다.

하지만 애프터는 없다(절망).

현 남친보다 못한 남자가 나오면 풀이 죽는다. 그냥 집에 가고 싶어 진다.

애프터가 와도 기쁘지 않고 거절하며 다짐한다. 소개팅 아예 하지 말 걸.


차암 신기하게도

소개팅을 망하고 망하고 또 망해도 계속 소개팅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고

면접을 망하고 망하고 또 망해도 계속 어딘가에 이력서를 내고 있다

나를 조금이라도 더 나은 값에, 근사한 곳에 팔고 싶은 이 욕망


결혼 전 소개팅에서 "스스로 얼마나 결혼에 적합한 사람인지 서술해 보시오" 같은 질문을 받은 적 있었다. 에라이 임마! 우리 부모님이 너 같은 놈 만나라고 날 수억 들여 교육시킨 거 아니거든? 하고 대차게 받아치지 못한 게 지금도 가끔 후회된다. 무례한 질문엔 무례하게 응수해야 하는데, 왜 황당한 표정만 짓고 있었을까.


면접에선 "스스로 이 회사에 얼마나 필요한 사람인지 서술해 보시오" 같은 질문을 받으면 바짝 긴장이 된다. 짧은 몇 마디에 승패가 좌우된다. 내가 나의 쓸모를, 장황하지 않게 논리적으로 말해야 하는 것이다. 소개팅은 아니면 뭐!인데 면접은 그렇지 않다. 최대한 면접관 마음에 들어야 다음 흥정 단계로 갈 수 있다.


"정말 가고 싶은 곳도 아니면서 계속 이력서 내고 면접 보고 상처 받는 짓 좀 그만둬요"

친한 지인의 조언에 "그러게요" 하며 시무룩하면서도 나는 나를 안다.

계속해서 이 짓을 할 거라는 걸.

엉덩이 한 번 들썩인 이상 어디든 가야 직성이 풀리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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