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조화를 이루기까지

음악의 10가지 요소로 바라본 가족 #0

by 이화음


"와, 선생님! 이 사람 피아노 엄청 빨리 치네요!"

"손가락이 날아다녀요!"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임윤찬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연주를 소개하면, 분명히 이 정도로 답이 돌아올 것이다. 나는 임윤찬과 메켈레의 조합으로 감동받지만, 우리 학생들은 아마도 내가 느끼는 전율을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https://brunch.co.kr/@ewha-um/37

피아노 연주를 전공한 사람으로, 또 미국 공립 중학교에서 일반 음악/합창 선생님으로 일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것 중에 하나가, 내가 알고 있는 전문 지식을 어떻게 10대가 갓 된 아이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였다. 음악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누군가에게 음악처럼 아름다운 다른 세계도 있음을 알려주려고 할 때, 선뜻 브람스의 인터메조를 (J. Brahms Intermezzo Op.116-119), 첫방에 소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미국 음악교사로 일하면서 이 신비하고도 아름다운 음악의 매력을 일반사람들에게 어떻게 알려줄 것 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특별히 5-8 학년(참고로 미국은 K-12학년까지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어떻게 하면 이들을 음악의 신비로움에 초대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아이들이 평생 살면서 어떠한 음악이 자기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어떤 음악을 선택하여 평생 즐기며 들을 줄 아는 사람들이 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느지막이 5년 차 미국 음악교사가 된 지금의 나는, 서두르지 않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쉽게 설명하고, 점진적으로 그 지식이 넓혀지기를 바라는 선생님의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세 자녀를 키우며 피아니스트의 커리어를 동시에 지키는 것이 아내로서, 엄마로서 많은 책임을 요구했다. 수년에 걸친 고뇌와 생각의 끝에, 미국에서 음악 교사로 일하기로 마음을 정했고, 교사 자격증을 준비하기까지 많은 물리적, 정신적 바쁨이 있었다. 물론 처음에 교사라는 다른 길을 선택하려 했을 때, 프로 연주자가 되기까지 노력했던 수고와 시간이 아까워 보이고 억울하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돌아다보면, 결국엔 그 많은 시간들에 다른 방식의 나를 만드는 디딤돌이 된 것은 분명했다. 지금 나에게는 새로운 직업적 소명이 있기에 내가 지금 느끼는 직업의 만족도는 매우 큰 편이다. 일반음악(General Music)이라는 의미처럼 누구에게나 제공되는 음악의 수업을 통해, 또 합창(Chorus) 수업과 연주 통해 나에게 주어진 모든 학생들이 음악의 아름다움을 체험하게 하는 역할이 나의 역할이다.


피아니스트로 화려하게 등장하는 무대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실로 내 무대가 옮겨졌지만, 나의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신도 나고 책임감도 많이 느낀다. 나의 학생들이 결국에는 평생 음악을 어떠한 방식으로든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일, 음악을 아름다움을 알아챌 수 있는 눈을 가지게 하는 것에 기여한다는 나의 직업의 기쁨이다.




그래서 이 아이들이 음악의 기본 원리를 알면 음악이 더 잘 들리겠지, 더 많이 알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음악의 요소라는 틀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음악은 여러 요소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예술인데, 이를 배우다 보면 음악의 아름다움을 더 알기 쉬울 것이라 확신했다.


음악을 이루는 요소(Elements of Music)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다. 누구는 음악의 3대 기본 요소, 누구는 8대 요소 누구는 11가지라 이야기한다. 하지만 앞으로 이어질 글에서는 10가지 정도로 소개해 보려 한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음악의 요소 중에서 열 가지로 추려보면, 선율(Melody), 음정(Pitch), 리듬(Rhythm), 화성(Harmony), 박(자)(Beat, Meter), 템포(Tempo), 음의 세기(Dynamic), 음색(Timbre), 아티큘레이션(Articulation), 형식(Form)이 있다.


멜로디가 중심을 이끌고, 화음은 그 멜로디를 감싸 안으며, 리듬은 그 흐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각각의 요소는 단독으로 존재할 수 없고, 전체 속에서 서로를 완성시킨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은 마치 음악 속 음표처럼 각자의 역할을 맡고 있으며, 그 역할들은 서로 얽히고 기대어 하나의 ‘가족’이라는 큰 곡을 만들어낸다. 나는 음악의 언어로 가족을 바라볼 때, 우리가 얼마나 서로를 필요로 하고 보완해 주는 존재인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마치 오케스트라가 합주하는 것 같다"라는 표현은 조화와 화합을 비유하는 대표적인 클리셰이다.


많은 사람이 한 음악을 연주해 내는 그 모습을 표현한 것인데, 작곡가가 악보에 음악을 남기면, 연주자가 그 곡 연주하여, 다 같이 어떤 소리의 형태로 표현하는 이 과정이 가족의 구성과 조화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가족 내 역할이 주어지고 구성원 각자가 수행해서, 어떤 가정의 모습으로 만들어 가는지 말이다.


앞으로 어떤 음악의 요소들 어우러져 하나의 조화를 이루는지, 또 가족 내의 구성원의 역할과 관계가 어떻게 어우러져 한 가정의 색깔을 만들어가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다.





*각 카테고리 안의 번호순으로 글을 읽으시면 흐름을 이해하시는데 더 도움이 됩니다.

*링크 공유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무단 복사나 내용 도용 시,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3/17/24 임윤찬+클라우스 메켈레 보스턴 공연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