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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고 원하지만 가는길이 너무 멀때   

위로의 방법

지난 주말 k 팝스타 6- 라스트찬스 1부에서 탈락한 한 참가자의 말이 나를 울렸다. 

그는 좋은 목소리를 가졌고 노래도 잘하는 후보였으며 심사위원들이 모두 한목소리로 남다른 목소리를 가졌다고 칭찬한 후보였다. 


그러나 10명의 후보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그는 아쉽게 탈락하였다. 

탈락의 순간 박진영 심사위원은 그에게 소감을 물었다. 

울듯말듯 참는 그녀의 표정은 무언가 꽤 할 말이 많은 얼굴이었다. 아직은 세련되지 않았고 무대위의 자세도 긴장한 티가 많이 났지만 그녀는 용기를 내어 “오디션 한번만 보게 해주세요. 항상 열심히 하는데 그냥 제자리...늘 노력해도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같아요‘ 하며 눈물을 터트렸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심사위원들은 그녀의 말에 일순간 모두 정지한 듯 보였다. 


내 짐작이지만 그 자리에 있는 심사위원들 역시 항상 노력은 하는데 제자리에 있게 되는 경험을 했던가? 그 후보자의 말에 일순간 정지한 세 사람은 그녀의 말을 주의깊게 들어주었다. 

그리고 유희열 심사위원은 진심으로 응답을 해 주었다. 


그 말이 위로가 되었을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그 자리에 그 누가  있었다고 해도 그보다 더 적당한 대답을 찾기는 어려웠을 것 이다. 

나는 진로 상담을 하는 사람으로써 그 장면이 주말내내 잊혀 지지 않았다. 


가수로써 꿈을 키워오는 청춘.

넘치는 끼와 수려한 외모 다듬어진 제스쳐로 누가보아도 예비 가수로 보이는 후보부터 

천재성과 열정으로 다른 이들을 숨죽이게 만드는 후보

노력과 눈물로 점철된 연습의 시간을 짐작하게 하여 보는이들을 숙연하게 만들어주는 후보 

탁월한 매너와 자신감으로 가득차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가진 후보 

그냥 바라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미소짖게 하는 최강 비주얼의 후보까지 그들의 가진 매력은 그야 말로 무궁무진하였다. 


그러나 나를 가장 가슴 아프게 하는 경우는 

매력적인 보이스와 탁월한 가창력을 가졌지만 

대중적인 가수가 되기에는 심심한 느낌을 주어 탈락의 아픔을 겪어야 하는 후보들의 눈물이다.  


그 자리에서 탈락을 하였다고 가수가 되기 어렵다거나 가수가 될 수없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노력했지만 맨날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그녀의 말 앞에 내가 해줄 말이 없음이 답답하고 가슴아팠다.   

지난 겨울 내내 취업을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 했던 제자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나를 찾아와선 ‘ 이제는 내가 뭘 원하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라고 눈물을 뚝뚝 흘리던던 한 학생들의 어깨가 애처롭게 떠오른다.  

용기를 주고 

다시 해보자고 손을 잡아주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자료와 정보도 모아 주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도 제자리에서 맴도는 그들의 힘겨움이 온전히 느껴져왔기 때문이다. 

누가보아도 성실하고 어여쁜 학생들인데 

선생으로써 

비슷한 말밖에 해 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때가 많다. 


내 젊은 날에도 

미친듯이 달려가 보아도 제자리 뛰기만 하였던 시절이 있었다는 말은 

그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함께 눈물을 훔치며 그저 어깨를 다독여 주고 

잘할 수 있음을.... 

그리고 이 방향이 맞다는 조용한 긍정의 말을 

담아 줄 수 밖에 없음을 ...

고백할 수밖에 없어 마음이 시리다. 


각자는 모두 다르고 소중하며 

남다른 강점을 가졌으며 

그러니 너도 특별하다....

백만번이라도 이 말을 해주어 그에게 위로가 된다면 

그러고 싶다. 


노래를 하고 싶어하고 노래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졌는데 

가수가 되는 길은 무척 길고도 어려워 보인다. 

그들의 재능과 열정을 잘 아는 심사위원들은

그들이 마주하고 있는 젊은 이들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때로는 희망은 고문이다. 


하지만 희망이 없다면 지금 이 순간에 

우리는 무엇을 붙들 수 있을까? 

 꿈이 사라져버린 뒤 

희망이 없다고 말할 때  

이것이 마지막이었다며 

무릎에서 온 힘이 빠져나가는 그 기분을 

느껴야만 할때 

어른으로써 나는 그들에게 무엇을 말해 줄 수 있는것일까? 


얄팍한 공명심이나 

자기 허영에 매몰된 

안내자나 선동가가 되고 싶지 않다 . 


비가 올때는 함께 비를 맞는 

연대감. 

힘들지만 옆에 누군가 있다는 경이로움이 생겨날 때 

우리는 절망이 아닌 선택을 하지 않을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터널을 통과해야만 했던 젊은 시절. 


발렌타인데이에 조용히 찾아와 

작은 초코렛을 주고간 

고등학교 시절 내 단짝 친구는 

당시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었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 


어쩌면   

그날의 내가 받은 위로는 

지금까지의 내 삶의 거의 모든 것의 밑바탕이 되기도 했었노라 말할수 있을 정도 이니...

그 위로는 그것으로 충분하였다 . . 


졸업과 입학이 겹치는  2월


원하고 원했지만 가는 길이 너무 멀어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랑으로 하는 격려도 힘겹고 

응원도 힘에 부친다 . 


모든 것을 다 말하라고 시키지말자 . 


말하지 않고 덮어 두는 것이 도움이 되는 시간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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