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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 없는 꿈

진로포부



캠퍼스는 온통 꽃의 향연이다. 


유난히 길었던 겨울이 가고 새봄이 도래한 캠퍼스는 정말 아름답다. 

가방 끈이 유난히 길었던 탓에 대학에 머문 시간은 무척이나 길었다. 

그럼에도 해마다 맞는 대학 교정의 4월은 눈이 부시다. 

어쩌면 캠퍼스 곳곳에 숨겨진 비경을 즐기는 방법을 터득하고 책읽는 모습 가득한 도서관을 좋아하며 생기 넘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저절로 생동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인 듯도 하다. 이런 좋은 점들 때문에 20년 가까이 대학을 못벗어나는지도 모르겠다. 

내 공부하느라 대학에 머문 시간도 길었으나 학생들을 가르친 시간도 10년이 훌쩍 넘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풍광을 보는 것도 감격스러운데 풋풋한 20대와 함께하는 나날은 늘 기쁨과 감사로 가득한 시간이다. 

내가 못다한 꿈을 그들을 통해 보기도 하고 젊은 날 이루고 싶은 열망과 포부를 그들을 통해 보기도 하기 때문에 선생의 자리는 어느 때이건 늘 보람이 넘쳐흐른다. 

어느덧 대학에서 학생들을 만나온 지도 13년.


유난히 벚꽃이 아름다는 이른 봄 

어김없이 대학 신입생 진로세미나를 진행하게 되었다. 

여러 전공이 모여 진로에 대한 강의를 듣는 형태엔 진로 세미나 수업은 1학년 신입생이라면 반드시 들어야 하는 필수 과목이자 대형 강당에서 일방향으로 진행되는 수업이다. 

당연히 몰입도 떨어지고 흥미도 떨어지는 시간일 수밖에 없다. 

진로탐색이 이런 강의형태의 수업으로 도달될 수 없다는 것은 그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지만 주어진 여건이라 어쩔 수 없이 수용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앞으로는 소수정예로 꼭 수정되었으면 하는 바이기도하다.      

일전 모 대학에서 신입생 진로세미나 특강 때의 일이다. 

수업의 의욕을 잃은 학생들은 스마트폰을 보며 이런 진로강의에서는 얻을 것이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였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그들과 때가 맞아야 효과가 있다.      

신입생들에게는 학교 식당을 찾아가는 방법이나 도서관을 잘 이용하는 방법 등이 더 절실한 문제일 것이고 동아리 선배나 같은과 친구들과의 사귐이 더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캠퍼스의 동서남북도 헷갈리는 이들에게 미래의 직업이나 진로이야기는 그저 먼먼 이야기에 불과할 것이란 것이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였다. 

학업을 게을리하지 말라고 하면 너무 꼰대스럽고 연애와 취미생활, 혹은 하고 싶었던 동아리를 열심히하라고 하면 너무나 식상한 소리가 될 터이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재미가 없을 판에 유명인도 아니고 아름다운 강사도 아닌 내가 강단에서 아무리 목놓아 외쳐도 그저 먼 북소리에 불과한 일은 자명한 사실이다.      


대학에 왔기에 진로에 대한 생각도 많을테고  그들이 꿈꾸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각오도 대단하겠으나 그런 강의를 통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듣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학생들은 무관심과 무반응을 작정한 듯 굴었다. 

상당히 부자연스런 10여분이 흐른 뒤 나는 학생들에게 앞으로 어떤 직업적포부가 있는지 각자의 생각을 적어내게 하였다. 

역시 논술세대라서인지 글을 적게하자 학생들은 열심히 적기 시작하였다. 

모두 다 적은 뒤 수업시간에 공유를 시작하였다. 어떤 이는 외국계 자원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것을 적었고 어떤이는 친환경 건축을 설계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적었다. 

미래 자동차업계를 이끄는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글도 있었다. 

학생들은 눈을 빛내고 귀를 세우고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였다. 그 내용들이야 말로 그들의 이야기 인 것 이다. 

그런데 다소 낙담하게 만든 것은 많은 학생들의 종이에서 ? (물음표)를 보았다는 사실이다. 

모르겠다라고 쓴 경우도 있었으나 모르겠다는 말을 적는 수고조차 번거로운지 물음표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한 종이를 보자 여러 생각이 교차하였다. 


그토록 열심히 노력하여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좋은 대학에 왔건만 앞으로의 진로포부나 목표를 적어내라 했더니 ‘모르겠다’와 ‘잘모르겠다’가 압도적이다. 

우리의 진로포부는 어쩌면 [어느 대학을 가겠다]는 그 지점에서 정확히 멈춘 것인지도 모르겠다.      


  진로포부는 개인이 선택한 진로 안에서 성공과 성취를 얼마나 동경하는 지를 나태내는 것을 말한다(O'brien, Gray, Toura & Eigenbrode, 1996). 진로포부와 유사하게 사용되는 용어는 직업 포부 (occupational aspiration)로 이는 임의의 시점에서 가장 좋은 직업적 대안으로 생각하는 하나의 희망 직업을 의미한다(Gottfredson, 1981). 직업 포부는 주로 서구에서 사용되는 용어이고 성인들의 직업적 대안을 고려할 때 활용하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첫직장을 얻기 위한 청년들에게는 진로포부라는 단어가 더 적합한데  진로포부란 현재 자신이 처한 현실적 상황과 조건을 인식하고 미래에 자기 자신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거나 기대되는 교육수준이나 직업 지위를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자신이 앞으로 진로 행동을 함에 있어서 선택하고 결정할 진로의 방향성, 즉 학업과 직업에 대한 성취 기대 및 인식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즉,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예측되는 미래에 대한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기대와 희망을 의미한다. 따라서 학생이 갖는 진로포부는 자신이 나중에 어떤 일에 종사하느냐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인 중 하나이다. 각 개인들은 자신이 처해 있는 사회적 공간 속에서 자신들이 수용할 수 있는 직업적 대안들에 대한 그들 나름의 인지지도를 가지고 있고 이것을 바탕으로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진로포부를 선택하게 되고, 특히 대학생들의 경우 진로포부의 발달은 진로목표를 분명하게 해준다. 실제로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갖게 되는 목표는 직업과 관련이 있고, 각자의 직업 포부 수준에 따라 지속적인 학업성취욕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중요하다.(김경주, 송병국, 박정배, 2009). 또한 진로포부는 외적 강화가 없을 때에도 장기간 행동을 지속하게 하여 원하는 결과를 달성할 가능성을 증가시키고 학교 학습경험을 의미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Wang & Staver ,2001). 진로포부는 대학생의 경우 대학원 진학이나 다른 전공으로 편입을 할 것인지 아니면 실제 취업 현장에 진입할 것인지에 관한 잠적적인 진로 계획을 나타낸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진로포부에 영향을 미치는 관련 변인은 크게 개인 내적인 요인과 외적인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개인 내적인 변인은 자아개념, 자기효능감, 진로성숙도, 성역할 정체감, 학업성적 등이며, 외적 요인은 부모의 교육수준, 양육태도,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 거주지, 직업환경 및 진로장벽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중요한 진로포부의 발달은 Gottfredson이 제시한 이론의 중요한 주제로, 그는 인간발달의 개념을 직업선택 및 진로결정에 도입하여 진로발달을 개인의 전체 발달의 한 측면으로 설명하였다. 

 Gottfredson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자아 이미지에 알맞은 직업을 원하기 때문에 진로 발달에서 자아 개념은 진로선택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 그에 의하면, 아동이 성장함에 따라 자아 개념이 점차 분화되어 가면서 자신의 자아 개념에 더욱 적절한 직업을 선호하게 된다고 보았다. 자아개념(self-concept)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지각하고 있는 것으로, 자신에게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자신에 대한 기대와 되고 싶은 것까지 포함한다. 즉, 진로 포부는 자아개념(성, 사회계층, 지능, 흥미, 가치), 직업에 대한 이미지(성, 명예 분야), 직업의 접근 가능성, 선호성 등과 같은 여러 요소들에 의해 형성되며 자아개념과 직업에 대한 선호성이 어떻게 직업적 포부의 발달에 영향을 주는지를 설명하고자 하였다. 


직업에 대한 이미지(occupational image)란 직업에 대해서 일반적인 표상을 공유하는 것을 말하며, 접근성(accessibility)은 개인이 특정한 직업에 입문하는 기회에 영향을 주는 사회적, 경제적 환경에서의 지원이나 장애물을 뜻한다. 적합성(compatibility)은 직업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와 자신의 자아개념을 비교해서 그 직업이 자신에게 적합한지를 판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각 개인들은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적 공간 속에서 자신들이 수용할 수 있는 직업적 대안들에 대한 그들 나름의 인지도(cognitive map)를 가지고 있고, 이것을 바탕으로 위의 여러 요소들에 근거하여 진로포부를 선택하게 된다고 가정하였다. 

 이러한 기본 가정 하에서 Gottfredson은 진로 포부의 발달을 단계를 나누어서 설명하였는데 1단계는 서열 획득 단계( orientation to size and power)로 크기와 힘 지향의 단계이다. 주로 3-5세의시기에 아동들은 키가 큰 사람과 키가 작은 사람, 힘이 센 사람과 힘이 약한 사람 등 외형적인 특징으로 인간의 특성을 이해하기 시작하며 권력을 가진 대상을 선호하는 경향을 가진다. 이제는 더 이상 동물이나 동화 속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고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직업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명성이 있는 직업-명성이 없는 직업과 같은 개념을 조금씩 깨닫게 된다. 

 2단계는 성역할 획득 단계(orientation to sex role)로 6-8세의 아동들은 사물을 이분법적으로 지각하고, 동시에 성역할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한다. 이 단계에서는 성별에 적합한 직업인지 살펴보게 되고 여자만 하는 직업과 남자만 하는 직업으로 분류하는 ‘허용 가능한 성유형 경계(tolerable-sex type boundary)'가 발달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활동이나 옷차림 등의 눈에 보이는 단서에 초점을 두게 되며 자신의 성에 적합하지 않은 직업을 자신이 원하는 직업목록에서 제외시키게 된다. 

 3단계는 사회적 가치 획득 단계(orientation to social valuation)로서 9-13세가 되면 자기중심성을 벗어나 또래를 비롯한 타인의 사회적 평가에 민감해지고 사회적 계층, 능력과 같은 보다 추상적인 자아개념이 사회적 행동과 기대에 중요한 결정요인이 된다. 이 시기에는 직업에는 보상적 측면( 권위, 명성, 임금 등) 과 같은 필요한 교육수준의 정도가 각기 다름을 인지하게 되어, 점차 진로의식 성숙이 이루어지게 된다. 

아동이 사회적 가치 획득 단계를 거치면서 사회적 계층에 대한 자아개념을 갖게 되면, 낮은 사회적 지위의 직업들을 제외시키게 된다. ‘허용 가능한 수준경계(tolerable level boundary)'의 밖에 있는 사회적 지위가 낮은 직업은 자신에게 알맞은 직업으로 고려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13세 정도가 되면 대부분의 학생은 성인이 하는 방식과 비슷하게 명성에 따라 직업을 평가할 수 있게 된다. 직업들을 지위에 따라 나열할 수 있게 되고, 수입이나 교육, 직업 사이의 긴밀한 연결을 이해하게 된다. 또한 직업의 계층에 따라 삶을 살아가는 방법과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정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 수준에 대해서도 지각하게 되고 자신의 가족과 공동체에서 수용하지 않을 직업들이 무엇인지도 알게 된다. 자신이 앞으로 가질 직업에 대해 사회적 지위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설정할 수 있게 되어 이 시기에는 보다 현실적인 직업 포부를 형성하게 된다. 

 4단계는 내적 고유 자아 확립 단계(orientation of internal, unique self)로서 자아 정체감 혼란을 경험하는 시기로 14세 이후의 청소년이 해당된다. 보다 내면세계의 목적을 추구하고 성격과 같은 내적 특성에 근거한 자아 개념을 확립하면서 남들과는 차별화되는 자신의 독특성에 관심을 갖는다. 또한 자기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뿐만 아니라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가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여기게 된다. 4단계는 타인데 대한 책임, 앞으로 부양하게 될 가족에 대한 생각, 가족 부양에 대한 중요성 등을 인식하게 되는 시기이다. 또, 자신의 흥미, 가치, 능력 등의 내적이고 고유한 자신의 특성들을 보다 중요한 규준으로 삼아 자신의 직업선택의 범위를 축소시키게 된다. 그리고 앞 단계에서 확립한 수용 가능한 진로 대안 영역 안에서 진로 탐색을 시작하게 된다. 


 1단계에서 3단계까지는 적절하지 않은 대안들을 제외시키는 과정이라면, 4단계는 가능한 대안들 가운데 가장 좋은 대안을 선택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4단계에서 타협의 과정이 시작되어서 어떤 선택이 가장 선호되고 수용되는 것인지 구체화하는 과정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Gottfredson 진로포부의 발달이론에서 국내 대학생들은 타협의 과정에서 현실적인 가치와 자신의 내적인 흥미의 갈등을 경험하는 것 같기도 하다. 

꿈은 보컬트레이너인데 희망직업은 공무원인 학생의 글은 그러한 타협과정의 힘겨움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발달이론은 각 단계의 선행 조건이 다음 과정의 획득여부에 영향을 미치는데 진로포부의 타협의 과정이 부자유스럽다는 것은 어쩌면 그 이전단계의 발달단계에서 스스로의 탐색과정에 대한 격려 대신 누군가의 꿈에 의해 만들어진 포부로 야기된 부작용일수도 있다.      


대학시절은 

자신이 앞으로 평생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지 준비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언젠가 이 교정을 떠나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대단한 꿈이나 목표가 아니면 어떤가? 

자기다운 포부 자기다운 목표이면 충분하다. 


꿈꾸던 직업과 현실적 여건을 타협해 나가는 과정은 성숙한 진로발달의 단계에서 자연스럽게 이행되는 과정인데 희망하는 진로포부조차 없다니 우리가 대학에 오기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과정 중에서 무엇인가 대단히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가 자문하게 된다.      


꿈?      


쓸데없다고하지만 

쓸데없는 것 

조금 하면 어떤가. 


꿈꾸는 것은 한계가 없다.      


헛된 기대는 우리를 아프게도 하지만 

무모한 도전속에 발전도 가능하였다.      


많은 이들이 말하지 않는가?


뜻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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