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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세대를 위한 진로상담의 접근

-생애진로주제(Career Life Theme)-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진로상담은 청소년기의 전유물쯤으로 생각되었다. 당시에 ‘진로상담’이라 할 때는 대개 대학진학을 앞둔 청소년이 담임선생님과 면담을 통해 대입시와 관련된 진학상담을 지칭하는 다른 단어였던 적이 있었다. 과거에는 입시를 앞두고 담임선생님과 잠깐 진로상담한 뒤 전공을 선택하고 졸업을 해도 특별히 삶에서  진로 때문에 괴롭다기보다는 조직내의 적응 상의 어려움 내지는 대인관계의 어려움에 대한 호소가 더 많은 편이기도 하였다. 견디기 힘들어 직장을 그만두더라도 새로운 일을 구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 시절이었기에 웬만큼 어려움이 있기 전까지는 비용을 내고 진로상담 전문가를 찾아와 자신의 진로문제를 상담을 한다는 것 또한 매우 이례적인 일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진로가 모두의 문제 그리고 생존의 문제 , 자기 정체성의 문제, 자기실현의 문제가 된 듯하다. 

청소년 뿐 아니라 대학생은 물론이고 직장인과 중장년 그리고 시니어 세대 모두에게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높은 청년 실업률과 짦아진 조직생활의 반감기,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어진 수명과 불안정한 일자리 환경, 그리고 급격한 과학기술의 발달은 일자리 자체에  대한 고민을 우리 모두에게 던져 주게 되었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일제히 퇴직하는 시기가 되면서 노인이 아닌 육십대, 청년같은 오십대 , 20대의 감수성으로 살아가는 한창 일 할 사십대들의 진로고민이 깊어졌다. 


직장에서 영업 관리자로 15년 일했다는 A씨, 인사팀의 부장으로 20년간의 직장생활을 한 E씨, 은행에서 중역으로 근무했던 K씨, 공기업에서 30년간 기술자로 일했던 W씨 등 모두 한 직장에서 앞만 보고 달려온 그들이 일제히 퇴직을 하게 되었다. 

직장에 있을 때는 주어진 업무에 치이느라 하루하루가 전쟁 같았다.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 없이 성실하게 지내왔다. 매일같이 이어진 야근, 동료들과의 은근한 경쟁과 상사의 압박, 그러면서도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는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그야말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 왔다. 헌데 이제는 직장에서 더 이상 나를 원하지 않는다. 


평생 한 직장에서 일할 것이라고 순진하게 기대한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퇴직 이후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적도 없는 오묘한 상황 속에서 매일 매일이 흘러갔다. ‘언젠가는 퇴직을 하겠지만 그때가 되면 뭔가 방법이 있겠지’ 하는 심정으로 막연한 계획과 희미한 기대 사이를 오락가락한 사이 어느덧 퇴직이 현실이 되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전직지원 프로그램이 있어 참여한 경우나 그렇지 않은 경우 모두 퇴직이라는 현실은 생각과는 매우 다르게 흘러간다. 지금까지 해온 일들이 있고 경력도 있고 배운 것이 있고 인맥이 있기에 어느 정도는 자신감도 있다. 그렇기에 설령 그날이 온다 할지라도 어찌 되겠지 하는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이 나이에...뭔가 새로운 일이 되겠어? 내가 사장이라도 나이 많은 사원은 싫겠어...라고 하며 퇴직에 대한 대비도 저축이나 연금 등의 금융에 대한 대비로 치우치고 정작 일 자체에 대한 준비는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퇴직을 하게 된다. 


물론 준비도 다양한 것처럼 퇴직 이후의 삶에 적응하는 데에도 개인차가 클 수 밖에 없다. 퇴직 을 하기 전 4년~5년 전부터 회사를 나오기 위한 발판을 충분히 만들어 놓는 분들도 계시다. 하지만 비율적으로 적은 편이다. 

그나마 빠르게 정보를 수집하는 분들은 여기저기 취업포탈사이트를 뒤져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문도 구해보지만 갈만한 구인공고가 없다는 사실에 당황한다. 간혹 내가 찾던 일자리가 있다고 할지라도 급여나 복지수준이 기대이하인 경우에 실망하게 된다.  


국가에서 하는 재취업 과정에 수강도 해보고 구직관련 상담도 받아보지만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막연하기만 하다. 아직 미혼인 자녀들을 생각하면 막막하고 길어진 수명도 축복 같지가 않다. 앞으로 20년은 더 일해야 한다는 책임감 앞에 한없이 작아지기만 한다. 

한참 일할 수 있는 나이에 커리어의 최대 위기에 봉착해 있게 된 것이다. 


어떻게든 과거 경력을 살려 재취업을 해보려고 여러모로 노력을 해보지만 기업의 현실도 녹록치가 않다. 조직 안에 있는 직원들도 나가야 할 상황에서 경력이 많은 직원을 높은 임금을 주고 고용할 직장을 찾기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마땅한 일자리가 있어도 계약직이라서 선뜻 결정을 하기 어렵다. 2-3년 후에 똑같은 고민을 해야 할 상황이라면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다시 진지하게 진로에 대해 생각해 보는 편이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연 이전 경력을 살려야 하나? 아니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나?  만약 새로운 것이라면 무엇을 해야 할까? 창업? 창직? 재취업? 

어느 것하나 쉬운 것 같지도 않고 명확한 것도 없어 보인다. 불안하고 답답하다. 

지난 30년은 먹고살기 위해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지만 앞으로도 그렇게 살수 있을까? 내 나이 50인데 앞으로 20년 더 일하려면 이 기회에 작은 식당이라도 열어야 할까?

내가 해 왔던 일은 무역 업무인데 시장상황도 어렵고 체력적으로도 힘에 부치는 것도 사실이다. 새로운 일이지만 무역업 관련 컨설팅이나 하면 좋겠는데 어디서 시작해야 할까? 인맥도 없이 혼자 일하는 게 가능할까? 과연 기업을 상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야. 어릴 때 그림 그리고 만드는 재주가 있었는데 지금이라도 공예를 배워 공방을 여는 것은 어떨까? 아니면 지금까지 해온 회계 사무직으로 해외의 재취업 일자리를 알아보아야 할까?  도무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과연 나는 이 나이까지 뭘 한 거지?     


주로 상담실에서 만나는 4050세대이 고민이다. 그리고 그들에겐 진로상담이 절실하다.      


물론 이전 경력을 살려 재취업으로 바로 연결이 되는 운이 좋은 경우도 있고 약간의 직업 훈련을 받고 재취업에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어 하는지, 앞으로의 삶에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채우려고 하는지 도무지 정리되지 못한 경우로 인해 혼란스러워 한다.  

한 직장에서 20년이 넘게 근무했기에 그 분야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버티고 버틴 일일 경우 퇴직이후  자신에 대한 발견을 새롭게 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분들을 탓하거나 왜 미래에 대해 대비하지 않았는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한 번도 제대로 된 진로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경력설계에 대한 개념도 배우지 못했고 자신의 커리어와 삶의 관계에 대해서도 학습하지 못한 탓이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중장년을 만나 강의를 하거나 상담을 하게 될 때 늘 그 부분이 안타깝기 때문에 일과 삶에 대한 관계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자신에 대한 명확성을 높이는 부분이 진로상담상담에서의  출발점이 된다. 특히 진로상담이론에서는 Super의 ‘전생애-생애공간이론(life-span life-space theory)’이론은 성인에게 진로상담을 하게 될 때 매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왜냐하면, 수퍼의 전생애-생애공간이론은 진로이론 중에서도 가장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이론으로서 전생애, 생애역할, 자아개념과 진로성숙도 등의 개념을 중심으로 이론화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수퍼의 C-DAC(Career Development Assessment and Counseling model) 모형을 통해 진로발달이론을 진로상담과 접목하고자 하였다. C-DAC 모형은 전생애적 관점에서 내담자의 주요한 진로문제, 진로발달과업, 진로의사결정 준비도 정도 등을 평가한다. 이러한 평가를 바탕으로 내담자가 생애역할에 부여한 우선순위를 결정하도록 돕는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진로 문제와 내담자에 대한 자료 검토에 초점을 맞추어 상담을 시작하고 4개의 평가 단계를 거치는데 첫 번째 단계에서는 다른 생애 역할과 관련하여 직업 역할의 중요성을 평가하고 두 번째 단계에서 내담자의 현재 진로 단계 및 진로 문제를 결정한 후 내담자의 선택 가능한 자원을 확인할 뿐만 아니라 내담자가 지닌 자원이 직업 세계에 적합한지를 평가한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내담자의 흥미, 적성 그리고 가치를 특성과 요인 방법론에 따라 평가하게 된다.  마지막 단계에서 질적 평가 절차를 사용하여 내담자의 자기개념과 생애 주제를 평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C-DAC에서 마지막 단계는, 평가와 면접 자료를 의미 있는 전체로 통합하는 것이다. 면접 자료와 평가 자료를 하나의 이야기로 통합하는 과정 속에서 내담자의 직업적 정체성, 진로직업 자기개념, 대처 자원들, 특정 발달과제가 주어지는 여러 생애 역할의 맥락 속의 위치가 사실적이고 신중하게 그 속에 묘사 될 수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내담자의 진로 문제와 비교해 보는 것이 공식적 절차의 시작으로 내담자와의 협업 하에서 내담자의 진로발달을 촉진시키기 위한 상담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다(Super 외, 1996, p. 151).


C-DAC(Career Development Assessment and Counseling model)에서 평가는 크게 생애 구조와 주요한 직업역할, 진로발달 수준과 자원, 가치, 흥미, 능력을 포함하는 직업적 정체성, 직업적인 자아개념과 생애 주제의 4가지 평가를 포함한다. 상담과정은 지시적 방법과 비지시적 방법을 함께 사용하는데 진로발달검사 또는 진로 성숙도 검사를 활용하거나 생애진로 무지개 작업을 해볼 수 있다.

 특히 성인에게 있어서 자기개념과 생애주제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삶의 가치를 포괄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생애주제의 개념은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으나 가장 쉽게 설명하자면 사람들이 그들 자신(“나는~이다”에 대한 진술)과 타인(“타인은~이다”에 대한 진술) 그리고 세계관(“삶이란 ~이다”에 대한 진술)에 관한 생각, 가치, 태도, 신념을 표현하는 말이다. 생애주제의 이해는 내담자의 사고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기 때문에 중요하다(Savickas,2013). 


진로상담자는 내담자의 생애 주제의 규명 및 분석에 있어서 첫 번째 내담자 자신과 환경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용되는 것이 양적인 평가도구 혹은 질적인 평가도구이다. 

예를 들어, 진로가계도, 직업카드, SDS검사(Self-Directed Search) (Holland, 1994), 통찰력 검사(INSIGHT Inventory)(Handley, 2006), Clifton 강점발견(Clifton Strengths–Finder)(Roth, 2007), 진로전환검사(Career Transition Inventory)(Heppner, 1991)을 포함할 수 있다. 이런 정보들과 수집된 유사한 정보들로써 내담자는 어떤 사람일 것 같다는 이미지가 형성된다.

두 번째 단계는 상담자와 내담자가 형성한 이미지를 당신이 사용하는 하나 혹은 그 이 이상의 자원을 통해 언어로 옮기는 것이다. 사실, 상담자와 내담자는 상담과정에서 자료화된 언어를 통해 알게 된 것을 함께 해석하게 된다. 예를 들면, 상담자가 Holland(1997)의 분류시스템을 사용했다면, 상담자는 자신이 구성한 내담자 이미지에 대한  홀랜드 성격유형을 제시할 수 있다.

마지막 단계는 상담자가 형성한 내담자의 이미지로부터 도출한 생애 주제에 대해 상담자 내면의 그려진 프로파일을 발달시키는 단계이다. 이 과정은 마치 심리평가에서 내담자에 관한 검사자료, 면담, 관찰 등을 통합하여 평가를 하는 과정과 유사할 수 있다. 다만 차이점은 진로상담의 과정상에서는 내담자의 이야기와 상담자가 상호작용하면서 생애주제에 초점을 맞추어 나가는 협력의 과정이 수반된다는 점이다. 


개인의 삶에 생애주제가 얼마나 중요한가? Savickas (2006)는 생애주제가 내담자에게 "의미와 목적"을 주는 주제 문제라고 진술하였다. Del Corso와 Rehfuss(2011)은 이들은 개인의 자아와 정체성을 형성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하였다. 


인생의 의미와 삶의 목적 그리고 나이듦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기가 소위 말하는 중년기와 장년기이다. 


따라서 이 시기의 진로상담은 대단히 통합적인 어프로치로 이루어져야 하며 상담자는 내담자의 생애주제가 무엇인가에 함께 귀를 기울여야 한다. 

명료하지 않은 것들을 명료하게 도와주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현장에서 진로상담을 수행할 때 자신에 대한 탐색이 부족한 성인 혹은 중장년과 만났을 때에는 물리적인 나이가 몇 살인가 보다는 진로발달의 차원에서 접근하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이러한 탐색이 굉장히 더디고 멀리 돌아가는 것 같이 보이긴 하여도 궁극적으로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을 임상경험을 통해 수없이 느껴왔다. 

왜 이런 것을 하느냐고 하는 다소간의 불만에 봉착하기도 하지만 상세히 설명하고 합의된 목표를 설정하려고 노력한다. 이 과정을 실제 수행해 보면 청소년들보다는 압도적으로 빠르게 진로성숙도가 높아지는 것을 경험한다. 어찌보면 삶의 경험과 인생의 지혜가 더 많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성인과의 상담 과정에서는 좀 더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있다. 상담자 스스로가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당장 일자리를 매칭해주는 것이 더 나은 대안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 수 있고 상담 자체보다는 일자리 소개를 빨리 해드려야겠다는 압박감을 굉장히 많이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수퍼의 생애진로무지개도 이론상, 대단히 큰 시간을 아우르는 개념이며 생애주제 역시 그러하다. 따라서 상담도 역시 50분동안 한 세션을 진행하는 것이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러니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임하는 것이 서로에게 편안함을 제공할 수 있다. 물론 상담시간에 대한 구조화는 정확히 하여야만 한다. 


특히, 생애주제를 좀 더 발전시킨 사비카스의 생애진로주제의 탐색과정에서는 커리어스타일 인터뷰(CSI)라고 하는 것을 활용할 수 있다. 지금은 CCI로 그 명칭이 바뀌었다. 개인의 생애진로주제를 탐색해 가는 가이드라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커리어스타일 인터뷰와 관련된 내용은 다음에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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