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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구성주의

-커리어스토리인터뷰-

나는 진로상담자이고 진로구성주의이론에 기반하여 진로상담을 한다. 이와 같은 이론적 배경을 갖고 있는 것은 진로상담과정에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을지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제공하고 내담자에게 활용하는 도구나 기법에 대한 정확한 수행의 유무를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가 갖추어야 할 부분이다.  

심리상담을 하게 될 때에도 상담자의 이론적 지향은 매우 중요하다. 

정신분석이론가인가 인지치료중심의 치료자인가 게슈탈트 이론가인가에 따라서 상담의 과정과 기법이 상이하고 내담자를 바라보는 인간관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리상담을 받고자 한다면 상담자의 이론적 토대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이 내담자에게도 도움이 되고 어떤 방식을 상담을 하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상담의 효과를 위해 필요하다.  

진로상담도 이러한 몇 가지 큰 이론적 개념이 존재한다. 

진로상담을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상담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상담자의 윤리성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수련과 훈련이 없는 상담은 진행해서도 안되고 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최소한 시대별로 이어지는 진로상담의 이론을 공부하고 상담을 하기 바라는 마음이 크다. 

상담자 자신의 보호뿐 아니라 내담자를 돕지 못하는 엉터리 진로상담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커리어에 대한 20세기까지의 관점은 몇 가지 가정을 토대로 한다. 첫째, 개인이 원하기만 한다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종류가 다양하고 둘째, 안정된 직업 환경이 보장되며 셋째, 한 직장에서 은퇴를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20세기 이전 산업사회가 도래하기 전까지는  진로상담이라는 분야는 태어나지 못했고 태어날 필요도 없었다. 19세기까지 직업은 부모가 하는 일에 좌우 되었고(부모의 직업을 그대로 이어받았고) 대개는 신분으로 인해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이 규정되었기 때문이다.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많은 사람들은 도시로 직업을 찾아 이동하게 되었다. 공장이 생기고 대량생산체제가 갖추어지면서 직업의 종류가 다양해 졌고 분업을 통해 자신이 수행해야 하는 고유한 업무가 생겨났다.

일자리는 급증하였고 개인이 어떤 일을 잘 할 수 있는지, 어떤 일에 흥미가 있는지를 알 수만 있다면 그에 적합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시대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직업심리학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파슨스(1909)는 개인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직업세계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합리적 매칭을 하게 된다면 개인에게 잘 맞는 최적의 직업 선택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배경에서 흥미검사와 같이 개인의 특성을 유형별로 구분할 수 있는 심리검사도구의 폭발적 연구의 결과는 이론적 모델에 힘을 실어주었다. 

지금도 진로상담과정에서 심리평가는 한 개인을 이해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이후 1960년대에 이르러 진로발달이론이 등장하였다. 진로발달이론에서는 개인의 강점을 평가하고 직업선택 및 직업문제의 적응을 도울 수 있는 이론적 모델을 제시하였다. 개인의 생애역할의 변화와 개인 내·외부 맥락을 고려할 때 개인의 발달단계별로 요구되는 과제들을 미리 개입한다면 직업세계에 효과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의 발달단계마다의 과업과 수행의 달성이 중요하며 개인의 진로발달을 돕기 위해 다양한 접근이 수행되어야 한다. 생애발달과업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변할 수 밖에 없는 생애역할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개인의 내적인 측면과 개인의 외적 측면 즉,  사회 경제적 맥락, 고용정책, 학교 교육, 제도 등 외부 환경도 고려하며 준비를 해 나가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두 이론은 진로상담분야에 큰 공헌을 하였는데 첫째, 객관적 평가기법을 토대로 진로 탐색을 도울 수 있었고 둘째, 체계적인 준비를 통해 개인의 잠재력을 극대화 하고 안정적인 직업세계로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 이러한 이론의 한계가 드러나게 되었다. 일을 계속하고 싶은데 계속 할 수 없는 현실에 놓이거나 원하는 일이 아직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직업일 경우에 진로상담 과정 중에서 행하는 많은 개입이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것이 핵심적인 개념으로 등장하면서 Career Adaptability 가 새로운 진로 생존 전략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진로라는 것은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구성의 개념이 필요해 진 것이다. 

진로는 그냥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선택을 하고 사회적인 현실 속에서 목표를 구체화해 갈 때 구성되는 것이다 는 표현은 이와 같은 생각을 잘 반영한다(Savickas, 2005) 

진로구성주의 이론은 Super의 진로발달이론을 현대적으로 확장한 것으로 수퍼가 말한 진로 선택은 자기 개념을 능동적으로 실현해 나가는 것을 함의한다. 

진로구성주의이론은 사회구성주의를 메타이론으로 삼아 진로발달이론의 주요개념을 재개념화함으로써 수퍼의 아이디어를 현대적 시각으로 진로에 통합하였다. 개인이 자신의 진로 관련 행동과 직업적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스스로의 진로를 구성해 간다고 보면서 생애설계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것이다.Savickas et al., 2009)    


진로구성주의 이론에서 말하는 발달은 내적 구조의 성숙보다는 환경에의 적응과정을 통해 이루어짐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환경이 개인을 형성하지만 개인도 환경을 만들어간다는 입장에서 발달의 가소성 및 발달의 주체로서의 개인에 대한 인식 향상을 상담의 중요 한 목표로 삼고 있다. 진로 구성주의 이론 하에서는 개인은 이미 존재하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의미화 하는 과정을 통해 진로 행동을 이끌고 조절하고 유지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렇기때문에 상담 과정에서는 내담자 자신에게 의미있는 경험을 찾도록 촉진하고 자신만의 진로이야기를 만들어 가도록 도움으로써 진로상담의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하였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좀 더 상세히 살펴보면 진로구성주의 상담은 진로 이야기 속에 내담자의 직업적 성격(vocational personality), 진로 적응도(personal adaptability), 생애 주제(life theme)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1) 직업적 성격 (vocational personality)  

직업적 성격은 진로와 관련된 각 개인의 능력, 욕구, 가치, 흥미 등을 의미한다. 진로구성주의 이론도  각 사람에게 독특한 특성이 있고, 이 특성은 다시 성격 유형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이러한 개인의 성격 유형이 직업의 특성과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구성주의에서는 성격과 직업의 연결이 홀랜드의 주장보다 주관적 이라고 보며, 사람들이 특정한 진로행동을 보이는 이유와 행동이 생애주제로 표현되는 방법을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진로에서의 개인차를 존중하나, 개인차를 바라보는 관점과 개인차에 따라 진로를 찾아가는 과정에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표준화된 직업흥미검사 결과를 가지고 내담자의 진짜 흥미라고 해석하지는 않고, 하나의 가능성으로 보고 가설을 만드는데 활용한다는 점이 큰 차이라 할 수 있다.  


(2) 진로적응도 (personal adaptability) 

 21세기는 빠르게 그리고 복잡하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융통성과 적응력이 요구된다. 

적응력은 진로변화나 직업 환경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태도, 행동, 능력으로 구성되는데 이러한 특성을 통해 직업에서 자기 개념을 실현할 수 있도록 자신을 잘 적응시키게 되며 환경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촉진할 수 있게 된다. 변화에 대한 개인의 적응도를 뜻하는 진로적응성은 자신의 진로를 구성해나가는 과정에서의 극복과정을 강조한다. 현재 당면한 진로발달과업, 직업전환, 마음의 상처 극복에 필요한 개인의 준비도와 자원을 의미하는 심리적 구인이기 때문에 진로적응도를 통해 개인은 자신의 자아개념을 직업적 역할 속에서 실현해내고,  자신의 진로를 새롭게 만드는 과정으로 선순환 될 수 있다. 진로적응도는 자원과 전략에 따라 4가지 차원 관심, 통제, 호기심, 자신감의 요소를 포함한다.  

쉽게 설명하면 자신의 진로에 관심을 갖고 통제감을 느끼며 진로에 대한 호기심과 자신감을 갖는 것이 진로적응도를 드러내는데 주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진로적응도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문제상황에 처해 대처 행동을 할 때 느끼는 정서적 측면을 지칭하기도 하지만  행동을 이끌어가는 능동성뿐 아니라 이해력과 문제해결력을 포함하는 인지적 능력 모두를 아우르는 속성이다. 


(3) 생애 주제(life theme) 

생애주제는 수퍼가 이야기 한 자기 개념을 표현하며 자신의 일이나 생애 역할에 의미를 부여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생애주제는 개인에게 있어 직업 선택을 통해 자아 개념을 구체화하고, 일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진로 관련 행동의 이유가 되기 때문에 사비카스는 개인의 생애주제를 담은 개인의 진로 관련 경험담을 듣는것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특히 이러한 이야기를 진로 이야기라고 명명하였다. 내담자의 여러 진로 이야기를 통합하여 생애주제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바로 진로상담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진로 상담자의 주된 역할은 내담자가 자신의 생애 주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직업과 연결시키며, 직업에 보다 깊은 의미를 부여하고, 사회에 공헌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 진로구성주의 이론은 16 가지 이론적 가정을 토대로 한다. 

→ 사회적 역할을 통해 개인의 삶의 과정을 구성한다  

→ 직업은 핵심적인 역할을 부여하고 성격조직의 중심이 된다 

→ 개인의 진로 유형(직업 지위, 직업의 순서, 지속기간, 변경 빈도 등)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교육 수준, 능력, 성격, 자아개념, 기회에 대한 적응 능력에 달려있다.

→ 능력, 성격, 자아 개념 등 직업 관련 특성에는 개인차가 존재한다. 

→ 각 직업이 요구하는 직업 관련 특성도 서로 다르다.

→ 사람들은 다양한 직업을 가질 자질을 가지고 있다.

→ 일에서의 역할이 자신의 탁월한 직업관련 특성과 맞는 정도가 직업적 성공을 좌우한다 → 만족감은 직업적 자아개념의 실현가능성에 비례한다 

→ 진로구성 과정이란 직업적 자아개념의 발달 및 실현의 과정이다. 

→ 자아개념과 직업적 선호는 계속 변한다. 

→ 진로는 성장, 탐색, 확립, 유지, 쇠퇴의 과정을 순환한다 

→ 전환기에는 성장, 탐색, 확립, 유지, 쇠퇴의 5단계가 반복된다. 

→ 진로성숙도란 발달 과업의 수행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 진로적응도란 발달 과업을 수행할 수 있는 준비도와 자원이다(태도, 신념, 능력) 

→ 진로 구성은 진로발달 과업에 의해 시작되고 발달 과업에 대한 반응으로 완성된다 

→ 발달과업을 설명하는 대화, 적응력 훈련, 자아개념을 명료화하는 활동으로 촉진할 수 있다. 

진로구성주의 이론적 모델을 활용하는 진로상담자는 실제 상담시에 표준화 검사의 사용 및 해석은 가급적 최소화하는 경향이 있다. 검사를 활용하기 보다는 개인의 커리어스타일 인터뷰를 통해 직업적 성격의 파악 하고 생애주제를 확인하게 된다. 


○ Career Story Interview 

0.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싶습니까?

1. 당신이 어릴 적 존경했던 롤모델 3인은 누구이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2. 당신이 좋아하는 잡지(TV프로그램 또는 웹사이트)는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3. 좋아하는 책이나 영화

4. 좋아하는 좌우명이나 명언

5. 좋아하는 과목

6. 여가시간은 어떻게 보내나요?

7. 당신의 삶에서 가장 어릴적 기억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3가지) 


 Career Style Interview는 진로구성주의 이론가들이 활용하는 구조화된 면접기법으로 총  8개의 질문으로 구성된 질문을 통해 수행한다. 최근에는 Career Story Interview로 (CSI)라 일컫는다. 

질문의 맨 처음 1개의 질문은 개인의 진로 준비도를 파악하고 목표설정을 위한 것이다. 심리 상담에서 목표설정을 위해 진행하는 질문과도 매우 유사하다. 진로상담자는 커리어스토리 인터뷰를 통해 내담자가 자신에 대한 생각을  명확히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하며 이야기 중 발견한 시사점을 스스로 깨닫도록 촉진한다. 이어 드러난 생애주제를 호소 문제에 연결시키려는 노력은 상담자와 내담자의 작업 동맹하에서 이루어지게 되는데 이 과정은 전문적인 숙련을 요하는 과정이다. 


진로구성이론은 결국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도움을 주게 된다. 그러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하여 자신의 진로는 구성해 나가는 창조의 과정이 진로구성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낡은 진로이야기와 생애 이야기가 해체되고 성찰을 통해 의미 있는 스토리로 재구성되기도 한다. 상담자는 이 과정에 함께 하게 된다. 


이러한 인터뷰 질문은 도식적으로 적용하여 내담자에게 질문 공세를 하는 것은 매우 주의하여야 한다. 상담과정은 내담자와 함께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충분히 머물고 성찰할 수 있는 태도가 요구된다. 

진로 구성주의 이론을 통한 진로상담자가 되고자 한다면 고도의 훈련된 상담기법이 수반되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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